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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매경포럼 김정욱

[매경포럼] 임계치 넘어선 反대기업 정서

  • 김정욱
  • 입력 : 2017.01.18 17:48:18   수정 :2017.01.18 17:5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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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어, 포드, 아마존, 피아트크라이슬러, 도요타, GM….`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글로벌 대기업들이다. 이들의 공통된 특징은 최근 미국 내 공장 설립이나 투자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는 점이다. 미국 내 생산은 인건비가 비싸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미국 내 투자를 선언했다.
모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압박 때문이다. 그는 다른 나라에 투자하려는 기업들에 관세 폭탄이나 무역보복 조치를 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미국은 `2017 국가별 기업가정신 지수`(세계기업가정신발전기구 발표)에서 6년째 1위다. 미국 헤리티지재단이 집계하는 경제적 자유(index of economic freedom)도 세계 11위(2016년)다. 기업가정신과 경제적 자유가 활기찬 나라다. 이런 미국에서도 대통령의 한마디에 글로벌 대기업들이 굴복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최근 `최순실 게이트`로 불거진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과 최순실 측 지원금을 놓고 뇌물죄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특검은 삼성의 경우 재단 출연금까지 뇌물이라고 단정했고 SK, 롯데 등 17개 그룹에 대해서도 뇌물죄 적용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부정한 청탁 여부와 출연금액 등을 고려해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특검의 생각과는 다르다. 독대 자리에서 대통령의 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 대기업 총수는 없을 것이다. 집권 5년간 2~3회에 불과한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나온 요구를 거절한 뒤의 불이익은 기업가라면 경험으로 알고 있다. 세무조사, 인허가 불허, 검찰·경찰을 통한 표적 수사. 현 정권의 눈 밖에 났던 CJ, 롯데, 효성은 물론이고 `정윤회 문건`을 보도한 언론사와 최순실 관련 조그만 컨설팅회사까지도 세무조사를 당해야 했다.

특검은 삼성물산 합병 지원을 대가로 재단 출연과 최순실 측 지원이 이뤄졌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만약 삼성물산 합병이 실패했다고 가정해보자. 이런 경우 대통령을 만난 기업 총수가 `합병이 실패했으니 대통령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고 얘기했을까. 기업들은 자신에 대한 지원 여부에 크게 관계없이 돈을 냈을 것이다. 당초 기업이 먼저 청탁을 하면서 돈을 줬으면 대가성이 명백하겠지만, 좋은 취지의 기부금이나 압박을 느껴 출연했다면 대가성으로 단정 짓기에는 무리가 있다.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이란 게 있다. 지난해 10월 국회 농해수위에서 의결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지원 특별법에 포함된 것이다. 농어민 지원을 위해 민간 기업과 농협 등이 매년 1000억원씩 10년간 총 1조원을 내도록 정해졌다. 재계의 목소리는 반영이 안 된 채 여·야·정끼리 합의했다. 기업의 돈은 언제든 걷을 수 있다는 위험한 발상이다. 최순실 사태에서 기업들이 잘못한 것은 철저히 따지지 않고 관행적으로 돈을 냈다는 점이다. 앞으로 정치권과 정부가 이 기금을 어떻게 모금할지 궁금하다.

재계는 지금 사면초가다. 특검 수사에다 반기업정서가 기승을 부리는 대선 국면이 겹쳤다. 대권주자들은 앞다퉈 재벌개혁을 외치고 있다. 문재인 후보는 2012년보다 더 강화된 방안을 내놓았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조차도 `재벌개혁이 불가피하다`고 외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각국은 규제 없애기에 힘쓰는데 우리는 거꾸로 가고 있다. 글로벌 무대에서 뛰어야 하는 대기업을 더 옥죄겠다는 대권주자들이 급변하는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트럼프의 보호무역과 사드를 둘러싼 중국의 경제 보복으로 인해 글로벌 여건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우리는 국정공백으로 인해 경제외교는 마비 상태다. 지난달 트럼프 당선자와 미국 IT 거물 회동에 초청받아 가겠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요청을 특검은 거부하며 출국금지시켰다. `우물 안 개구리식` 근시안적 사고다.
지금 트럼프를 만날 수 있는 한국인이 몇 명이나 있을까.

올해 재계 신년회에서 밝힌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호소다. "기업은 기업인의 전유물이 아닌 급여생활자의 삶의 터전이기도 합니다. 기업의 활력은 경제만이 아닌 이 사회의 맥박과 같습니다. 입법, 사법, 행정부 모두 올해 경제난국 타개에 응원해주시길 머리 숙여 부탁드립니다."

[김정욱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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