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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시평] 파레토 최적을 흔드는 선심공약을 심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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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4.23 18:52:54   수정 :2017.04.24 18: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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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개념 중에서 현실을 설명하는 데 유용한 것으로 기회비용(opportunity cost), 구성의 모순(fallacy of composition),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commons), 파레토 최적(Pareto optimality) 등을 들 수 있다.

파레토 최적은 대중화된 개념은 아니지만 선심공약의 문제점을 설명하는 데 유용하다. 파레토 최적은 경제 주체 중 `어느 일부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고는 나머지의 이익을 늘릴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예를 들면 세금을 더 징수하지 않으면 복지 혜택을 늘릴 수 없는 상태를 경제학에서는 파레토 최적상태라고 한다.


증세가 어려워서 국채를 발행하여 복지비용에 충당한다면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 간의 파레토 최적상태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미래 세대의 부담으로 현재 세대의 복지 수준을 늘리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의 선심공약은 늘 파레토 최적상태를 흔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것도 해준다, 저것도 해준다` 공약할 때마다 경제주체 중 일부가 향유하던 이익을 포기하길 요구하는 것이다. 물론 정치인들이 자기 주머니를 털어서 비용을 댄다면 일부의 희생을 강요할 필요가 없지만 그런 멋진 정치인을 본 기억이 없다.

선심공약을 한 정치인이 취임할 때마다 파레토 최적상태는 도전받게 되고 경제관료들은 새로운 고뇌에 빠지게 된다. `이번에는 누구의 이익을 얼마나 희생하여 공약을 이행해야 하나?` 특히 성장하지 못하고 정체에 빠진 경제의 경우 고뇌가 더 커진다. `증세 없는 복지 증대`가 이론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경제가 파레토 최적상태에 있지 않으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어딘가에서 주인 없는 돈다발이 떨어지기 전에는 파레토 최적상태를 유지하며 구성원의 복지를 늘리기 어렵다는 데 고뇌의 본질이 있다.

증세 또는 감세로 파레토 최적상태를 흔들 경우 경제 성장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서는 경제학자의 이념 성향에 따라 견해가 다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파이를 갈라 먹는 방법을 바꾼다고 해서 파이의 크기가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파이를 만드는 방법을 바꾸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 회계 투명성 회복을 통한 자원 배분의 효율성 제고, 규제 완화를 통한 비즈니스 기회 확대, 연구개발(R&D)을 통한 신기술 개발, 교육훈련 강화를 통한 인재 양성, 투자환경 개선을 통한 투자비용 절감, 해외 시장 개척 지원 등 파이 제작에 영향을 미치는 게임 규칙을 바꾸는 것이 파이를 키우고 복지를 늘리는 길이다.

이 사람 것 뺏어서 저 사람한테 주면서 경제가 더 잘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너무 쉬워 보이는 접근 방식이다. 복잡하게 얽힌 경제 현실에서 너무 쉬워 보이는 길을 가는 것은 착시 현상에 기인한 잘못된 선택일 가능성이 높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부유하다는 이유만으로 자꾸 더 내놓으라고 하는 데에도 한계가 분명히 있다. 선심공약은 겉으로는 솔깃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경제 주체 간 갈등을 부추기고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킨다. 영남권 신공항 문제도 지방자치단체 간에 반목을 불렀고 결국 외국계 컨설팅회사의 배만 불렸다. 특정 집단, 특정 지역을 위한 선심공약을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

즉 파레토 최적상태를 흔드는 선심공
敾 막아야 한다. 꼭 선심을 쓰고 싶으면 정치인이 자기 주머니를 열거나 대중의 자발적 기부를 늘려 재원을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 남의 주머니나 더듬어 털어내는 `작고 쉬운 정치`에서 환골탈태해 파이 크기를 늘리는 지혜를 제시하는 `크고 어려운 정치`를 해야 한다. 정치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선심공약 금지법`을 통해 정치인 스스로 손발을 묶도록 국민의 이름으로 요구해야 한다. 이번 대선에서는 재원 마련 계획도 없이 사탕발림 성격의 선심공약을 남발하는 후보를 선별하여 심판해야 한다. 그래야 정치인들이 변한다. `책임지지 않는 손쉬운 선심공약`을 남발하며 표심을 현혹하고 경제를 망치는 대신 `파이를 키우기 위한 고뇌가 담긴 해법`을 통해 경제를 살찌울 것이다.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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