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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매경데스크 김주영

[매경데스크] 옥자와 권지용

  • 김주영
  • 입력 : 2017.06.29 17:41:22   수정 :2017.06.29 19:4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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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가 우여곡절 끝에 29일 미국 온라인 동영상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와 전국 80여 개 독립영화관에서 동시에 공개됐다. 이례적으로 전국 독립극장에서만 개봉한 옥자의 흥행 실적이 어떻게 나올지, `옥자효과`로 국내 넷플릭스 가입자 수가 얼마나 늘지도 관심이다.

옥자는 대한민국 영화사에서 처음으로 온라인 플랫폼과 극장에서 동시 공개돼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동안 IPTV에서 상영되는 신작 영화들은 보통 2~3주간 극장 개봉(홀드백) 기간을 거친 후 소개되는 것이 관례였다.
이 같은 관례를 깨고 온라인과 오프라인(극장)에서 동시 개봉하자 전체 스크린 점유율의 98%를 차지하는 멀티플렉스 극장들은 상영 거부를 선언했다. 이들은 "영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와 극장 개봉을 동시에 한다는 건 `선(先)극장, 후(後)온라인`이라는 기존 영화 생태계를 교란시켜 영화 제작·유통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라고 주장한다. 앞서 프랑스 칸영화제에서는 온라인스트리밍 서비스되는 `옥자`를 영화로 볼 것이냐로 논란이 있었다. 옥자는 이른바 `룰브레이커`가 됐다. `옥자`를 놓고 입장에 따라 얽히고설킨 이해 충돌이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 논란의 본질은 간단하다. 미디어 기술의 발달로 야기된 새 영화 유통 방식(스트리밍서비스)과 기존 유통 방식(영화관)의 영역 싸움이다.

`옥자`와 유사한 사례는 또 있다. 최근 발매된 지드래곤의 USB앨범 `권지용`은 휴대용 저장매체 USB에 음원을 수록하지 않은 채 다운로드 링크 방식을 담아 음반의 정체성에 대한 논쟁을 일으켰다. 앨범 `권지용`은 USB를 통해 사용자가 원하는 음원만 내려받아 직접 음반을 꾸밀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음반시장의 `룰브레이커`가 됐다. 가온차트는 `권지용`을 앨범이 아니라고 규정하고 앨범차트에서 배제했다. 하지만 USB든 CD든 스트리밍서비스든 플랫폼이 다를 뿐 그 형식에 담긴 콘텐츠는 단 하나의 `권지용`이다. 미국의 앨범차트 빌보드200은 이미 3년 전부터 스트리밍서비스와 개별 음원트랙 판매를 집계하고 있다.

우리는 이미 스마트폰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즐기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면담조사(10~59세 남녀 1200명)에 따르면 음악을 들을 때 스마트폰으로 듣는다는 답변은 91%에 달한다. 스트리밍과 유튜브가 갈수록 대중화함에 따라 제2, 제3의 `권지용`과 `옥자`가 나올 수 있다.

돌이켜보면 사실 우리는 그동안 이런 사례를 무수히 봐왔다. `옥자` 이전에 이미 극장가에서는 멀티플렉스가 국내에 도입될 무렵 비슷한 신구 체제의 갈등을 겪었다. MP3가 등장했을 때 음반협회와 소리바다 간의 충돌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변화는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산업 구조, 시스템, 제도의 문제로 갈등을 빚지만 대개는 소비자에게 유익한 방향으로 수렴되게 마련이다.

이미 산업계 전반에서 온라인-오프라인 채널이 소비자에게 닿는 방식을 놓고 경쟁과 융합, 다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더욱이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가 이끄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콘텐츠 자체가 지닌 힘과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창작자의 역량이 플랫폼의 변화를 이끄는 핵심이다.
온라인-오프라인은 물론이고 인간과 AI 간의 영역 구분도 모호해질 4차 산업혁명의 무한경쟁 시대에 콘텐츠를 어떻게 소비자에게 닿게 하느냐는 본질이 아니고 선택의 문제다.

미디어 학자 마셜 매클루언이 `미디어의 이해`에서 주장한 것처럼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과 이용은 사회 구성원의 인식과 행동 방식을 결정하고 문화적·사회적 변동을 이끈다. 그런 점에서 스트리밍 영화 `옥자`와 USB 앨범 `권지용`은 대중문화 콘텐츠의 유통 방식에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두 룰브레이커가 업계에 새로운 룰과 규칙을 세우는 기폭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주영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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