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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매경데스크 김주영

[매경데스크] '동영상시대'에 필요한 것들

  • 김주영 
  • 입력 : 2017.08.03 17:24:37   수정 :2017.08.03 18: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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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출간되는 책이 130권이 넘는다. 한 주면 얼추 900여 권. 매주 화요일이면 한 주간 나온 책들 중에 주말 책면에 소개할 책들을 고르는데, 요즘 유독 두드러지는 특징은 단연 4차 산업혁명에 관한 책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출간된다는 것. 또 다른 특징 중 하나가 이른바 `이미지 책`들이 대세라는 점이다.

`그림 에세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나오는 이런 책들은 디지털카메라나 스마트폰으로 순간을 포착한 사진이나 이미지에 단상(短想)을 표현한 짧은 글을 담고 있다. 한 출판업계 관계자는 "과거 같으면 이게 책인가 싶은데, 요즘엔 오히려 활자가 적고 예쁜 그림이나 사진이 많은 책들이 소장 가치도 높고 잘 팔린다"고 한다.
이런 트렌드를 타고 과거 딱딱하고 무거운 주제의 과학, 철학 책들도 `뽀샤시`하게 새 옷을 입고 재출간되고 있다. 이미지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세태, 이미지와 동영상에 열광하는 유튜브세대가 출판문화마저 바꾸고 있는 것이다. 장편소설이 안 팔리고 `손바닥소설` `스마트소설`이라 불리는 초단편소설들이 대세다. 영화, 드라마도 특정 부분을 짧게 편집해서 보는 `움짤(움직이는 짧은 이미지)`이 유행이다. 실제로 10대와 20대 사이에선 TV를 보는 사람들보다 모바일로 동영상을 보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한다.

이 같은 `동영상 신인류`의 뿌리는 바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있다. 소셜미디어로 140자 단문글과 `움짤`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긴 글은 외면하고 스마트폰으로 바로 소비할 수 있는 파편적인 휘발성 정보와 가십성 글, 자극적인 영상에 몰두한다. 물론 몇 줄 단문이나 몇 초짜리 동영상에 `촌철살인`의 메시지가 담길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경박단소(輕薄短小)` 트렌드는 긴 글이나 깊은 사색은 지루하게 만드는 단점이 있다. 책 소비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2015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성인 3명 중 1명은 1년간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유는 `시간이 없어서`였다. 하지만 게임사이트 가입자 수가 갈수록 늘고 유튜브 동영상 조회 수도 기하급수적인 수치를 기록하는 것을 보면 시간이 없어서 책을 안 읽는다는 얘기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속도`가 화두인 동영상시대에 맞춰 사람들의 의식도 속도에 대응해가는 생활 패턴으로 급속히 바뀌고 있다. 이 덕분에 요즘 우리의 사고체계는 지식의 깊이보다는 효율성을 더 중시하는 듯하다.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의 생각에 쉽게 휘둘리고 부화뇌동한다. 가짜뉴스가 나오고 `1대9대90` 법칙이 생기게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1대9대90` 법칙이란 전체 온라인 이용자 1%가 최초로 글을 올리면 9%가 그 글을 편집하거나 댓글을 달아 반응하고 나머지 90%는 별도의 반응 없이 올라온 글을 읽고 믿는다는 것이다. 이미 시작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인재상인 `융·복합 전문성과 창의력을 지닌 자`와는 한참 거리가 멀다. 이런 인재를 육성할 해법은 독서이다. 책은 다른 어떤 미디어보다도 다양한 상상력을 자극하고 생각의 힘을 길러주는 미디어라는 점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책을 읽으며 생각의 도끼질을 해야 한다는 의미로, 카프카는 `책은 도끼`라고 했다. 독서와 사색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독서하며 행간을 읽고 긴 호흡으로 생각의 깊이와 마음의 근육을 키워야 한다. 지금 우리 시대에 필요한 것들이다. 일례로, 다독가이자 명상가로도 유명한 `호모사피엔스` 저자 유발 하라리는 10여 년 전부터 명상을 위한 시간을 매년 몇 달씩 할애하고 있다. 그는 최근 내한해서도 한 방송에서 `강연에 앞서 한 시간, 강연 후 한 시간을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명상의 시간으로 보장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독서와 깊은 사색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지난 2일 정부가 도서구입비·공연관람비에 대해 내년 7월부터 소득공제 혜택을 주기로 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다만, 도서의 범주에 신문도 포함시키는 것이 마땅하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한 사람의 주체적인 시민으로서 정보를 선택하고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사고력을 키우는 데는 신문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정론 신문 읽기가 갈수록 더 중요해지는 이유다.

[김주영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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