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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매경데스크 김선걸

[매경데스크] 부끄럽지 않은 대통령의 주름살

  • 김선걸 
  • 입력 : 2016.11.24 17:29:47   수정 :2016.11.24 21: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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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폭삭 늙었다. 탱탱했던 피부는 쭈글쭈글해졌고 머리는 반백이 됐다. 꼿꼿했던 허리도 많이 구부정해졌다. `슈퍼 파워` 미국 대통령도 `세월을 이기는 장사는 없다`는 말의 예외는 아닌 모양이다.
한때 미국인들이 `검은 케네디`라며 열광했던 훈남의 모습은 찾기 힘들다. 8년 전 대선 당시 여성과 젊은 층에서 몰표가 나오며 `외모가 당선에 한몫했다`는 분석은 흘러간 노래가 됐다.

그러나 미국 국민은 늙은 오바마를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기는 주름살과 비례해 커지고 있다.

CNN이 24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오바마의 지지율은 57%로 집계됐다. 취임 이듬해인 2009년 58%를 찍은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떠나는 오바마에 대한 아쉬움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생큐 오바마(Thank You Obama)`라는 해시태그를 다는 열풍을 일으켰다. 영국 네티즌들은 `오바마를 총리로(Obama For PM)`란 해시태그를 달고 있다. 퇴임 후 영국 총리로 와 달라는 `오바마 다 썼으면 빌려주세요` 댓글도 이어지고 있다.

국민이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당연히 지난 8년간 경제를 살리고 복잡다단한 국정을 잘 이끌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게 다는 아니다.

그는 지난 8년간 항상 열려 있었다. 구중궁궐에 숨어 있지 않았고 늘 기자들과 농담하고 소통했으며(취임 후 지금까지 158번의 기자회견으로 연평균 20회), 백악관 일상을 여과 없이(물론 가끔은 연출이었다) 국민에게 보여줬다.

하버드대 연구팀에 따르면 대통령 같은 위정자는 국정 스트레스로 인해 3년 정도 수명이 짧아진다고 한다. 국민은 대통령이 국정을 위해 애쓰다 늙어가는 모습을 신문과 TV를 통해 가족처럼 지켜봤다. 이런 대통령을 싫어할 이유가 있을까. 해시태그에 달린 댓글도 `멋지고 위트 있는 대통령을 보내주신 신께 감사한다`든가 `아이들에게 롤모델이 돼 줘 고맙다`는 등 모두 인간적인 것들이다.

소통은 정직하고 투명해야 가능하다. 자꾸 가리고 숨기고 배제하면 거짓이 되고 의혹이 되고 적이 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원칙을 충실히 지켰다.

실제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선 전략적으로라도 열린 모습이 주효하다는 분석이 많다. 예를 들어 이번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는 2008년 대선 경선 당시 매끈하고 까칠한 도시 이미지가 유권자들에게 거부감을 일으켜 패인이 됐다는 분석에 따라 일부러 보톡스를 끊고 깊이 파인 주름살로 `할머니` 콘셉트를 연출했다. 지지율은 곧 국정의 핵심 동력이란 점을 감안하면 성공한 대통령이 되느냐의 관건은 열린 자세를 가졌느냐로 귀결된다.

다른 나라도 국민의 사랑을 받는 리더는 비슷하다. 11년간 총리로 재직했고 최근 4연임 도전을 선언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화장도 하지 않고 어제 입었던 옷을 입고 자주 등장한다. 모델이 아닌 바에 굳이 외모로 승부할 이유는 없다.

임기를 50여 일 남겨 놓은 오바마 대통령이 국민에게 감사의 인사를 받는 이 순간 우린 1년 이상 임기가 남은 대통령이 하야 압력을 받고 있다.

주술과 관련된 요사스러운 여성이 등장해 국민을 분노케 하더니 이번엔 청와대에 듣도 보도 못한 약품에 태반주사, 마늘주사까지 들여와 미용에 애쓴 흔적이 적나라하다. 외모를 가꾸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런 처방이 불법이거나 검증되지 않아 비밀리에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진짜 모습`을 국민과 공유할 수 없어 자꾸 숨기만 했던 모양이다.

기자회견을 자주 하고 국민 앞에 서라는 조언을 수백 번 했던 사람들은 자괴감이 든다. 국민을 위해 일하다 생긴 주름살과 흰머리를 보여주며 `멋진 할머니`로 퇴임하는 대통령의 모습은 국민만 꿈꾼 것일까. 우린 큰 교훈을 얻었다. `열려 있지 않으면 진짜가 아니다`는 사실. 그리고 `자꾸 닫는 것은 이유가 있다`는 사실 말이다.

[김선걸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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