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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매경데스크 임상균

[매경데스크] 정부가 시장을 이길 수 있다는 착각

  • 임상균 
  • 입력 : 2017.06.01 17:23:37   수정 :2017.06.01 19:3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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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8월, 정부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한도를 60%에서 40%로 크게 내리는 조치를 발표한다. 노무현정부 들어 계속해서 오르는 집값을 잡기 위한 첫 대책이었다.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야겠다는 수요를 잡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그해 서울지역 아파트값은 12.8% 올랐다.
이듬해 정부는 더 강력한 부동산 억제책을 가동했다. 3월 말 총부채상환비율(DTI)도 40%로 하향 조정했다. 소득을 따져서 대출 한도를 정하는 제도로 집을 살 수 있는 재원을 쪼이는 수단으로는 LTV보다 더 강력하다. 노무현정부는 동시에 회심의 칼을 빼들었다. 재건축을 해서 얻는 이익의 상당분을 국고로 환수하는 초과이익환수제였다.

하지만 집값은 잡히지 않았다. 그해 11월 수도권에 164만가구를 공급하는 대책까지 내놨지만 2006년 서울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무려 33%에 달했다. 2007년 1월 DTI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초강수도 내놨지만 같은 해 서울 집값은 2.7% 오르며 정부를 안달나게 했다.

결국 집값 상승을 끝낸 것은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이어진 글로벌 경제의 추락이었다.

10년이 지나 다시 집값이 급등하고 있다. 진원지는 이번에도 서울 강남이고 재건축 아파트다. 주도 세력은 재건축 관리처분인가 단계를 끝냈거나 이미 분양까지 이어져 건설 중인 아파트들이다. 문재인정부의 지향점으로 볼 때는 방치할 수 없는 현상이 틀림없다.

따지고 보면 지금 집값 급등도 시장의 속성을 외면한 규제책 때문이다. 서울은 누구나 살고 싶어하는 대한민국 수도이다. 실제 한동안 지방으로 나가던 인구가 다시 수도권으로 유턴하고 있다. 인구통계를 보면 2011~2015년 6만여 명이 지방으로 빠져나갔지만, 지난해에는 3700명이 수도권에 전입했다. 올 들어 4월 말까지 수도권 전입은 1만8000명으로 폭증했다. 주거지로서 서울의 인기가 여전함이 방증되는 숫자들이다.

하지만 수도권 주택 공급은 여전히 부족하다. 지난해 수도권 공공택지와 민간도시개발구역 지정면적은 약 250만㎡이다. 수도권의 연간 주택 수요인 25만~30만가구와 비교하면 여전히 택지가 부족하다.

그중에서도 강남은 새로운 주택공급이 더더욱 부족하다. 하지만 주택정책은 강남에 새로운 아파트를 못 짓게 만들고 있다. 노무현정부 때 만든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주도한 35층 층고 제한이 대표적이다.

올해 안에 관리처분 신청을 하지 못한 재건축 단지는 내년부터 초과이익에 대해 엄청난 돈을 내야 한다. 최고 9억원에 달하는 단지도 있다. 큰 부담금을 내느니 정권이 바뀌어 제도가 완화되거나 없어질 때를 기다리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 새 아파트 공급 절벽이 올 수 있다는 얘기다. 35층 규제도 마찬가지다. 성냥갑 같은 단지를 짓지 않겠다는 강남권 대형 단지들은 이 규제가 없어질 때까지 재건축을 미룰 태세다. 새 아파트 공급을 지연시키는 효과가 발생한다.

모두 진보 진영에서 내놓은 강남 타깃형 정책이다. 속내에는 부자에 대한 한풀이가 담겨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사고 있다. 결과적으로 그 정책들이 지금 강남의 공급 부족을 초래하며 집값을 끌어올린다. 부자들을 더 부자로 만들어주고 있다. 시장의 기본원리조차 무시한 결과이다.

새 정부가 어떤 집값 규제책을 내놓을지는 미지수이다. 시장원리에 따르자면 공급 확대인데 서울에는 더 이상 주택을 지을 땅이 없다. 결국 세금이나 금융에서 카드를 찾을 공산이 높다. 부동산 보유세 인상과 같은 강력한 수단도 남아 있다.

하지만 세금을 올린다고 집값이 잡힌다고 보장하기도 힘들다. 집을 가진 사람들은 전세금이나 월세를 올려 보충하면 된다.
피해는 고스란히 집이 없는 세입자에게 돌아간다. 시장은 항상 정책을 앞서간다. 현명하지 못하게 덤비면 조롱도 한다. 10년 전 우리는 뼈저리게 경험했다.

[임상균 부동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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