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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매경데스크 전병득

[매경데스크] 워라밸 시대의 회색 코뿔소

  • 전병득 
  • 입력 : 2018.02.22 17:13:32   수정 :2018.02.22 17: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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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올해를 관통하는 키워드 중 하나로 `워라밸`을 뽑았다. `워크 앤드 라이프 밸런스(Work and Life Balance)`, 일과 생활의 균형을 뜻한다. 워라밸이 기업 활동 전반에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란 해설도 붙였다. 마치 지금 산업현장의 혼란을 예견이라도 한 것처럼.

워라밸은 쉽게 말하면 `저녁이 있는 삶`이다.
2012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선 손학규 후보의 캐치프레이즈다. 6년이 지나 산업현장은 워라밸이 업종 불문하고 확산되고 있다. 신세계와 롯데 등 유통 업계를 필두로 금융계, 대기업들이 워라밸을 기초로 근무 양태를 바꾸고 있다. 9시 출근·5시 칼퇴근, 유연근무, 야근 금지에 점심·휴식시간 절대 엄수 등이다. 돌이켜보면 우리의 근무 형태는 1970년대 `하면 된다` `잘살아보세` 문화에 바탕을 두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는 관행이 50년간 지속돼왔다. 한국 경제의 기적이 여기서 나왔다. 그러나 지금 가정이 직장에 종속되던 시대가 점차 허물어지는 놀라운 변화를 목도하게 된다.

중소기업 입장에서 보면 이 같은 패러다임의 변화는 `회색 코뿔소(Grey rhino)`의 재앙에 속한다. 회색 코뿔소란 충분히 예상하면서도 쉽게 간과하는 위험이다. 지금 중소기업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오고 있는 회색 코뿔소는 네 마리나 된다. 최저임금 인상에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생산가능인구 감소까지 생존이 걸린 문제가 한꺼번에 들이닥치고 있다. 최근 만난 중소기업 CEO들은 "평생 기업을 하면서 이렇게 압박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토로한다.

회색 코뿔소를 피하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혁신 전도사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이제 중소기업 CEO는 보스가 될 것인지, 리더가 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고 일갈한다. 단지 돈만 버는 보스가 아니라 변화하는 트렌드를 주도하는 혁신의 리더가 돼야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이미 출퇴근시간을 없앴다. 다만 팀장급은 오전 7시에 출근하도록 했다. 팀장들은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 하루 업무 파악을 완전히 끝내고 직원 출근과 동시에 업무지시가 이뤄지도록 한 것이다. 황 회장은 "기존 일하는 방식을 바꾸지 않고는 살아남지 못한다"며 "업무시간에 몰입도를 최대한 끌어올려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도 최근 혁신을 자주 입에 올린다. 그는 "CEO가 지금 상황이 어렵다고 해서 너무 매몰돼 있으면 안된다"며 "에너지나 물류비, 구매비 등을 줄여 본격적으로 혁신해야 한다. 특히 스마트공장은 우리 운명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2024년이면 노동인력 감소마저 시작되는데 앞으로 4~5년 안에 혁신하지 않으면 공멸한다는 경고다.

코뿔소를 피하는 방법은 결국 어떻게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얼마나 비용을 줄이느냐에 달렸다. 최근 미국 시애틀 아마존 물류센터를 방문한 중소기업 CEO들은 그들의 놀라운 생산성에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로봇은 정신없이 움직이고 직원들은 오전·오후 15분의 휴식시간과 점심시간 45분을 빼곤 일에만 몰두한다. 사적인 대화는 물론 휴대전화 사용도 금지다. 정해진 근무시간 내 주어진 일을 마치면 깔끔하게 퇴근한다.

미국의 노동생산성은 우리의 두 배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두 번째로 긴 시간을 일하면서도 노동생산성은 꼴찌 수준이다. 한국 근로자가 1시간에 33.1달러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때 미국 근로자는 두배인 63.3달러를 만들어낸다. 최근 한국GM 사태도 낮은 생산성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에선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 데 26.8시간이 걸리지만, 미국은 14.7시간이면 충분하다.
최근 독일은 주 28시간 근무제를 실시한다는데 그러고도 세계 최고 제조업 강국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을 배워야 한다. 낮은 생산성을 그대로 둔 채 근로시간만 줄이면 최악이다. 혁신은 직원이 아니라 리더인 CEO의 결단과 의지로 하는 것이다. `변화에 끌려가면 위기가 되고 변화를 주도하면 기회가 된다`는 말이 이렇게 절실하게 다가오는 때가 없다.

[전병득 중소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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