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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매경데스크 김선걸

[매경데스크] 1950 흥남의 기적·2017 워싱턴의 악수

  • 김선걸 
  • 입력 : 2017.06.22 17:45:13   수정 :2017.06.22 23:4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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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인 2013년 6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에서 만났다.

오바마는 `피벗 투 아시아(아시아 회귀)`를, 시 주석은 `신형대국관계`를 주창하며 서로 패권을 과시할 때다. 슈퍼파워 미국과 뻗어가는 중국, 충돌은 숙명이었다. 오바마가 시진핑을 옆에 앉혀 놓고 중국의 사이버해킹을 공개 비난할 정도로 신경전은 치열했다.
첨예한 갈등 속에 안정감을 느끼게 한 매개체는 따로 있었다. 바로 두 정상이 앉았던 `삼나무 의자`다.

이 삼나무는 1972년 당시 닉슨 미국 대통령이 역사적인 데탕트로 `죽의 장막` 중국을 방문할 때 묘목으로 선물한 것이다. 당시 닉슨은 "미국 제국주의자가 여기 왔다"면서 "이제 전쟁 경쟁은 그만하고 경제 경쟁으로 바꾸자"고 선언했다.

미국이 열어젖힌 데탕트로 중국은 개방의 길로 들어섰고 40년 후 주요 2개국(G2)으로 불리는 번영한 국가가 됐다. 삼나무 의자는 미국이 중국을 평화와 번영으로 이끈 상징이다. 양국 국민은 이 의자를 보며 자부심과 고마움의 공감대 속에서 신뢰를 키울 것이다.

`삼나무 의자`가 불현듯 떠오른 것은 요즘 불안하기 짝이 없는 한미 관계 때문이다. 64년 전통의 한미혈맹은 문재인-도널드 트럼프 두 대통령이 들어선 이후 위태위태하다. 우린 `미국 우선주의`를 불안해하지만, 미국은 한국이 북한 정권에 맹목적으로 다가설까 염려한다. 두 정상은 곧 한반도 운명을 좌우할 정상회담을 한다. 파열음이 걱정되는 게 사실이다.

과연 이질적인 두 사람의 신념 혹은 아집을 넘어설 `삼나무 의자`가 우리에게 있을까.

필자는 두 나라가 함께한 `역사`를 생각한다. 누구도 바꿀 수 없는 엄중한 팩트 그대로의 역사 말이다. 예를 들어 문 대통령에겐 `흥남철수`의 가족사가 있다.

흥남철수는 사실 단순히 역사라 부르긴 부족하다. `인간에 대한 사랑`은 지옥 같은 전쟁마저 극복할 수 있음을 보여준 기적 같은 현실이다.

1950년 12월 19일, 군 수송선 메러디스 빅토리아호는 화물을 다 싣고 떠날 참이었다. 흥남부두엔 수십만 명의 피란민이 몰렸고 중공군의 포격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레너드 라루 선장은 이때 화물을 모두 버리고 승선정원 열두 명의 배에 흥남부두의 피란민들을 태우겠다는 결단을 내린다. 영하 20도 추위에 반나절 넘도록 계속된 승선, 기뢰와 포격을 피해 거제까지 사흘간의 항해, 항해 중 태어난 다섯 생명까지….

"팔꿈치로 밀치는 사람 하나 없었다. 그들은 난민이 아니었다. 그들은 품위를 간직한 사람들이었다." 한 사람의 부상도 없이 모두 하선한 후 라루 선장은 그날이 성탄절임을 알았고 그 자리에 엉덩방아를 찧고 주저앉았다.(공지영 `높고 푸른 사다리`)

이 배엔 무려 1만4000명이 탔다. 그중 갓난아이를 품은 한 쌍의 부부가 있었다. 그리고 거제에서 2년 만에 태어난 그 갓난아이의 동생은 대한민국의 19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어떤 한국인이, 미국인이 이 같은 사랑과 기적의 역사를 흘려들을 수 있을까. 실제 미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우정은 놀라운 경우가 많다. 함께 피를 흘렸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펜스 부통령의 아버지는 한국전 최대 격전지인 경기도 연천에서 싸우고 훈장까지 받았다. 던퍼드 합동참모본부 의장, 맥매스터 NSC 보좌관의 부친은 물론, 최근 방한했던 더빈 민주당 원내총무의 형도 한국전 참전용사다.

혈맹의 역사는 핵보다 강하다. 문 대통령이 `이질적인` 트럼프 대통령과 신뢰와 우정을 나누기에 더 강한 무기는 없다.


메러디스 빅토리아호를 탔던 문 대통령의 모친이나, 갓난아이였던 누나와 함께 방미하는 것은 어떨까. 비행기에서 함께 내리는 장면만으로 스토리텔링이다. 함께 피를 흘린 한미의 우정은 다시 각인될 것이다.

마지막 한 가지, 회담을 앞두고 재를 뿌리거나 `반미` 성향을 버리지 못한 참모들은 단호하게 배제하는 게 좋겠다. 웜비어라는 무고한 22세 미국 청년이 당한 비극에 분노하는 미국 국민들을 친구로 생각한다면 그건 최소한의 예의다.

[김선걸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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