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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매경데스크 김선걸

[매경데스크] 북핵위기 골든타임의 행동수칙

  • 김선걸 
  • 입력 : 2017.09.07 17:46:08   수정 :2017.09.07 19:4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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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서부영화엔 늘 총잡이들의 결투가 등장한다. 주인공은 절대 먼저 총을 뽑지 않는다. 상대방이 총을 뽑도록 유도하고 총이 손에 닿는 순간 쏴버린다.

대부분의 서부 활극이 이 도식을 벗어나지 않는다.
정의로운 강자가 승리자이자 선(善)으로 표현되는 전형적인 카우보이식 사고다. 이런 모습을 미국의 본질이라고 설명하는 학자가 있다. `풍수화(風水火)`의 저자 김용운 한양대 명예교수는 나라마다 고유의 성격(원형)이 있어 비슷한 역사가 반복된다고 주장한다. 이런 결투 장면은 미국의 청교도적 정의감과 힘을 중시하는 문화가 섞여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1941년 일본이 하와이 진주만을 기습해 먼저 총을 뽑았지만 결국 미국이 2차 대전의 승자가 된 것도 마찬가지 패턴이다.

미국의 정의란 결국 명분이다. 서부영화에서 주인공은 결투를 지켜보는 마을 주민들이 정의롭다고 인정하는, 즉 상대가 먼저 총을 뽑는 순간까지 기다린다.

최근 북·미 관계는 이런 결투장면을 연상케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저서 `불구가 된 미국`에 이렇게 썼다. "내 교전수칙은 간단하다. 분쟁에 개입하려면 국가적 이익에 직접적인 위협이 있어야 한다. 또 이 위협은 대단히 명백해서 국민들이 분쟁지역이 어딘지 알고 개입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로 미국 본토의 `직접적인 위협`이 됐고, 수소폭탄 뉴스가 언론을 도배하면서 미국인들의 `이해`를 늘려 가고 있다. 임계치에 다가가는 느낌에 걱정이 커진다.

전쟁을 강 건너 불구경식으로 볼 일은 아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남예멘에선 지난 2년간 내전으로 민간인만 5144명이 숨졌다는 뉴스가 떴다. 시리아에선 6년간 희생자가 32만명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말 미국 CBS방송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무기로 뻥을 친다"고 했다가 두 달여 만에 핵실험 소식으로 뒤통수를 맞았다. 청와대와 백악관의 엇박자가 서너 차례 계속되더니 결국 트럼프로부터 "한국은 대북 유화적 정책이 쓸모없음을 알게 됐다"고 비아냥거리는 트위터를 받았다. 일본 총리는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는데 문 대통령은 휴가라는 이유로 연기하기도 했다. 이해하기 힘든 불안한 전조다.

일각에선 청와대가 `사드 반대`나 `반미`를 외치는 극렬 지지층의 눈치를 보다가 미국과 엇박자를 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실이 아니길 간절히 바란다.

세상 돌아가는 `팩트`엔 무지하고 본인에게 유리한 정보만 수용하는 `확증편향`으로 국민들을 참화에 빠뜨린 일이 역사엔 많다. 임진왜란 5년 전인 1587년 통신사로 일본에 다녀온 황윤길은 "반드시 전쟁이 있을 것"이라고 보고했지만 선조는 당시 파당 중 소수파였던 서인 황윤길을 무시했다가 비극을 맞았다. 1637년 병자호란 때 남한산성에서 청나라에 세 번 큰절을 올리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린 인조는 청나라와 화친할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명에 대한 의리를 외면하고 후금(청)과 친했다`고 공격해 광해군을 끌어내리고 즉위했던 인조는 스스로 명분에만 얽매여 화를 자초했다.

사실 문 대통령의 지금까지 행동에 불가피한 측면은 분명 있었다. 다른 나라가 전쟁 호들갑을 떨어도 대한민국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를 주장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이젠 차원이 달라졌다. 북한은 수소폭탄급 핵을 보유했음을 증명했다.

서부영화에서 상대의 손이 총집에 거의 닿은 셈이다. 북핵을 극복하는 방법은 단 하나다. 동맹국끼리 강철대오를 이루는 것뿐이다.
우리에겐 핵이 없지만 평화를 사랑하고 `한강의 기적`을 존중하는 우군이 많다. 운명이 갈릴 골든타임에는 동맹 사이에 작은 간극도 용납할 수 없다. 생명이 달린 순간에 신뢰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그 누가 받아들이겠는가.

시간이 없다. 판단 착오와 정보 부재를 연속한 외교 안보라인을 재정비하고 우리가 평화의 동맹 앞줄에 설 수 있도록 인재와 시스템을 갖출 때다.

[김선걸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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