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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매경포럼 김정욱

[매경포럼] 盧 '운명이다' vs 文 '운명'

  • 김정욱 
  • 입력 : 2017.05.10 17:26:31   수정 :2017.05.10 17:2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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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 발을 담그길 꺼렸던 문재인 후보가 재도전 끝에 대통령에 당선됐다. 문 대통령은 정치 참여를 무척 싫어한 `자유인`이었다. 역대 대통령 중 특이한 경우다. 이런 그의 일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다.
문 대통령이 인권변호사로 활동한 것도, 참여정부 국정에 참여한 것도, 재야에 묻혔던 그가 대권에 도전하게 된 계기도 모두 노 전 대통령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유서에서 `운명이다`라고 했다. 나야말로 운명이다. 당신은 이제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하게 됐다."(저서 문재인의 `운명`)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 서거 후 참여정부가 이루지 못했던 `숙제`를 마무리하려고 정치에 뛰어들었다.

`사람 사는 세상`을 내건 참여정부는 빛과 그늘을 남겼다. 원칙과 상식을 중시했고 국세청 검찰 등 권력기관 개혁과 함께 보수 기득권층을 바꾸기 위해 다각적인 조치를 실시했다. 국민의 국정 참여를 시도했고 노동·시민단체와의 갈등 조정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국정운영 준비가 덜 된 `아마추어` 정권이었다. 곳곳에서 마찰이 불가피했다. 특히 국정과 정치권의 중심에 갑자기 뛰어든 386들의 폐단이 컸다. 이들의 개혁 의지는 강했지만 동시에 단점도 부각됐다. `진영논리, 선민의식, 과거지향`은 386을 상징하는 키워드가 돼 버렸다. 내 편이 아니면 적으로 분류했고, 젊은 시절 운동권 활동을 하지 않았으면 비겁한 자와 비도덕적 인사로 규정했다. 국가 경쟁력이나 미래산업 육성에 힘쓰기보다는 과거 청산에 초점을 맞췄다.

오히려 국가 핵심 정책에선 노 전 대통령이 더 유연하게 판단했고, 결단력 있게 행동했다. 정책브레인이던 이정우 정책실장 등 진보 진영의 반대에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밀어붙였다. `가장 고통스러운 결정`이라고 표현했던 이라크 파병도 결단을 내려 북핵 협상과 한미동맹의 지렛대로 활용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에 따라 재계에선 참여정부의 진영논리가 되살아날까 염려가 크다. 강력한 4대 그룹 개혁을 추진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리겠다고 말한 대목부터가 대기업 입장에선 걱정스럽다. 다만 문 대통령 스스로 분열된 여론을 의식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통합을 위한 첫 단추는 소통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구분과 평가를 잠시 내려놓고 재계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길 권한다. 대기업의 해외 활동에도 관심을 기울여보길 요청하고 싶다. 글로벌 시장에서 뛰는 한국 기업들은 지난 반년간 샌드백 신세였다. 미국의 통상 압박이 심해졌고 중국에선 사드 배치로 인해 우리 기업들이 일방적으로 얻어맞고 있다. 지금 재계가 간절히 원하는 것은 한국의 대통령이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 우리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고 국가의 이익을 지켜주는 것이다. 대기업은 `적폐`가 아니라 끌어안아야 할 통합의 대상이다. 국민의 바람인 일자리 창출과 경제활성화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지금 영어의 몸이 된 박근혜 전 대통령도 한때 대통합을 외쳤다. 18대 대선이 실시된 2012년 12월 19일 밤 광화문광장. 박 전 대통령은 "민생대통령, 약속대통령, 대통합대통령, 이 세 약속은 반드시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으로 각인됐기 때문에 많은 국민은 그렇게 믿었다. 그러나 밀봉인사와 수첩인사가 진행되면서 기대는 무너지기 시작했다. 세월호 사태와 국정교과서 논쟁으로 통합과 소통이란 단어는 무의미해졌다. 최순실 게이트로 대기업들은 죄인으로 몰렸다.


19대 대선이 실시된 9일 밤 문 대통령이 당선인 자격으로 광화문광장에 섰다. 그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고,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분들도 섬기는 통합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자신이 쓴 책 `운명`처럼 국정운영의 숙제를 맡았다. 이를 완수하는 건 다른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 59%를 진심으로 껴안기 위해 탕평인사와 통합정치를 하느냐에 달려 있다.

[김정욱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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