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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매경데스크 이근우

[매경데스크] 주52시간 근로 VS 몰입의 시간

  • 이근우 
  • 입력 : 2018.06.24 17:16:20   수정 :2018.06.24 22: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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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위즈를 공동 창업하고 주당 100시간씩 일했습니다. 일요일에도 일했습니다. 주당 40시간의 2.5배씩 2년간 몰입하니 생산성이 높아져 압축성장이 가능했습니다. (대학을 갓 졸업했지만) 10년 다닌 대기업 부장, 차장에게도 꿀리지 않았습니다.
전 세계에서 3000만장 이상 팔리며 흥행 돌풍을 일으킨 게임 배틀그라운드도 주당 100시간씩 1년간 몰입했기에 가능했습니다." 벤처 신화의 주역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이 `실패를 성장과 성공으로 만드는 법`이란 주제로 한 강연이 화제다. 유튜브에 떠도는 장 위원장 강연은 근로시간 단축 논란이 한창 진행 중인 한국 사회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사실 한국의 근로시간은 너무 길다. 2016년 기준 한국의 평균 근로시간은 연간 2069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5개 국가 중 세 번째에 달한다. 근로기준법상 규정된 주 52시간 근로를 정부가 `휴일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편법 해석해 주 68시간까지 허용해왔다. 이를 바로잡는 것은 근로자 건강권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일과 생활의 균형을 바로잡는다는 점에서 비정상의 정상화다. 또 비합리적으로 긴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압축적으로 일하면 생산성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그럼에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장시간 근로가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고착돼왔는지에 대한 깊은 고려 없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바꾸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믿는 단순한 사고방식, 또는 정치적 고려 때문일 것이다.

해고가 쉽지 않고 기본급을 많이 책정할 경우 고정비용 부담이 높아지는 현실에서 사측과 노측의 암묵적 타협 결과가 연장근로, 야간근로 등 시간 외 근로수당을 급여에 포함시켜 일괄 지급하는 포괄임금제 관행으로 정착됐다. 임금 및 단체협약에서 정규 근무 임금을 높이기보다 초과근무수당 할증률을 높이는 손쉬운 방법을 선택하면서 야간·휴일 근무가 갈수록 늘어나는 기형적 구조가 초래됐다. 지난해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상용노동자 10인 이상 사업장 가운데 52.8%가 포괄임금제를 도입한 상태다.

이 같은 현실을 무시한 채 근로시간 단축을 획일적으로 강제하면 신규 일자리 창출이 아니라 기존 근로자들의 실질 임금을 크게 낮추고, 근로 의욕과 기업 생산성을 동시에 낮추는 악순환의 고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근로기준법 위반 시 CEO를 무조건 형사처벌하는 규정은 고용 의지를 꺾는 유인으로 작동할 것이다. 정부는 논란 끝에 일단 CEO에 대한 처벌을 6개월 연기하기로 했다. 차제에 법 위반에 대해 사안의 경중에 따라 제재 강도를 달리하는 합리적 대안이 만들어졌으면 한다. 비효율적으로 오래 일하는 것을 `처벌`하는 게 아니라 효율적으로 짧게 일하는 것을 `보상`하는 방향으로 인센티브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

과거 공업화 시대에 만들어진 획일적인 근로기준법 규정들은 단순 근로시간보다 창의성과 생산성이 더 중요시되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현실을 도외시해 경쟁력 저하라는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높다.

장 위원장이 지적했듯 생산성을 높이고 경쟁에서 이기려면 남들과 똑같이 해서는 되지 않는다. 자신만의 압축과 몰입, 축적의 시간들이 반드시 필요하다. 일은 일을 통해 배우는 것이다. 일할 때 일하고 쉴 때 쉴 수 있도록 유연·탄력 근무제를 도입해야 한다. 오늘날 개인, 기업, 국가 간 양극화가 심해지는 가장 큰 원인은 자본이 노동을 착취하기 때문이 아니라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과정에서 이에 적응한 자는 승자가 되는 반면에 그러지 못하면 도태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근로시간 단축보다 생산성 기여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도록 임금 체계를 개편하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1982년 매킨토시 컴퓨터 개발 당시 직원들과 함께 `주 90시간 근무, 너무 행복하다!`라고 쓰인 티셔츠를 입고 다닐 정도로 혼신의 힘을 불어넣어 결국 회사와 직원 개인들에게 성공을 안겼다. 배틀그라운드 게임 개발 과정에서 주 100시간 근로도 마다하지 않았던 블루홀 게임 자회사 펍지는 개발·기획에 참여한 직원 20명에게 성공 대가로 1인당 최소 10억원에서 50억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뿌렸다. 게임 출시 후 입사한 일반 직원 300명도 1인당 3000만원대 성과급을 받았다. 그들에게는 근로시간 단축보다 자신의 기여에 상응하는 보상이 더 와닿을 것이다. 워라밸도 좋지만 짧고 굵게 일할 수 있는 선택의 자유를 국가가 강제로 박탈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이근우 모바일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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