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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매경데스크 김주영

[매경데스크] 봉평과 바스

  • 김주영 
  • 입력 : 2017.09.14 17:47:46   수정 :2017.09.14 17:5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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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강원도 평창 봉평에서 개최된 이효석문학상 시상식에 다녀왔다. 미세먼지 때문에 요즘 서울에서는 보기 드문 파란 가을 하늘 아래 흐드러지게 핀 봉평 메밀꽃밭은 가히 장관이었다.

올해로 18회째인 이효석문학상은 본지가 이효석문학재단과 공동 주최하는 행사다. 시상식은 가산 이효석(1907~1942)의 문학정신을 기리는 축제인 평창효석문화제 기간 중에 개최됐다.
문화제는 가산의 고향이자 대표작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인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일대 이효석 생가와 문학관을 중심으로 지난 2일부터 9일간 열렸다. 올해는 특히 가산 탄생 110주년을 맞아 다양한 공연과 전시, 방문객 체험행사들이 마련됐고, 행사장은 메밀꽃처럼 셀 수 없이 몰려든 인파와 자동차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주최 측 추산으로는 이번 축제 기간에 34만여 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봉평 하면 가산 이효석 선생이 떠오르는 것처럼, 런던에서 기차로 1시간 반 정도 거리에 위치한 영국의 소도시 바스(Bath)는 영국의 여류작가 제인 오스틴(1775~1817)의 도시로 유명하다. 하지만 오스틴은 사실 그곳에서 불과 5년 정도밖에 살지 않았다. 1775년 목사의 딸로 태어난 오스틴은 영국 남부 햄프셔에서 어린시절을 보냈고 부친이 은퇴한 후 한동안 가족과 함께 바스에 머물렀다. 그의 출생지도 아니고 `오만과 편견` `엠마` 같은 그의 대표작이 집필된 곳도 아니었지만, 신기하게도 바스는 오스틴의 도시로 전 세계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40여 년 짧은 인생 동안 그가 거쳐간 여러 지역 중에서도 유독 바스가 오스틴의 도시로 유명세를 타는 이유는 그의 작품세계와 작가의 삶을 끊임없이 연구개발하고 상상력을 가미해 차별화했기 때문이다. 바스에서도 매년 9월이면 `제인 오스틴 축제`가 열린다. 축제의 프로그램을 보면 어떻게 상상력이 가미되느냐에 따라 원천 문화가 얼마나 다양하게 공유되고 무궁무진하게 확대재생산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오스틴이 가족들과 함께 살았던 바스의 집은 현재 그의 기념관인 제인 오스틴센터로 보존돼 있다. 18세기 말 당시를 그대로 재연해 놓은 이 기념관에서는 마치 작품 속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복장을 한 안내원들이 당시 말투로 오스틴의 삶과 작품에 대해 설명해 준다. 산책을 좋아했던 오스틴의 흔적을 따라 걷는 워킹투어가 있는가 하면, 도심 책방에는 오직 그곳에 가야만 구입할 수 있는 제인 오스틴 특별 에디션을 비롯해 각종 기념품이 즐비하다. 또 당시 방식을 그대로 재연한 식사도 즐길 수 있다. 말하자면 도시 전체가 그녀를 느낄 수 있도록 조성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덕분에 오스틴 덕후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관광객들이 몰려들고있다.

바스의 제인 오스틴 축제처럼 세계인들이 찾아오는 축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차별화한 콘셉트가 중요하다. 효석문화제는 그런 면에서 보면 현지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체험형 행사들로 차별화에 성공한 축제로 평가할 만하다. 부족한 주차장 문제와 메밀꽃밭의 확대 조성 등 숙제를 안고 있지만 지역 축제의 가능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다만 일년 중 메밀꽃이 만개한 문화제 기간뿐만 아니라 일년 내내 가산의 문학세계와 발자취를 찾는 문학도 혹은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졌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선 문화제의 근간인 가산에 대한 연구와 작품 알리기가 더욱 활성화돼야 할 것이다. 또 작품을 토대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도 필수다.

일례로, `메밀꽃 필 무렵`에서 허생원과 동이가 그랬던 것처럼, "봉평에서 대화까지 70리 길을 밤새도록 걸어보고 싶다"던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의 바람처럼 봉평~대화 간 가칭 `효석길` 또는 `동이길`을 만들면 어떨까. 코앞으로 다가온 평창올림픽 방문객들을 위한 투어코스를 개발해도 좋겠다. 그러자면, 당장 외국 관광객들을 위해 친절한 영어표지판을 갖추는 것도 시급해 보인다.

[김주영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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