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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매경포럼 김정욱

[매경포럼] 삼성전자·현대차가 이민 간다면

  • 김정욱 
  • 입력 : 2017.02.15 17:21:42   수정 :2017.02.15 20: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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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추운 날씨에도 전북 군산 시내에서 1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모였다. 인구 27만여 명의 소도시에서 이례적이다. 이날 행사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의 가동 중단을 반대하는 총결의대회. 현대중공업은 선박 수주물량이 줄어들자 올해 6월부터 이 조선소 가동을 중단하겠다고 결정했다. 군산시는 이를 철회해달라고 주장한다.
이달 초부터는 송하진 전북도지사까지 나서서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 씨 자택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2만6000명의 군산시 근로자 중 조선업 종사자는 6300여 명으로 24%나 차지한다. 만약 가동이 중단되면 수천 명의 실업자가 생긴다. 이미 상가 영업과 부동산 경기는 물론이고 이 지역 대학생들의 취업까지도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수주물량이 급감한 현대중공업으로선 결정을 번복하기 쉽지 않다. 2010년 지은 최신식 도크이지만 주문받은 선박이 없기 때문이다. 군산은 거제와 함께 기업이 떠나거나 몰락하면 지역경제가 얼마나 피폐해지는지를 보여준다.

최근 대기업들은 숨을 죽이고 있지만 속마음은 폭발 직전이다. 특검 수사에다 정치권은 앞다퉈 재벌개혁을 외치고 있다.

특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다시 영장을 청구했다. 삼성물산 합병과 최순실 지원 사이 대가성을 입증하지 못하자 이번에는 합병 전후 삼성의 몇 년치 현안을 스크린한 뒤 순환출자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검찰의 오랜 관행인 `별건 수사`다. 나아가 재산 국외도피와 범죄수익 은닉이란 죄명까지 덧붙였다.

4개월간 먼지털기식 수사로 삼성 임직원들은 지칠 대로 지쳐가고 있다. 삼성 내부에서는 `이번 기회에 삼성전자 본사를 해외로 옮기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란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세율이 높고 규제가 심한 한국을 떠나 기업하기 좋은 국가로 이전하자는 얘기다. 재계 한 관계자는 "세금 내고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사회공헌도 하는 대기업들이 왜 이렇게 대역죄인처럼 욕을 먹어야 하나"라고 푸념했다.

물론 국민 정서상 본사의 해외 이전은 손쉬운 게 아니다. 그러나 반기업 정서가 확산되고 규제의 덫이 더욱 강해지면 기업 엑소더스는 남의 나라 일이 아닐 수 있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의 본사 이전은 빈번하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 20여 년간 74개 기업이 자국을 떠났다. 이들이 찾는 국가는 아일랜드 네덜란드 스위스 등이다. 법인세율이 낮거나 기업 규제가 적은 나라다. 이탈리아 국적의 피아트-크라이슬러 합병법인인 FCA도 본사를 네덜란드로 이전했다. 네덜란드는 대주주의 의결권이 2배로 인정돼 경영권 방어가 쉽기 때문이다.

자회사를 조세회피처에 두고 세금을 줄이는 기업도 많다. 애플 구글 MS 등 미국 50대 기업의 조세회피 규모만 연간 1조4000억달러에 달한다는 분석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해외로 나간 자국 기업의 귀환을 촉구하고, 외국 기업들의 미국 내 공장 유치를 연일 압박하는 것도 그만큼 이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만약 삼성전자가 본사를 해외로 이전하면 국내 영향은 얼마나 될까. 삼성전자의 국내 고용인력은 9만6000명. 국내 영업과 생산직을 빼더라도 스태프 인력 7만여 명의 국내 일자리가 줄어든다. 1인당 급여가 1억원이므로 연간 7조원의 내수가 사라지고 법인세 5조~7조원도 외국 정부 호주머니로 들어간다. 삼성 입장에서 법인세율이 12.5%에 불과한 아일랜드로 가면 매년 3조원가량을 아낄 수 있다. 한 해 사회공헌 기부금 4000억여 원도 굳이 한국에 낼 필요가 없다. 여기에 협력업체까지 고려하면 연간 수십조 원의 매출과 수십만 개의 일자리가 허공으로 날아간다. 결코 상상하고 싶지 않은 사태다.

최근엔 대권주자들마저 대기업 때리기에 몰두하고 있다. 상법개정안으로 재계를 압박하면서 여러 규제를 만들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뒤처진 국내 기업들이 지금의 경쟁력을 언제까지 유지할지 걱정하는 전문가들이 많은데도 말이다. 김인호 한국무역협회장은 최근 강연에서 "정치인들이 기회비용이란 개념만 갖고 있어도, 지금처럼 기업을 괴롭히고 국민을 가난하게 만드는 엉터리 법들을 안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인들의 기를 살리고 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정치권과 국민이 해야 할 시급한 과제다. 국내 대기업들이 한국을 등지는 날, 그때는 후회해도 너무 늦는다.

[김정욱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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