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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코리아 뉴어젠더] 첫 정상회담, 너무 서두르지 말자

  • 입력 : 2017.05.22 17:30:29   수정 :2017.06.19 18: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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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국 특사 방문을 시작으로 한국 외교가 다시 시동을 걸었다. 탄핵과 조기 대선을 거치면서 지도자 부재로 너무나도 컸던 `외교절벽`이 복원되는 느낌이다. 청와대와 외교부 등에 외교 안보 분야 전문 베테랑들이 있지만 여전히 최고지도자 간의 정상외교는 매우 중요하다.

일본의 아베 총리는 트럼프 당선 이후 두 번이나 미국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당선 직후 국가원수로는 처음으로 뉴욕에 있는 트럼프타워에서 만났고 취임 후엔 트럼프 대통령과 무려 27홀을 돌며 골프 라운딩으로 스킨십을 했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도 워싱턴이 아닌 플로리다의 고급 휴양지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묵으며 트럼프 대통령과 일종의 `유대 강화 (bonding) 외교`를 했다. 하지만 한국은 대통령 부재로 일본과 중국의 발 빠른 정상외교를 남의 집 불구경하듯 바라보고 있어야 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쏟아내는 북핵이나 사드 관련 발언에 혼란을 넘어 마음을 졸여야 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주요국에 특사를 파견하고 정상회담을 논의하는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증가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사드 배치를 둘러싼 미국·중국 간 갈등, 일본과의 위안부 문제 등 산적한 현안이 많다.

하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옛말처럼 너무 서두르기보다는 그동안의 외교 안보 분야 국정 공백을 차분히 메우고 새 정부의 정책 기조를 펴나가는 데 집중해야 한다. 현 정부는 선거 후 인수위원회 없이 바로 들어섰기 때문에 안보실장, 외교부 장관, 주요국 대사들이 임명되고, 이들이 업무파악을 하고 대통령을 뒷받침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미국 역시 국무부와 국방부의 실무책임자인 아·태담당 차관보도 임명되지 않았고 주한미국대사직은 몇 달째 공석으로 남아 있다. 트럼프처럼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소셜미디어에 주요 외교 안보사안에 대한 의견을 쏟아낸 경우는 미국 역사상 없었다. 트럼프가 야심 차게 추진했던 의료, 이민 등 국내 정책은 지지부진하고, 러시아 커넥션 의혹으로 탄핵론까지 불거졌다. 트럼프가 국내적 어려움을 타개하려 외부로 관심을 돌리려고 할 경우 외교 안보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문 대통령이 6월 말 워싱턴을 방문해 한미 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그동안의 외교 공백을 메우고 시급한 현안을 한시바삐 처리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자칫 충분한 준비 없이 서둘러 미국을 방문하려다 일을 그르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든다. 7월 독일에서 열리는 G20에서 트럼프와 상견례를 하고 9월께 워싱턴을 방문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이미 합의를 했다면 첫 정상회담의 성격과 목표를 잘 설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두 정상 간 첫 대면이니만큼 북핵이나 사드 등 주요 사안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를 하기보다 큰 틀에서 양측의 입장을 설명하고 우리가 직면한 도전과 위기에 대한 이해를 구하며 정상 간 개인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유대 강화 외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을 것이다. 특히 현 미국 행정부의 외교 정책은 깊이 있는 철학이나 원칙보다는 트럼프의 개인적 성향과 견해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으므로 양 정상 차원에서 북핵을 비롯한 한미동맹 전반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아베가 골프홀을 돌면서 트럼프와 스킨십을 한 것이나, 기대를 모았던 트럼프-시진핑 회담에 대해 싱겁게 끝났다고 폄하한 사람들도 많았지만 이 역시 구체 현안을 논의하기보다는 큰 틀에서 정상 간 유대감을 형성하고 공감대를 만드는 데 나름 성과를 이룬 것으로 볼 수 있다.
과거 김대중 대통령이 갓 취임한 부시 대통령을 만나 대북정책을 설득하려다 실패한 사례는 면밀한 사전 정지 작업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반면, 기독교와 기업인이라는 공통 배경을 기반으로 부시와 유대감을 돈독히 했던 이명박 대통령의 경험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것이 중요하다. 두 정상 간 북핵, 사드 문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개인적 유대감을 만들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첫 회담은 성공한 것이다.

[신기욱 스탠퍼드대학교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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