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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사이트] 가장 미국적인 영화 '겟 아웃'…한국 관객들도 공감한 이유

  • 입력 : 2017.05.19 15:55:03   수정 :2017.06.07 09:3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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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살아 있다. 기후와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의미다. 어떤 영화들은 시대착오적으로 보임에도 불구하고 동시대적인 교감에 성공하는 경우가 있다. 때로 어떤 영화들은 진취적이며 전위적일 것으로 기대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행적인 경우도 있다. 두 편의 미국 영화 `겟 아웃`과 `에이리언:커버넌트`를 보며 든 생각이다.

영화 `겟 아웃`의 광고 문구 중 하나는 네티즌의 요구로 영화관에 걸리게 됐다는 사실이다. `겟 아웃`은 여러모로 미국적인 영화다. 이는 한국에서 개봉하기엔 여러 가지 미심쩍은 요소가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우선 주연 배우들이 한국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이들이다. 두 번째는 영화의 소재 자체가 너무 미국적이다. 즉 은밀하게 남아 있는 미국의 적폐, 인종차별에 기반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겟 아웃`은 소재나 줄거리 측면에서 제한적일 뿐만 아니라 좀 뻔해 보인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 진부함을 구체적이며 국지적으로 다뤄 스릴러와 미스터리라는 장르적 관습으로 다시 읽어낸다. 한 사람을 둘러싼 집단의 음모, 죽을지도 모른다는 위협감이 주는 보편성을 추동력으로 미국 내 인종차별이라는 소재가 보편성을 얻게 된 것이다. `겟 아웃`은 전형적인 사회적 소수자 내지는 피해자 서사다. 흑인 대통령이 등장하고 흑인 스포츠 스타와 엔터테인먼트 스타가 넘쳐난다고 해도 여전히 미국에서 흑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듯싶다. 아카데미 시상식마다 등장하는 `색깔론`이나 원작이 있는 영화들이 각색 과정에서 인종세탁이 되는 경우만 봐도 그렇다. 사람들은 인종차별 같은 문제는 `뿌리` 시절에서 존재하던 옛이야기라고 믿고 싶어 하지만 공공연히 차별을 공표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걸 보면 그 속내가 그리 투명하지만은 않은 듯싶다.

인종차별에 대한 은밀한 기류와 피해자의 암묵적 공포가 `겟 아웃`을 그럴듯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대중이 선택한 영화에는 무의식이 반영돼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처럼 매우 미국적 문제로 보이는 영화에 한국 관객들 역시 관심과 공감을 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은밀한 차별과 암묵적 폭력, 특히 그 가해자 입장이 아닌 피해자 입장에 이질감이 아닌 보편적 공감을 느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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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영화 `겟 아웃`
중요한 것은 체감이다. 누군가 존재하는 것처럼 느낀다면 그런 감정들은 실재하는 게 대부분이다. `헬프`와 같은 영화에서 이미 색깔을 넘어서고, 차별의 역사가 봉합된 듯 보였지만 인종차별의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우리 영화들이 줄곧 기득권의 도덕적 일탈과 부도덕을 영화적 소재로 삼는 것도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 한국 영화들은 계속 범죄 조직과 다를 것 없는 권력자들을 소환하고 관객들은 그런 영화에 반응한다. 오래된 소재, 뻔한 이야기지만 많은 관객들이 여전히 그것을 살아 있는 현재의 서사라고 여기는 것이다.

반면 `에이리언:커버넌트`는 전편의 거대한 역사에 기댄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다시 만들었다는 점에서도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개봉 이후의 반응은 시들하다. 에이리언, 여전사에 대한 기대가 충족되지 못한 것은 리들리 스콧의 영화 만듦새가 부족해서가 아닌 듯싶다. 환경이 변한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에이리언의 등장 자체로 우리에게 충격을 주지 않고, 시거니 위버와 같은 여전사가 전복적 매력을 주지 않는다. 1970년대 에이리언과 여전사가 2017년에도 생존하기엔 환경과 기후가 많이 바뀌어버린 셈이다.

똑같은 줄거리를 가진 소설이 10대에 읽었을 때, 30대에 읽었을 때 다르게 읽히는 것처럼 영화도 시간과 공간에 따라 달라진다. 똑같은 이야기도 시대의 호흡에 따라 달라진다.
훌륭한 이야기는 시대를 초월하는 시대의 이야기라고 한다. 모순적이지만 맞는 말이다. 세상이 바뀌었다고 한다. 기후의 흐름이 바뀌었으니 영화계의 호흡이 어떻게 달라질지, 즐겁게 기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강유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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