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 구독신청
검색전체보기
 

오피니언매경데스크 김주영

[매경데스크] 낙하산인사와 적폐청산

  • 김주영 
  • 입력 : 2017.10.26 17:48:43   수정 :2017.10.26 18:09:30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709580 기사의 0번째 이미지
`공공기관이나 정부 산하기관으로 갈 의향이 있는 분들은 내일 낮 12시까지 회신 바랍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7월 총무조정국 명의로 부국장급 이상 당직자들에게 보냈다는 이 휴대폰 문자메시지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국정철학을 이해하고 전문성을 가진 당직자들을 필요한 곳에 보내자는 취지라는 해명을 내놨지만, 궁색한 변명이다.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사람을 뽑는 것이야 누가 뭐라 하겠나. 손발이 맞고 코드가 맞는 사람을 기용하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다.
문제는 공개적이고 투명한 시스템 속에서 공공기관 인사를 한다고 해놓고 여권 내부에서만 공개적으로 지원자를 찾았다는 데 있다. 보은인사, 제 식구 챙기기라는 비판이 나와도 변명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앞서 국내 경제5단체장 중 하나인 무역협회 김인호 회장은 "정부에서 그만두란 메시지를 받고 물러나지 않으면 조직이 살아나지 못할 것 같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하루도 지나지 않아, 이미 새 무역협회 회장에 지난 선거 때 문재인 캠프 공신들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덕분에(?)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라는 비아냥까지 나돈다.

이런 와중에 박근혜정부의 국정 농단 진원지이자 최대 피해조직인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장 인사가 다음달부터 본격화할 전망이어서 염려가 앞선다.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 33곳 중 현재 기관장이 공석이거나 임기가 만료돼 새로운 수장을 임명해야 하는 곳은 절반가량에 달한다. 그중에서도 박근혜정부의 대표적인 블랙리스트 실행기관으로 지목된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 박명진 전 위원장의 후임이 누가 될 것인지가 관심사다. 새 정부 문화인사를 평가할 가늠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한 모임에서 만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전문성, 지도력, 인품 등을 갖춘 후보자 검증과정을 거치고 있다"며 "올해 연말께면 산하 단체장 인사가 거의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사가 나봐야 알겠지만, 당장 하마평에 오른 각 기관장 후보들의 면면을 보면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인사나, 단체 출신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심지어 2013년 청와대에서 `골수좌파조직`으로 명시해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도록 지시한 단체 출신도 거론된다.

이전 정권에서 블랙리스트에 올라 억울하게 부당한 대우를 받았던 인사들이 복권되고 중용되는 것은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오로지 친정권 진영 인사풀에서만 기관장들을 임명한다면 그것은 또 다른 편 가르기요, 또 하나의 적폐다.

문체부는 물론이고 모든 기관장 인선은 정치적인 고려는 배제하고 전문성이 중시돼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7월 공공기관장 인선에 대해 대선 캠프 출신 등 정치인은 배제하지 않더라도 전문성은 담보돼야 한다고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업무 관련성이나 전문성이 없는 낙하산 인선을 하지 말라는 지시로 해석된다.

사실 어느 정권을 막론하고 낙하산 인사는 상존해왔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노웅래 의원은 "박근혜정부 때 문체부 4급 이상 퇴직공무원 10명 중 3명이 문체부 산하 기관이나 유관 기관에 낙하산 재취업을 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같은 문체부 낙하산 인사 논란은 10년 전, 20년 전 국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적폐청산`을 1호 국정과제로 내걸고 과거의 잘못된 관행과 결별을 고한 문재인정부에서 낙하산 논란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국민의 실망감이 더 크기 때문이다.

파벌정치를 혁파하기 위해 강력한 탕평책을 시행했던 영조는 "우리 나라는 땅이 좁고 인재도 그리 많은 것이 아닌데, 근래에 들어 인재를 등용할 때 같은 붕당의 인사들만 등용하고자 한다"며 "이제 유배된 사람들의 잘잘못을 다시 살피도록 하고, 관리의 임용을 담당하는 관리들은 탕평의 정신을 잘 받들어 직무를 수행하도록 하라"고 탕평교서를 내렸다.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한 얘기다.

이번 정권에서는 여야 없이, 블랙-화이트리스트 구분 없이, 오직 전문성과 지도력, 투명성만으로 누가 봐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인사들이 기용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김주영 문화부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경데스크 김주영 더보기

오피니언 목록

박재현의 경제노트 더보기

박재현의 경제노트 썸네일사회 초년생 1억 만들기

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