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 구독신청
검색전체보기
 

오피니언매경데스크 노영우

[매경데스크] 시진핑의 모순

  • 노영우 
  • 입력 : 2017.11.19 18:05:39   수정 :2017.11.19 19:09:23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766902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중국 사회의 규정은 모순에서 시작한다. 주요 모순을 정의하면 다음은 모순을 해결하는 방법을 찾는다. 이 과정에서 정치 경제 체제가 결정되고 구체적인 정책이 나온다.

중국 근대사가 이를 보여준다.
마오쩌둥은 1920년 공산당을 창당한 후 중국의 주요 모순을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모순`으로 정의했다. 그는 당시 중국을 봉건 국가로 규정하고 주요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자가 아닌 농민이 주도하는 사회주의 혁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고 이를 실천했다. 혁명은 성공했고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로 탈바꿈했다. 혁명의 동력은 단순 명료한 모순론에 대한 중국인의 지지에서 나왔다. 마오쩌둥 다음으로 중국의 주요 모순을 건드린 사람은 덩샤오핑이다. 그는 1981년 `인민의 물질적 수요와 낙후된 생산력 간의 모순`을 중국의 주요 모순으로 새롭게 규정했다. 주요 모순을 바꾼다는 것은 기존 마오쩌둥의 한계를 지적하고 새로운 시대를 위해 근본적인 전략을 수정한다는 의미다.

덩샤오핑은 새로운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시장경제를 전격 도입했다. `검은 고양이건 흰 고양이건 쥐를 잘 잡으면 최고다`라는 `흑묘백묘`론은 중국 사회를 뒤흔들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금기시했던 사적 소유가 확산됐고 시장경제 시스템이 광범위하게 도입됐다. `능력만큼 일하고 필요한 만큼 분배한다`는 공산주의 원리는 `부자가 될 수 있는 사람부터 부자가 되라`는 `선부론`에 밀렸다. 그 결과 중국은 연평균 10%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하며 비약적인 경제 발전을 이뤘다. 그들의 모순론은 중국에서 당대는 물론 역사적으로도 검증받았다.

시진핑은 2017년 10월 19차 당대회에서 중국의 주요 모순을 `인민의 아름다운 생활에 대한 수요와 불균형, 불충분 간의 모순`으로 새롭게 정의했다. 인민의 복지를 늘리고 자본주의적 시장경제가 낳은 불평등과 부패 문제 등을 해결해 중국판 복지국가인 `샤오캉사회`를 이루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시진핑은 100년의 중국 공산당 역사에서 주요 모순을 바꾼 세 명 중 한 명으로 위상이 급상승했다. 단번에 안팎의 시선이 쏠렸다. 그런데 찬찬히 따져보면 시진핑의 모순에서 중국이 안고 있는 고민이 보인다. 우선 모순이 담고 있는 모호성이다. `아름다운 생활`이 무엇인지, 어느 정도가 불균형하고 불평등한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모순이 단순하고 명확해야 거기서 실천의 힘이 나온다는 것은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이 보여준 교훈이다.

시진핑은 이 교훈을 따르지 않았다. 주요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해법도 상충된다. 기업을 통한 경제 혁신은 강조하면서 불평등 해소를 위한 정부의 시장개입은 강화한다. 안에서는 통제를 강화하면서 밖에서는 자유무역에 기반을 둔 세계화를 외친다. 앞뒤가 맞지 않는 느낌이다. 최근 시진핑 사상에 정통하다는 중국 공산당원에게 `시진핑 사상의 핵심`을 물었다. 그는 한마디로 요약하면 `불망초심(不忘初心)`이라고 답했다. 초심을 잃지 말자는 얘기다. 사회주의를 과학으로 신봉하는 중국 공산당원의 설명치고는 비과학적이고 추상적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1인당 소득 8000달러 정도인 중국의 경제 발전 단계에서 복지를 위해 정부의 개입이 강해지면 성장은 타격을 입는다. 개혁의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공산당과 시진핑 1인 체제를 강화하고 중국인에 대한 사상 교육을 강화하겠지만 시장경제와 자본주의 맛을 본 중국인들이 당의 의도대로 움직일지는 의문이다.

공산당의 지도라는 이름 아래 독재가 심해지면 하부구조인 경제와 상부구조인 정치 사이의 괴리는 더 커질 수도 있다.
중국은 공산당 지도 아래 시장경제의 문제를 해결하는 역사상 초유의 실험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검증되지 않는다면 시진핑 사상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주요 모순을 바꿨다고 시진핑이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의 반열에 오르는 것은 아니다. 그는 야심 차게 `모순론`을 제기했지만 훗날 역사는 풀지 못한 과제를 제기한 `시진핑의 퍼즐`로 기록할 수도 있다.

[노영우 국제부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경데스크 노영우 더보기

오피니언 목록

박재현의 경제노트 더보기

박재현의 경제노트 썸네일사회 초년생 1억 만들기

오피니언 많이 본 기사

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