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 구독신청
검색전체보기
 

오피니언매경포럼 김정욱

[매경포럼] 中企는 善이고, 대기업은 惡인가

  • 김정욱
  • 입력 : 2017.04.12 17:24:49   수정 :2017.04.12 17:42:12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248920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일본 오사카역 인근 그랜드프런트빌딩에는 파나소닉 전시관이 있다. 이 전시관은 10여 개의 공간을 거실 욕실 서재 주방 창고 등으로 나눈 뒤 필요한 물품들을 배치했다. 일본 고령화 추세에 따라 리라이프(Re-Life) 개념을 도입해 노인 한두 명이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꾸며졌다. 전시된 물품은 대부분 파나소닉이 만든 제품이다.
전자기기, 가구, 세면대, 변기는 물론이고 심지어 낚싯대와 낚시찌까지 수천 개의 품목이 있다. 현장 안내원은 "파나소닉의 낚시찌는 세계점유율 1위"라고 소개했다. 대표적인 가전회사인 파나소닉의 생산품목은 6만개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파나소닉 관계자는 "파나소닉은 가전, 주택설비, 차부품 등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은 다 만든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만약 삼성과 LG가 낚싯대를 만든다면 국내에서 어떤 일이 발생할까. `문어발식 확장이다. 영세 기업 다 죽인다`란 거센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관련 기업들이 들고일어나 정치권까지 나설 게 불 보듯 뻔하다. 국내에선 `중소기업적합업종`이란 제도로 인해 대기업들이 이런 품목에 진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동반성장위원회는 두부, 제과점, 중고차 판매 등 100여 개 품목을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하고 있다. 이 업종은 대기업 진출이나 신규 출점이 제한된다. 대신 외국계 업체의 점유율이 올라가는 부작용도 낳고 있다. 중소기업 육성 취지지만 이를 꼭 제도적으로 규제해야 하는가란 논란도 거세다.

다음달 초로 다가온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은 잇따라 중기 지원 대책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게 중소기업청을 중소기업부로 승격시키는 것이다. 대선주자 5명 모두 제시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중소기업부로 이름은 다르지만 성격은 비슷하다. 신설 부처에 입법 발의권과 부처 간 행정조정권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중기단체의 10여 년 숙원인 `중소기업부 승격`을 폄하할 의도는 없다. 나름대로 필요한 측면이 있다.

문제가 되는 건 대선주자들의 기업관이다. `대기업은 악(惡)이고 규제 대상이며, 중소기업은 선(善)이고 지원 대상`이란 이분법적 사고가 잘 드러난다.

대기업에 관한 공약은 출자총액제 부활, 징벌적 손해배상제, 중대 경제범죄 무관용 원칙, 지주사 규제 강화, 대기업 감사위원 분리선출 등 경영을 옥죄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대기업 공약을 설명할 때도 적폐, 정경유착, 횡포, 갑질, 담합, 약탈 등 부정적인 단어들로 가득 채웠다.

반면 중소기업에 대해선 선심성 공약으로 일관한다. `중소기업이 청년 2명을 채용하면 세 번째 채용자에 대해 정부가 임금 지원` `유망 중기 취업자에게 월 50만원씩 2년간 임금 지급` `중소자영업 고유업종 법제화`. 절대적인 숫자가 많은 중소상공인을 겨냥한 포퓰리즘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이젠 이런 이분법적 프레임은 깨야 할 시기가 됐다. 업종 간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있는데 기업을 단순히 외형이나 규모로 나눈 뒤 조그만 기업만을 도와준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융합적 사고와 복합적인 기술이 요구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엔 더욱 그렇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며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반도체나 상용화에 수십 년이 걸리는 바이오 등을 중기가 감당할 수 없다. 여기에는 글로벌 대기업들이 뛰어든다. 도시바의 반도체 부문만 해도 매각가격이 31조원까지 치솟았다. 국내 대기업이 글로벌 플레이어가 돼야 중기의 사업영역도 넓어지게 되고 강소기업도 나오게 된다.

앞으로 법과 제도를 기업 규모보다는 미래지향적이고 고용 창출에 기여하는 업종을 우선 지원하는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
중소기업청도 창업기업이나 우수 기술기업을 육성하는 데 초점을 맞춰 개편할 필요가 있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중기 정책자금 분석` 보고서는 시사점을 준다. "정책자금을 많이 받을수록 우량 중소기업이 될 확률이 오히려 낮아졌다. 중기 과보호로 인해 80조원의 중기 정책자금이 한계기업 양산과 도덕적 해이를 낳고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린 측면이 있다."

[김정욱 산업부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경포럼 김정욱 더보기

오피니언 목록

박재현의 경제노트 더보기

박재현의 경제노트 썸네일급증하는 달러 투자

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