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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매경데스크 임상균

[매경데스크] 서울 시민이 북한산 경치를 즐기려면…

  • 임상균 
  • 입력 : 2018.05.03 17:20:13   수정 :2018.05.03 17:4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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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본 도쿄를 다녀온 지인을 만나면 한결같이 하늘 얘기를 한다. 하네다공항에 내리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파란 하늘이 너무 인상적이고 부러웠다고 한다. 서울을 오랜만에 방문하는 일본인 지인을 만나도 하늘 얘기부터 나온다. 이 사람들은 `이런 데서 어떻게 사느냐`는 표정으로 걱정을 해준다.
도쿄 인구는 1300만명이 넘는다. 서울보다 30% 이상 많다. 가와사키, 사이타마 등 주변에 공장지대도 널려 있다. 도쿄가 바닷가에 접해 있다고 하지만 서울도 인천과의 거리가 50㎞도 안된다. 하지만 도쿄 고층빌딩에서는 130㎞ 밖에 있는 후지산 정상을 볼 수 있다.

도쿄 하늘이 과거부터 이렇지는 않았다. 1960~1970년대에는 연일 스모그 주의보가 발령됐고, 한 중학교에서는 체육활동을 하던 학생 40여 명이 쓰러지는 사건도 발생했다. 그런 도쿄의 대기 질이 천지개벽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강력한 추진력을 가진 도지사들 때문이었다.

진보성향의 미노베 료키치 전 지사는 1967년부터 1979년까지 12년의 재임 기간 동안 공해와의 싸움을 전개했다. 국가 기준보다 엄격한 공해 방지 조례를 만들고 환경 정책을 펼쳤다.

대표적인 극우파 정치인인 이시하라 신타로 전 지사도 1999년 당선된 직후 도쿄시내에 디젤차량 진입을 금지하는 `No 디젤` 정책을 선언했다. 외곽도로가 빈약했던 당시 서남쪽 간사이 지방과 북동쪽 도호쿠 지방을 오가는 트럭과 버스는 도쿄시내를 관통해야 했다. 당연히 산업계의 강한 반발이 있었지만 이시하라 지사는 굽히지 않았다. 오히려 디젤차에서 나온 폐기물 입자가 섞인 새까만 물을 담은 페트병을 들고 TV에 출연해 "우리 시민들이 하루에 이것보다 12만배에 달하는 매연에 노출돼 있다"고 호소했다. 이때부터 일본에서는 디젤차 이용이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했고, 도쿄 하늘은 파란색을 되찾았다.

한 달 후면 지방선거다. 서울시장 후보들은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사실 역대 서울시장들은 미세먼지 문제에 대해서는 소극적이었다. 현 박원순 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세먼지가 많은 날 대중교통 무료 이용책을 내놨다가 혈세 150억원만 낭비한 채 바로 접었다. 그 외 서울시의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박 시장의 노력은 두드러진 게 없었다.

박 시장이 정책 추진에 있어 돌파력과 끈기가 없는 정치인도 아니다. 2014년 발표한 `2030 서울플랜`을 토대로 한 서울시 건축물의 높이 규제 정책은 온갖 반대에도 굳건히 버티고 있다. 한양도성 내 건물은 90m, 한강변 공동주택은 35층으로 높이를 묶어놨다. 이유는 경관 보호다. 서울을 둘러싼 북한산, 관악산, 남산 등 아름다운 산들의 경치를 콘크리트로 막아서는 안된다며 `시민조망권`을 강조한다.

사실 서울시의 높이 규제는 빈틈이 적지 않다. 사유재산 침해 소지부터 1000만 시민에 대한 정책을 고작 100명의 시민을 모은 공청회에서 결정한 절차적 문제, 35층이라는 높이의 타당성, 나아가 도시 경쟁력 이슈까지 다양한 부문에서 공격을 받고 있다. 시민조망권만 해도 35층으로 제한해 건물을 다닥다닥 붙이는 것보다 50층 정도로 높여 간격을 넓히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박 시장은 서울 내 건축물에 대한 높이 규제를 5년간 지켜오고 있다.

아쉽게도 서울의 대기 질을 이대로 놓는다면 박 시장이 그토록 아끼고 보호하려는 서울의 경관은 무용지물이 된다.
모를 리 없는 박 시장이 미세먼지에서 그동안 소극적이었던 이유가 궁금할 정도다. 미세먼지가 중국과 서해안의 화력발전 때문이라서 서울시로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이유는 핑계일 뿐이다. 과거 도쿄도지사들은 강력한 환경 정책을 추진하며 여론을 형성했고, 이것이 결국 중앙정부를 움직여 지금의 도쿄 하늘을 만들었다. 미세먼지 해결에 의지가 없다면 경관 보호를 위한 높이 규제의 명분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임상균 부동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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