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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매경데스크 김선걸

[매경데스크] 다시 시작된 제국들의 거래

  • 김선걸 
  • 입력 : 2017.01.05 17:26:26   수정 :2017.01.05 19: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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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거래가 시작됐다.

빛바랜 제국주의의 제복을 다시 꺼내입은 몇몇 나라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100여 년 전 `힘`을 바탕으로 세계를 유린하고 식민지를 쟁탈하던 방식을 흉내내고 있다.

오래전 그때, 조선은 대표적인 피해자였다.
1905년 7월 미국 장관 윌리엄 태프트는 일본으로 날아와 가쓰라 다로 일본 총리와 밀약을 맺는다. 미국은 필리핀을, 일본은 조선을 나눠갖기로 상호 인정한 비밀조약(가쓰라-태프트 밀약)이다. 이 뒷거래를 조선은 까맣게 몰랐다. 20년 후 우연히 협약서가 발견되고서야 세상에 알려졌다. 조선이 이미 일본 식민지가 된 한참 후였다. 지금 지구촌 곳곳에 그 시대의 데자뷔가 떠다닌다. 지난해 11월 14일,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에게 전화를 했다. 트럼프는 푸틴과 친하게 지내겠다고 공언해왔고 푸틴은 해킹을 통해 대선 때 트럼프를 배후 지원했었다. 둘은 첫 통화부터 훈훈한 `브로맨스(남성 간의 로맨스)`를 연출했다.

그런데 푸틴은 바로 다음날 발톱을 드러냈다. 항공모함 쿠즈네초프호까지 동원해 시리아에 공습을 쏟아부었다.

시리아 내전은 러시아가 알아사드 정부군을, 미국은 반군을 각각 지원했던 전장이다. 미국은 이번에 움직이지 않았다. 그동안 푸틴은 순식간에 제2도시 알레포를 접수하며 사실상 전쟁을 일단락했다. 짧은 순간에 알레포 전선에선 정부군과 반군, 난민들의 생사가 처절하게 갈렸다. 그러나 시리아인들은 `트럼푸틴`의 통화내용이 무엇인지 아직 모른다. 시리아의 운명은 다른 사람들의 손에 있었다.

과연 이게 시리아만의 얘기일까.

며칠 뒤인 11월 17일. 트럼프는 대통령 당선 이후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뉴욕 트럼프타워로 불렀다. 당선 후 첫 외국 정상과의 만남이었다. 둘은 1시간30분간 만났다. 트럼프의 장녀 이방카와 사위 쿠슈너는 물론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도 그 자리에 있었다.

이들이 북한 얘기는 분명히 했을 것이다. 어쩌면 방위비분담금이나 중국 혹은 사드 얘기까지 했을 수도 있다. 잇속에 밝은 두 사람이 무엇을 주고받았을까. 한반도 전략과 역할 배분도 논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우린 모른다. 당사자인데 말이다.

12월 15일. 아베는 야마구치현으로 푸틴을 초청했다. 전통 료칸에서 온천욕까지 베풀며 다음날엔 도쿄로 자리를 옮겨 이틀간 정상회담으로 스킨십을 과시했다. 야욕의 두 인물이 이틀간 무슨 얘기를 했는지 역시 우린 모른다. 우린 급박하게 돌아가는 정세에서 배제돼 있다.

이번엔 지난 세밑 한반도의 얘기다. `송박영신(送朴迎新)`이란 구호로 누적 1000만 촛불이 타오른 다음날, 북한 김정은은 신년사를 발표하며 미국까지 도달하는 핵미사일을 완성하겠다고 도발했다. 주변에 불꽃이 튀고 있는데 화약고를 열어젖힌 셈이다. 남쪽은 리더십 부재, 북쪽은 선제타격을 받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막 나가고 있다. 이것이 지금 한반도의 모습이다.

트럼프가 대만 총통과 통화하며 중국을 견제하자, 중국은 대항마로 북한을 지원하는 카드를 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졸지에 우리는 그들의 `카드`가 됐다.

우린 요즘 `거래의 대상`이 돼 가고 있다. 마치 물건이나 노예처럼 말이다.

불쾌하고 배알이 꼴리는 이유는 우리가 110년 전의 조선이 아니란 점이다. 세계 11위 경제대국으로 OECD 국가의 일원이다. 러시아나 일본 정도가 호락호락하게 볼 나라가 이미 아니다. 하필 격랑의 시기에 우리 리더가 공석인 점과 그래서 주변국의 `밀당`에서 배제돼 있으니 안타깝다.

우린 대통령 부재로 큰 기회를 잃고 있다. 헌재 결정이 신속해야 하는 이유다.

다음 대통령은 `거래될 것인가 거래할 것인가`의 선택에 서게 된다. 110년 전 조선의 고종황제는 실패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이미 강국이다. 새로운 시대는 기회일 수 있다. 단지 국민이 똘똘 뭉친다는 전제 아래서다. 촛불 이후는 우리 민족 운명의 분수령이다.

[김선걸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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