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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매경데스크 김대영

[매경데스크] 지방소멸

  • 김대영
  • 입력 : 2017.10.01 17:24:25   수정 :2017.10.01 22:5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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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명절이다.

최근 추석을 앞두고 들른 고향은 쇠락한 모습이었다. 만나는 주민 대부분은 70세가 넘는 할머니들이었다.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양로원 역할을 하는 마을회관에 모여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도 많았다.
인사차 마을회관에 들렀더니,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라며 반갑게 맞아주셨다. 베트남 등지에서 온 며느리가 낳은 어린이들을 제외하고는 마을에 청소년은 보이지 않았다. 한 집에 평균 두 명도 살지 않았다. 잠깐 둘러본 중학교의 현실은 큰 충격이었다. 내가 다닐 때만 해도 학생 수가 600명에 달했는데 지금은 14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대로 10년, 20년이 지나면 모교가 사라질 것으로 생각하니 서글퍼졌다. 일본 총무장관을 지낸 마스다 히로야가 2014년에 발표한 `지방소멸` 보고서가 이미 내 고향에서 현실이 되었음을 목격하고 모골이 송연해졌다. 마스다 전 장관은 2040년이 되면 일본 열도 절반의 지자체에서 20~30대 가임기 여성이 지금의 반절로 줄어들면서 급격한 인구 감소를 겪게 된다며 해당 지자체 이름을 공개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일본은 총리가 직접 나서서 `인생 100세 시대 구상회의`를 구성하고 각료들과 함께 첫 회의를 가졌다. 일본의 공영방송인 NHK가 고령화의 그늘을 취재해 내보낸 특별 프로그램은 한국 사회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한 심각한 사회 문제다. NHK는 2010년 초 `혼자 살다 혼자 죽는 사회, 무연(無緣)사회`를, 2014년 9월에는 `노인표류 사회, 노후파산의 현실`을 보도했다. 준비 안 된 장수는 개인이나 사회에 악몽이 될 수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우리나라도 암울하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내년이면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14%에 달한다. 인구 고령화율이 7%에서 14%로 높아지는데 일본은 24년 걸린 데 비해 한국은 18년밖에 걸리지 않는다. 급속한 고령화로 우리 사회는 그동안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길을 가야 한다. 인구학자인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정해진 미래`라는 책에서 10년 후 한국에 닥쳐올 모습을 인구구조 변화를 통해 예측했다. 초·중·고교 교사와 학교 건물은 남아돌 것이고 신입생을 채우지 못한 많은 대학이 문을 닫게 될 것으로 예측했다. 2020년부터는 4년제 대학 중 50여 개가 필요없을 만큼 학생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20대 초반 남성 인구의 감소로 현역병 충원에도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100세 이상의 장수는 과거엔 반길 일이었지만 지금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2000년만 해도 100세인들은 전북 순창 등 장수마을에 많이 거주했다. 자신의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살았다. 그러나 2015년에는 100세 이상 중 65%가 도시에 살고 있다. 대부분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서 연명치료를 받는 사람들이다. 그만큼 국가의 건강보험 재정 부담은 늘어난다. 지금의 사회보험은 피라미드 형태의 인구구조를 전제로 설계되었지만 이제는 인구구조가 어린이는 줄고 노인층이 늘어난 T자 형태로 바뀌고 있다. 건강보험과 연금 재정에 대한 압박이 커지게 마련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1983년 한국의 합계 출산율이 2명이 되었을 때 산아제한정책은 폐지했어야 옳았다. 그러나 당시 60세 이상은 곧 세상을 떠날 것으로 생각해서 출산억제정책을 밀고 나갔다. 정책실패인 셈이다.

고령자에 대한 복지혜택을 너무 늘릴 경우 우수한 젊은 인재들이 다른 나라로 떠날 가능성도 있다. 이는 핀란드가 겪고 있는 문제다. 고령화로 복지비용 부담이 커지자 핀란드 정부는 대학과 학생에 대한 보조금을 삭감했다. 그러자 작년 한 해에만 25~34세 젊은층 5510명이 스웨덴, 독일, 영국 등지로 떠났다. 5년 전에 비해 25% 정도 늘어난 수치다.

고령화가 악몽이 되지 않으려면 정부와 기업, 학계가 머리를 맞대고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무엇보다 청와대가 정책의 초점을 국가의 미래에 맞춰야 한다. 청소년 인구비중이 줄어들고 지방이 쇠퇴하면서 대한민국이란 항공모함이 서서히 침몰하고 있다.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는 한 100세 장수는 우리에겐 축복이 아닌 커다란 재앙이다. 국정책임자인 대통령이 나서서 정책의 우선순위를 `과거`가 아닌 `미래`로 설정해야 한다.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미래는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시스템과 제도를 근본부터 바꾸는 대전환(Big Shift)을 서둘러야 한다.

[김대영 유통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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