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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포럼] 북핵 vs 원전, 뭣이 중헌디?

  • 노원명 
  • 입력 : 2017.07.26 17:23:46   수정 :2017.07.26 17:3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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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공론화를 계기로 우리 국민들의 원전 관련 상식과 교양이 늘어나는 것은 그 자체로는 나쁠 게 없는 일이다. 시민배심원단에 제공될 원전 찬반 양측의 논리는 거의 실시간으로 외부에 중계될 것이다. 가부간 결론이 날 10월 중순이면 우리는 세계에서 에너지 상식이 가장 풍부한 국민이 돼 있지 않을까. 다만 지식이 쌓이는 만큼 진실에 근접할 수 있을지는 확신이 안 선다. 세상에는 많이 알아서 바보가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명박 정권 초 광우병 파동이 그랬다. 뇌가 스펀지처럼 구멍이 송송 뚫려 죽음에 이른다는 `크로이츠펠트-야콥병`, 이 병의 원인이 되는 `변형 프리온`을 초등학생들이 줄줄 읊고 다녔다. 그 대단한 의학상식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터무니없는 음해와 공포, 그리고 광장의 촛불을 지피는 연료가 됐다. 앞으로 3개월간 축적될 원전 상식이 영화 `판도라`류의 괴담으로 발전하고 광화문 촛불이 시민배심원단의 판단 준거로 작용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는 것이다. 광우병 열풍은 그야말로 열풍처럼 지나갔고 지금은 그게 호주산인지, 미국산인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아 그때 우리가 왜 그랬나 몰라` 그런 겸연쩍음은 남았지만 뭐 그게 그리 대수인가. 그에 비하면 이번 원전 도박의 판돈은 꽤나 크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결정이 나면 그에 따른 직접 매몰비용만 2조6000억원, 이걸 시작으로 탈원전 사회로 넘어간다 했을 때 발생할 전기요금 인상과 기타 경제적 직간접 비용은 추계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천문학적이다. 일단 결정되면 되돌릴 수도 없다. 훗날 `아 그때 우리가 왜 그랬나 몰라` 하면서 한번 겸연쩍게 웃고 지나가면 그만인 주제가 아닌 것이다.

그건 그렇다 치고 보다 근본적인 의문이 하나 남아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핵과 관련한 두 가지 의제가 있다. 하나는 북핵, 하나는 원전이다. 그 잠재적 위험의 크기를 한번 비교해보라. 먼저 원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원자력사고등급 분류에 따르면 지금까지 대량의 방사성 물질 외부 유출로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한 7등급 사고는 딱 두 번 있었다. 1986년 구소련에서 발생한 체르노빌 사고와 2011년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그것이다. 원전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31명. 모두 체르노빌에서 나왔다. 한국은 3등급 이상 사고가 발생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역시 IAEA에 따르면 1tkwh(트릴리온킬로와트시)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석탄은 10만명, 석유는 3만6000명, LNG는 4000명,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는 590명의 사망자를 내는 데 비해 원자력은 90명이다. 원전이 압도적으로 안전하다. 그래서 원전에 대한 공포는 비행기 사고에 대한 공포와 곧잘 비교된다. 가장 안전하지만 가장 공포도 크다는 게 둘의 공통점이다.

다음으로 북핵. 북핵이 무서운 것은 그게 꼭 서울 한복판에 떨어질 위험 때문만은 아니다. 북한이 소형핵탄두화에 성공하고 기술적으로 안정화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보유하는 순간 미국은 김정은과 협상테이블에 앉을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이 원하는 건 미국과의 평화조약 체결, 그리고 주한미군 철수 정도일 것이다. 일본과 달리 한국은 미국의 사활적 이익이 걸린 나라가 아니고 미국은 애치슨라인 이후로 한반도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시시때때로 검토해 왔다. 때마침 그런 결정을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스타일의 인물이 지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 주한미군이 빠지고 나면 김정은의 세상이다.
극단적 가정으로 북이 강원도 일부 지역을 무력점령한다고 했을 때 우리는 전면전을 각오하고 싸울 수 있을까. 북은 핵이 있고 우리는 없는 상황에선 불가능하지 않을까. 우리는 번번이 얻어맞고도 북한을 달래야 하는 지옥의 인질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리고 그 가능성은 최소 한국에서 후쿠시마급 원전 사고가 터질 가능성보다는 훨씬 더 크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나라에선 확률계산도 안 되는 사고 위험을 들어 원전 폐지를 공론화하면서도 이미 현실이 된 북핵에 맞설 자체 핵무장 주장은 무슨 이교(異敎)처럼 금기시된다. 공포의 크기가 위험의 크기에 비례하지 않고 착각과 편견에 의해 결정되는 사회는 위험사회다.

[노원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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