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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매경데스크 김대영

[매경데스크] 유통산업 '칵테일 처방'을

  • 김대영 
  • 입력 : 2017.08.06 17:32:25   수정 :2017.08.06 18: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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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가 전통시장을 살린다는 명목으로 할인마트와 대형 유통 점포에 대한 시간이나 장소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자. 할인마트를 규제하면 전통시장이 살아날까. 소비자들이 쇼핑 습관을 바꿔서 할인마트가 문 닫은 날 전통시장으로 몰려갈까.

많은 소비자들은 규제 당국이나 국회의원들의 이 같은 기대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다. 인터넷 쇼핑몰에 접속해 최저가 구매를 하거나 해외직구를 한다. 사실 4인 가구가 줄어들고 1~2인 가구 비중이 높아지면서 한꺼번에 많은 물건을 사둘 필요가 줄어든 만큼 대형 할인마트가 차지하는 비중도 급속히 축소되고 있다.
이는 통계청 발표에서 확인된다. 2010년만 해도 전체 유통업 매출에서 대형마트 비중은 40%(38조원)에 달하고, 인터넷 쇼핑몰은 26%(25조원)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대형마트 비중이 32%(52조원)로 낮아지고, 인터넷 쇼핑몰은 39%(65조원)로 급성장했다. 같은 기간 백화점 비중도 26%에서 18%로 쪼그라들었다. 인터넷 쇼핑객이 계속 늘면서 지난 5월 대형마트 비중은 30%를 지켰으나 인터넷 쇼핑몰은 41.3%로 치솟았다. 급속한 정보기술(IT) 진보로 경쟁 상대가 바뀌었고 경쟁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우선 1인 가구 증가와 저출산 고령화 등 인구 구조 변화도 기존 유통업 패러다임 변화를 가속시키고 있다. 특히 유통기업을 위협하는 최대의 적(敵)은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IT기업들이다. 미국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은 최근 옷을 입어본 뒤 구입하는 실험에 나섰다. `프라임 워드로브(Prime Wardrobe)` 서비스를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 의류와 신발, 액세서리를 구매하기 전에 미리 무료로 착용해볼 수 있다. 100만여 개 상품 중 최대 15개를 골라 신청하면 집으로 배송된다. 7일 안에 옷을 입어본 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배달된 박스에 반품할 물건을 넣고 집 앞에 내놓으면 아마존이 회수해간다. 배달된 상품 중 마음에 드는 물건이 없다면 구매하지 않아도 된다. 이 서비스의 매력은 옷은 사이즈나 색상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에서 입어보고 사야 한다는 고객 불안감 해소에 초점을 맞췄다는 데 있다. 철저하게 고객의 처지와 관점에서 생각했기에 나올 수 있는 서비스다. 아마존이 이 서비스를 발표하는 순간 미국 주요 백화점과 대형 의류쇼핑몰들 주가가 폭락했다.

또한 아마존은 계산원이 없는 세계 첫 무인(無人) 매장을 선보였다. 매장에서 스마트폰 앱만 켜고 상품을 종이봉투에 담아서 가면 자동으로 결제된다. 인공지능(AI)으로 상품별 판매량을 예측해 알아서 주문을 넣고 상품 진열도 고객이 많이 찾는 품목 위주로 하도록 결정한다.

업종은 다르지만 한국 금융업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예상된다. 최근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영업을 개시하자 이틀 만에 50만명의 고객이 몰렸다. 카카오뱅크는 현재 너무 많은 국내 은행 오프라인 점포들의 구조조정을 가속시킬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이 헤엄치는 국내 시장이란 호수에 친숙함과 편의성, 가성비로 무장한 강력한 메기가 등장한 셈이다.

전통시장의 최대 경쟁자는 기존 오프라인 유통업태가 아닌 인터넷 쇼핑몰이며 아마존과 같은 IT기업들이다. 특히 할인점은 이미 정점을 찍은 만큼 해당업계 1위인 이마트도 올해는 신규 출점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런데도 아직도 정부의 정책은 `할인마트 vs 전통시장`이란 낡은 경쟁 프레임에 갇혀서 대형 할인점의 출점 규제나 영업 시간 규제에만 매달리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아무리 이런 방식으로 기존 유통업체의 팔을 비틀어도 전통시장은 살아나기 어렵고 정책적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선진국에서도 우리의 전통시장처럼 쇠락의 시기를 겪은 후 살아난 사례가 많다. 이는 대형 유통점에 대한 견제가 아니라 자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중앙정부, 지자체, 상인들의 노력에 힘입은 바 크다. 영국 런던의 코번트 가든시장을 비롯해 미국 시애틀의 파이크 플레이스시장, 일본 오사카 덴진바시(天神橋) 상점가가 대표적이다. 이들의 부활은 결코 대형마트의 팔을 비틀어서 만든 결과가 아니다. 지구상에 만병통치약이 없는 것처럼 정책 하나로 전통시장이 살아나는 일도 결코 없을 것이다.
의료계에는 여러 약을 조합한 칵테일 처방이 있다. HIV(후천성면역결핍증) 치료 등에 쓰인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IT기업과 전자상거래 기업으로까지 유통 관련 경쟁의 칸막이가 사라진 만큼 이들을 모두 포괄한 새로운 `유통 분야 칵테일 정책` 처방이 필요하다. 그 출발점은 과거의 고정관념을 버리고 소비자들의 달라진 쇼핑 행태나 니즈의 변화를 연구하고 고민하는 데 있다.

[김대영 유통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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