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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매경데스크] 사상 최고 코스피 못 즐기는 이유

  • 김명수
  • 입력 : 2017.05.21 17:01:08   수정 :2017.05.21 17:4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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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찍는 랠리가 나타나면 여의도는 술렁거린다. 여의도 증권시장 취재를 맡았던 2004~2007년 당시 코스피가 1000에서 2000선을 뚫던 시기에도 마찬가지였다. 당시엔 여의도 증권사 객장은 물론 서울 시내나 지방 객장도 붐볐다. 거의 모든 국민들이 사상 최고 행진이란 축제를 즐겼던 기억이다. 적립식 주식형 펀드 가입자들은 계좌에 수익이 늘어나는 걸 매일 피부로 느꼈다. 가계 씀씀이도 늘려 경제 전반에 온기가 돌던 선순환 구조가 이어졌다.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만 아니었다면 자본시장은 우리 국민에게 확실한 노후대책이란 믿음을 줄만도 했다.

요즘도 주가가 한 단계 점프하는 분위기이지만 체감 수준은 2004년 당시와 너무 다르다. 오히려 상당수 개인투자자들은 울상이다. 요즘 주가가 뛴 종목은 대형주인데 개인들은 작년에도 하락하던 중소형주 위주로만 투자한 탓이다. 코스닥지수는 여전히 사상 최고치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가계 씀씀이가 늘어날 리 만무하다.

펀드 같은 상품에 투자하는 간접투자자들은 지난 6년 동안 주가가 지지부진한 박스권 장세를 경험하면서 주가가 오르기만 하면 환매하는 관행이 여전하다. 시장이 더 오를 것이란 믿음이 없기 때문이다.

요즘 기업 이익증가 덕분에 경기회복과 경제성장 기대도 커지면서 코스피가 박스권을 벗어날 조짐에도 불구하고 개인들은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만 수익을 내는 형국이다.

코스피 사상 최고 랠리의 1등공신은 기업이익 증가다. 기업이익이 증가하고 경제가 성장하면 고용은 개선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고용 없는 성장이 발목을 잡고 있다. 그만큼 개인들은 일자리는 물론 투자여력도 없는 셈이다.

기업들의 수출과 이익 증가 덕분에 경제도 성장하고 국부가 쌓여가고 있는데 왜 국민들은 일자리가 없는 걸까. 기업들이 주로 해외에서 투자하고 돈을 벌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투자를 늘린다고 해도 자동화 기기 위주다. 국내에 일자리가 많이 늘어날 리 없는 이유다.

SK하이닉스가 4조원 이상을 투입해 지은 M14공장에서 늘어난 일자리는 1200명에 불과하다는 게 단적인 예이다. 지난 4월 기준 17년래 최악인 청년실업률도 고용 없는 성장의 한 단면이다.

기업이익이 늘어 주가가 올라가고 급여가 증가해도 소비를 크게 늘리지 못하는 건 국민들의 막대한 빚 때문이다. 가계 부채는 1300조원을 웃돈다. 월급이 늘어난다 해도 빚갚기에 급급하다. 보유 주식 주가가 올라도 빚만 생각하면 돈을 쓰기 쉽지 않다.

그많은 빚은 부동산, 특히 주택에 쏠려 있다. 은행에서 빚내서 깔고 앉은 빚이 대부분이다. 투자로 연결되지 못하고 오히려 이자만 내고 있는 셈이다.

소득이 늘어도 집담보 대출을 갚아야 하고 자녀 교육비를 더 늘려 소비는 물론 투자란 꿈도 꾸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2004년 이후 불던 적립식 펀드 바람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이미 투자에 나섰던 개인투자자들도 소외된 상황이다. 1주당 220만원 이상인 삼성전자로 갈아타는 투자자는 그나마 거액 투자자이다. 소액투자자는 삼성전자 오르는 거 지켜만 보다 떨어질 시점만 기다리는 중이다. 기다리는 조정은 오지 않는다. 그만큼 떨어지길 기다리는 기대가 큰 종목은 더 오른다는 얘기다. 주가가 하락할 땐 이미 상당히 오른 이후라 늦은 셈이다.

펀드나 간접투자상품을 통해 금융회사에 맡기는 돈도 큰 수익을 남기지 못하는 것은 대부분 돈을 국내에서 굴리기 때문이다. 그만큼 국내 운용사들의 해외투자 실력이 미흡할 뿐만 아니라 개인은 다양한 자산에 분산해 투자할 여력이 없다.

우리 국민들은 그렇다고 은퇴 이후 생활이 여유로울 것 같지도 않다. 직장인들노후수단인 퇴직연금의 지난해 수익률은 예금금리 수준인 1%대에 불과하다. 퇴직연금은 원금보장형 위주 상품으로 운용돼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아무리 국부창출의 주역이 기업이지만 기업이 돈을 많이 벌어 주가가 올라도 우리 국민들에게 흘러들어가지 못하는 구조다.

모든 국민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도 노후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민연금도 해외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 비중이 크기는 마찬가지다. 국내 투자의 경우 정치권에 휘둘리고 있고 주식보다는 채권 위주 투자라 기대만큼 수익률이 높지 않다.

기업들이 돈을 벌어 국부를 창출하고 주가가 상승한 만큼 개인들이 부자가 되는 시스템 구축은 낙후된 자본시장 복원에서 출발해야 한다. 특히 고령화사회에서 좋은 일자리 창출만큼이나 중요한 문재인정부의 숙제다.

[김명수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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