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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매경데스크 김대영

[매경데스크] 국가의 품격

  • 김대영
  • 입력 : 2017.12.17 17:10:42   수정 :2017.12.26 16:2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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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베이징에서 발생한 중국 경호원들의 청와대 수행기자단 집단 폭행은 사실(팩트) 확인 작업부터 필요하다.

먼저 수행기자들의 무리한 취재가 원인이라는 일각의 주장이다. 대통령 참석 행사를 취재하는 기자는 청와대 간사단 협의를 통해 순번대로 `근접취재 비표`를 받는다. `풀 기자`로 불리며 이들만이 취재한다.
이날 사진 취재를 맡은 풀 기자 4명은 미리 청와대 경호팀과 취재 위치까지 협의했다. 그러나 양국 경호당국이 정한 3m 거리 제한보다 훨씬 먼 거리에서 중국 경호원이 제지했고, 이에 항의하자 풀 기자를 끌고 가서 폭행했다. 무리한 취재라는 주장은 거짓이다.

두 번째, 중국 정부는 책임이 없다는 주장을 따져보자. 중국 외교부는 한국 측 자체 행사라며 책임을 떠넘겼다. 그러나 매일경제가 직접 현지에서 확인한 결과는 전혀 달랐다. 전시장 측이 공안에 소속된 경호업체를 딱 한 군데만 지정했고 KOTRA는 비용만 분담키로 했다. 현장 경호원을 관리하는 권한은 베이징시 공안에 있는 만큼 중국 외교부의 발표는 사실과 다르다.

중국 경호원들이 쓰러져 있는 사람의 얼굴을 10여 명이 걷어찬 `사커 킥`은 심각한 범죄행위다. 뇌 손상을 유발하므로 이종격투기인 UFC도 금지한다. 이는 `길들이기 외교`의 단면으로도 보인다. 과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수행한 백악관 출입기자라면 이처럼 가혹하게 때렸을까.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무자비한 중국의 졸렬하고 비겁한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러나 국력이 아무리 커졌더라도 최소한의 국격(國格)이 있다면 국빈으로 온 수행단을 집단 구타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 측의 폭력 행동에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까. 미국 중앙정보국(CIA) 부국장을 지낸 레이 클라인의 국력 방정식을 참고할 만하다. 그는 국력을 국토·인구(Critical mass), 경제력(E), 군사력(M), 국가 전략(Strategy), 국민의 의지(Will)를 곱한 값으로 정의했다. `국력=(C+E+M)(S+W)`이다. 베트남이 최강 군대를 가진 미국을 이긴 이유가 이 방정식으로 설명된다. 베트남은 미국에 비해 지도자들이 제대로 된 리더십을 가지고 국민의 의지가 단합돼 `S+W`가 훨씬 높았다.

지금 한반도 위기 상황을 고려하면 국내에서 진보·보수, 친미파·친중파로 나뉘어 서로 공격해서는 안 된다. 국가의 자존심이 손상된 사건에는 같은 목소리를 내면서 `S+W`를 끌어올려야 한다. 한국의 정서적 매력과 사회적 매력을 높이는 노력도 필요하다. 글로벌 기준에서 신뢰받을 정책과 행동을 보이면서 다른 나라들과 연계도 강화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핵심 가치는 자유민주주의와 인권 보장이다. 폭력은 용납될 수 없고 언론 자유도 필수다. 이들 가치를 공유하고 지켜나갈 나라가 한국의 우방(友邦)이다. 그러나 중국은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지금까지 언론을 통제하며 인터넷까지 검열하고 있다. 언론 자유 순위가 176위로 최하위다.

이런 가정을 해보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취재하기 위해 방한한 중국 인민일보 기자를 한국인 경호원 10여 명이 집단으로 폭행했다면 중국은 어떻게 했을까. 당연히 책임자 처벌과 대통령 사과를 요구했을 것이다. 우리도 똑같이 해야 한다. 역지사지(易地思之)는 개인뿐 아니라 국가 간에 적용되는 원칙이다. 우리는 중국 측에 3가지를 공식 요구해야 한다.

첫째, 가해자 처벌과 손해배상 청구. 둘째, 공안 등 질서유지 책임자에 대한 문책. 셋째, 중국 정부 최고책임자의 공식 사과를 받아내야 한다. 이는 상처받은 우리 국민의 자존심을 어루만져주고 국가의 품격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요구다. 국민의 생명 보호는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다. 이를 요구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은 주권국도 아니고 독립국도 아니다.

중국도 이번에는 어물쩍 넘어갈 순 없다.
언론 취재의 자유가 집단 폭행당한 생생한 현장을 전 세계가 목격했기 때문이다. 140개국 60만명의 회원을 가진 국제기자연맹(IFJ)은 성명을 통해 이번 폭력 사건이 언론의 권리를 침해했다며 중국 측에 시정조치를 촉구했다. 전 세계는 중국이 이번 사태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지켜보고 있다. 중국 정부의 향후 태도에 그 나라의 수준과 품격(品格)이 드러날 것이다.

[김대영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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