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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매경데스크 김대영

[매경데스크] 유나이티드항공의 최악 디지털평판

  • 김대영 
  • 입력 : 2017.04.23 17:28:12   수정 :2017.04.23 19:4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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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마이 갓, 오 마이 갓."

지난 9일 미국 시카고 오헤어공항을 출발한 유나이티드항공의 기내를 찍은 동영상에는 절규하는 승객들의 탄식과 강제로 끌려나오는 중년 남성의 비명 소리가 섞여 있었다. 실시간으로 퍼진 이 동영상은 유나이티드항공이 인간이 타는 여객기가 아니라 화물을 실어나르는 화물수송기로 전락했다는 인상을 줬다. 유튜브에 `유나이티드항공`을 키워드로 입력하면 조회수 410만건까지 달한 비난이나 패러디 동영상들이 대거 보인다.

처음에는 자사 직원의 행동이 적법한 절차에 따랐으며 승객에게 책임을 돌리는 듯한 발표문을 냈지만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오스카 무노즈 CEO가 나서서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며 사과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자사 승무원 4명을 태우기 위한 조치치고는 너무나도 큰 대가를 치르게 되었다. 기내에서 강제로 끌려나온 베트남계 미국인 의사는 코뼈가 부러지고 2개의 앞니가 뽑히는 중상을 입은 만큼 천문학적인 소송을 제기하려고 나섰다. 사건 발생 후 이틀간 유나이티드항공의 주가는 폭락해 시가총액이 5억달러(약 5700억원)가 날아갔다.

유나이티드항공의 고객을 무시하는 뻔뻔한 행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8년 캐나다의 가수 데이브 캐럴이 수하물로 부친 기타가 이 항공사의 부주의로 파손됐다. 캐럴은 변상을 요구했지만 항공사 측은 `24시간 이내에 피해 보상을 요구해야 한다`는 규정을 들어 거부했다. 그러자 캐럴은 항공사 직원들이 기타를 집어던지고 고객의 불만 제기에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습을 담아 `유나이티드가 기타를 부수네(United Breaks Guitars)`라는 제목의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유튜브에 올렸다. 이 동영상은 나흘 만에 조회수가 700만건을 넘겼다. 유튜브에 동영상이 유포된 후 2주 만에 유나이티드 주가는 무려 10%나 빠졌다. 3500달러짜리 기타 보상을 거부한 대가는 1억8000만달러의 시가총액 손실이었다. 이 회사는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안 고쳤다가 이번에 또 치명상을 입었다.

유나이티드항공의 가장 큰 손실은 고객들의 믿음을 잃은 것이다. 정확한 사실관계도 파악하지 않고 거짓말을 함으로써 전 세계 네티즌들을 분노케 했다. 그러나 유튜브와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를 통해 빛의 속도로 전 세계에 전파된 동영상은 속일 수 없었다. 회사의 해명과는 전혀 다른 사건 현장이 생생하게 전달됐다. 규정을 지켰느냐와는 상관없이 SNS상에서 펼쳐진 여론재판에서는 유나이티드항공 측에 유죄가 선고됐다. CEO가 즉시 사죄하고 피해보상과 재발방지 약속을 했어야 했는데 미적대면서 이 회사의 디지털 평판도 곤두박질쳤다. SNS상에서 파문이 확산된 사건은 발생 후 첫 12시간이 생명선처럼 가장 중요한데 이를 놓친 것이다. 부정적 뉴스의 파문은 빠르게 확산되고 긍정적 뉴스에 비해 수백 배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누가 보더라도 `나쁜 기업(제품)`이나 `나쁜 사람`으로 보이는 동영상은 핵폭탄과 같은 위력을 지닌다.

예를 들어 `좋은 기업`이라는 뉴스를 접했을 때는 사람들의 뇌리에는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르면서 하나의 카테고리에 묶이지 않는다. 직원들이 근무하기 좋은 기업일 수도 있고,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기업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나쁜 기업`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빠르고 확실하게 부정적인 인상을 심어줌으로써 해당 기업을 낙인찍는다. 사람들이 이처럼 부정적 뉴스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긍정적 뉴스에 비해 외세 침입이나 대형 자연재해 등 부정적 뉴스가 인류의 삶 자체를 위협했기 때문에 생긴 진화론의 결과다. 따라서 좋은 뉴스나 칭찬은 그 수가 아주 많아야 효력을 발휘하지만, 부정적 뉴스나 험담은 단 한 건만으로도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국내에서도 자녀의 갑질로 물의를 빚은 대기업이나 총수의 운전기사 폭행으로 지탄을 받은 기업의 이미지는 여전히 회복되지 못한 상태다.

디지털 평판관리는 입으로 풍선을 부는 것과 비슷하다.
힘들게 바람을 불어넣어서 풍선을 키우더라도 `위기`라는 바늘이 한 번만 찌르면 큰 파열음을 내면서 터진다. 속된 말로 한 방에 `훅~` 가며 찢어진 풍선은 종전 상태로 회복될 수 없다. 특히 고객과 접점이 많은 서비스기업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하면 불매운동이 일어나게 되고 자칫하면 회사가 망한다. 유나이티드항공의 되풀이되는 잘못된 위기대응은 두고두고 반면교사 사례로 회자될 듯하다.

[김대영 유통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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