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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매경포럼 김정욱

[매경포럼] 현대차 노조는 성역인가

  • 김정욱 
  • 입력 : 2017.08.02 17:18:25   수정 :2017.08.02 19: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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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사는 올해 사회연대사업으로 울산 지역 소외계층 아동에게 45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달부터는 울산 골목길 재생사업비용 제공 등 여러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귀족 노조로 비판을 받는 현대차 노조가 웬일일까?

문제는 재원이다. 노사가 이런 일을 하려면 회사는 물론 노조원들이 기금을 보태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이 돈은 회사가 대부분 부담한다. 작년에는 50억원을 냈다. 노조는 올해 10억원을 올린 60억원을 회사 측에 요구하고 있다. 지난 6월 논란이 됐던 금속노조의 일자리연대기금 제안도 비슷하다. 재판이 진행 중인 현대·기아차의 통상임금 소송을 회사 측이 포기하고 이 금액을 노조에 준 뒤 노사 양측이 각각 2500억원씩 분담하라고 주장했다. 실체가 없는 돈을 미리 내놓으란 얘기다. 이 방안에 대해 현대·기아차 일부 노조까지 "남의 돈으로 생색내지 말라"고 반발했다. 제안을 주도했던 금속노조위원장은 기아차 노조위원장 출신이다. 자기 친정에서도 외면받은 셈이다. 실체를 몰랐던 정부는 처음에는 환영하는 듯했지만 실상을 알고 난 뒤 혀를 찼다. 현대차 노조나 금속노조 모두 `봉이 김선달`이란 비판이 이래서 나온다. 자신들의 희생 없이 회사 자금을 눈먼 돈처럼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대차 중국법인은 중국 4개 공장의 가동을 일주일간 전면 중단했다. 휴가 기간이라지만 교대근무로 일부 라인을 가동했던 예전과는 다르다. 전면 중단은 15년 만에 처음이다. 차를 만들어도 판매가 안 되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사드 배치 이후 중국의 보복이 진행되면서 실적이 급속히 추락하고 있다. 중국에선 사드에 더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경쟁력 있는 차종의 부재와 중국 토종 브랜드 약진이 겹쳐 올 상반기 판매는 반 토막이 났다. 급기야 정의선 부회장은 최근 대통령과의 간담회에서 중국 소재 협력업체에 대한 국책은행의 자금 지원까지 요청했다. 올해 판매 목표인 825만대를 달성하기는 불가능하다. 800만대만 채워도 감지덕지한다는 분위기다.

현대·기아차 노조는 이런 심각한 상황을 남의 일처럼 여긴다. 이미 파업을 의결했고, 협상이 결렬되면 파업에 돌입할 태세다. 올해 노조의 임단협 요구 사항을 보면 역시 귀족 노조답다. 기본급 7% 인상과 성과급으로 순이익의 30%를 요구했다. 1인당 3000만원 수준이다. 여기에 국민연금(노령연금)을 받게 되는 해의 연말로 정년을 연장해달라고 한다. 이럴 경우 최대 65세로 정년이 늘어나게 된다. 현재 3자녀에게 지원하는 대학등록금을 전 자녀에게 주고, 설·추석 선물단가를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올려달라고도 한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고용 보장도 주문했다. 생산 차종이나 공장 이전, 해외 공장 건설 때 노조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독소조항에 근거해서다. 연봉 1억원에 달하는 현대차 노조의 요구안건은 30개에 육박한다.

현대차 노조의 도를 넘은 태도는 현 정부 분위기와 맞물려 있다. 노동계는 정권 출범 직후부터 `촛불 청구서`를 내밀고 있다. 이미 총파업을 벌였고 심지어 `10개 공기업 기관장`을 `적폐 기관장`으로 규정하고 퇴진을 압박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적어도 1년 정도는 시간을 달라"고 다독일 뿐이다. 노사 문제의 양 축인 노조에 대해선 여전히 우호적으로 비친다. 반면 기업에 대해선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일자리 상황판을 시작으로 비정규직, 최저임금과 법인세 인상, 공정위 조사가 줄을 잇고 있다. 최순실 사태로 움츠렸던 대기업들은 뜨거운 여름에도 꽁꽁 얼어 있다.

이젠 현 정부가 귀족 노조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해야 할 순서다. 귀족 노조야말로 우리 사회의 적폐다. 일자리를 늘리려면 경제성장과 함께 강성 노조의 퇴출과 고용시장의 유연화가 시급하다. 독일의 하르츠개혁이 이를 보여준다.
하르츠개혁은 보수가 아닌 진보 정권이 만들어냈다. 노동계의 강한 반발을 사는 보수 정부보다는 노동계를 설득할 수 있는 진보 정부가 하는 게 오히려 현실적이다.

현대·기아차-금속노조-민주노총으로 이어지는 귀족 노조에 대한 혁신적인 제도 개선 없이 일자리 확대는 공염불이다. 현대·기아차의 파업 움직임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첫 시험대다.

[김정욱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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