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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매경데스크 김선걸

[매경데스크] 트럼프-아베 조합의 아찔함

  • 김선걸
  • 입력 : 2017.02.16 17:15:29   수정 :2017.02.16 17:2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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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에겐 가벼운 장난이 다른 사람에겐 삶과 죽음을 가르는 일이 되기도 한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의 순간이 그랬다. 미국과 일본 양국 정상과 외교안보라인이 만찬을 하던 도중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잔칫상에 재를 뿌렸다. 리처드 디에가지오라는 이름의 배우(배우가 왜 이런 만찬에 초대됐는지 모르지만)가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지구 몇 바퀴를 돌았다.
"HOLY MOLY(세상에)!!! Center of action(현장의 한가운데)!" "북한이 미사일을 쏘자 시끌벅적해지는 현장을 봤다." 대통령 옆의 핵가방 담당자 사진을 띄우고 "릭! 그는 핵 축구공을 가지고 있다"고도 썼다. 핵이 개그 소재가 된 셈이다. 참석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아베 신조 일본 총리 휴대폰을 뒤에서 지켜보기도 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화하는 사진도 올렸다.

최고의 보안을 요하는 비상대응 과정을 호화 리조트에서 미국 대통령과 일본 총리가 일반인들에게 쇼를 하듯 다 보여줬다. 아마 지금쯤은 대화 내용과 참석자 신상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혹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책상 위에 보고서로 올라 있을 것이다.

김정은은 바로 다음날 말레이시아의 백주 대로에서 자기 형을 살해할 정도로 대담하다. 파티하듯 재밋거리로 SNS를 날릴 사안이 아니다. 지구 반대편 수십만 명의 생명이 걸린 중대한 문제였다.

트럼프가 주인인 마러라고 리조트는 최근 반년 사이 입회비를 두 배로 올렸다고 한다. 정말 SNS의 글처럼 "굉장한 경험"을 보장하는 곳이긴 하다.

트럼프는 이날 아베와 엄중한 표정으로 북한에 경고하는 기자회견을 했지만, 회견 후 아베 총리의 손을 잡고 급하게 향한 곳은 트럼프 거액 후원자의 결혼식장이었다.

트럼프는 "축하객 여러분! 여기 일본 총리도 데리고 왔습니다. 좋은 기념사진이 될 테니 사진 찍으세요"라고 외쳤다.

트럼프는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경솔해지고 있다. 사업가 때처럼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고 있다. 이번에 보니 트럼프가 진지하게 한반도 문제를 고민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렇다면 누구의 조언을 들을까. 이번 정상회담으로 아베 총리는 트럼프의 `귀`를 잡았다. 골프를 27홀 치고 1박2일간 네 끼의 식사를 함께하면서다.

결국 트럼프의 동북아시아 정책은 아베 입김이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 벌써 조짐이 느껴진다.

일본경제신문이 지난해 주인이 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5일 도쿄발로 뜬금없이 "일본이 환율조작국이 아니고 오히려 한국과 대만이 환율조작국이다"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아베가 트럼프를 뒤에 세우고 기세등등하게 북한에 경고하는 회견을 한 것이나, "트럼프는 북한을 거칠게 대할 거다"라고 말하는 등 호가호위는 시작됐다. 골프 라운드하며 둘이 한 얘기는 내용을 알 길이 없다. 일본 언론은 "무슨 얘기를 했는지 다른 나라가 궁금해하는 것 자체가 일본의 외교자산"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는 아시아에 뚜렷한 주관이 없고 아베는 군국주의의 신봉자다. 이 조합이 불안해 보인다. 아베가 한반도 문제를 어떻게 얘기했을까. 팩트를 넘어 일본의 이해관계로 주장을 폈을 것이다. 패전국 일본이 한국전쟁을 계기로 재기했다는 역사적 사실은 군국주의를 내세우는 아베가 어디로 기울지 걱정스럽다.

`슈퍼파워` 미국이 한반도에 대해 오판하지 않게 하려면 우리 목소리를 전달해야 한다.
정상외교의 성격상 오로지 대통령만이 할 수 있는 롤이다.

오는 7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다. 트럼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푸틴, 아베…. 근육질 외교의 스트롱맨들 사이에 현직 혹은 신임 대통령이 설 것이다. 어떻게 우리 이익을 보호할 것인가. 이대로 간다면 새 정권에서도 또다시 촛불이나 태극기가 난리를 칠 수 있다. 밖으론 스트롱맨을, 안으론 광장의 함성을 견뎌낼 리더가 지금 있는가.

[김선걸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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