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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매경포럼 장박원

[매경포럼]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직접 고용 이후

  • 장박원 
  • 입력 : 2017.10.16 17:18:13   수정 :2017.10.16 18: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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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는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를 다음달 9일까지 직접 고용하라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를 그대로 이행하려면 파리바게뜨는 600억원 상당의 인건비 부담이 생기고, 제빵기사를 가맹점에 공급했던 협력업체들은 문을 닫아야 하는 처지로 내몰린다. 더 큰 문제는 직접 고용 이후에도 불법 파견 논란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제빵업은 32개 파견 허용 업종에 속하지 않아 파리바게뜨는 가맹점주와 도급계약을 맺고 제빵기사를 가맹점에 보내는 식이 된다.
이럴 경우 인력을 보낸 하도급업체만 업무 지시를 할 수 있다. 법대로 하자면 가맹점주가 제빵기사에게 일을 시킬 때마다 파리바게뜨에 연락해 지시를 내려 달라고 요청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이게 가능할까? 파리바게뜨가 가맹점주, 협력업체와 공동으로 합작법인을 세워 제빵기사를 직접 고용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노동계와 정의당은 꼼수라며 반발하고 있다. 합작법인을 설립한다고 해도 협력업체와 가맹점주는 들러리에 불과하고 파리바게뜨가 실질적인 사용사업주 역할을 할 게 뻔하다는 것이다. 양쪽의 극적인 대타협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파리바게뜨는 결국 제빵기사 5378명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 문제는 그 이후다.

파리바게뜨의 인건비 부담과 협력 업체들의 행정소송 제기, 불법 파견 논란 외에도 현장에서는 뜻하지 않은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정부와 노동계가 원하는 대로 제빵기사들이 파리바게뜨라는 대기업 정규직에 고용되면서 처우가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가맹점들도 큰 비용 부담 없이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파리바게뜨가 제빵기사들을 직접 고용한 이후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상상해보면 왜 그런지 짐작할 수 있다.

우선 가맹점들은 제빵기사가 가맹본부 정직원으로 바뀌면 인건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수익을 내기 힘든 가맹점 입장에서는 괴로운 일이다. 비용 절감을 위해 직접 제빵 기술을 배우거나 자동화 설비를 확충하는 가맹점주들이 늘어날 것이다.

가맹본부 직원으로 지위가 바뀐 제빵기사를 불편하게 느낄 수도 있다. 업무를 지시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부담에 더해 가맹본부의 지나친 간섭이나 감시를 받는 건 아닌지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맹본부인 파리바게뜨도 곤란한 처지에 빠지기는 마찬가지다. 한 해 이익에 버금가는 규모의 인건비를 충당할 방법을 찾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가맹점의 제빵기사 수요가 줄면서 생길 유휴 인력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도 고민해야 한다. 제빵기사에게 다른 업무를 맡기는 과정에서 일어날 갈등과 분쟁도 골치 아픈 문제다.

가맹점주와 파리바게뜨의 어려움은 제빵기사들의 운명과 직결된다. 당장 파리바게뜨 직원이 되는 것은 좋겠지만 가맹점 파견 요청이 줄면 고용 안정성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다행히 제빵기사 업무를 그대로 할 수 있게 된다 해도 업무 강도가 세지는 것을 피하기 어렵다. 인력 운용의 효율성에 따라 제빵기사에게 가맹점에 대한 슈퍼바이저 역할까지 맡겨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아직 고용 조건이 확실하게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도 불안 요인이다. 업무 환경과 처우가 더 나빠질 수도 있다.

이솝우화에 `원숭이새끼` 이야기가 나온다. 어미 원숭이는 한 번에 새끼 두 마리를 낳는데, 키우는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한 마리는 전혀 돌보지 않고 다른 새끼는 극진히 아낀다. 하지만 어미의 이런 행위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는다. 돌보지 않은 한 마리는 건강하게 잘 사는 반면 애지중지 키운 새끼는 일찍 죽는다. 어미가 너무 사랑한 나머지 꼭 껴안아주다 보니 그만 질식해서 죽어버린 것이다.


제대로 키우는 법을 등한시한 채 잘 돌봐야겠다는 선의(善意)와 의욕이 앞선 결과 생긴 원숭이의 비극은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 그동안 제빵기사들이 다소 부당한 대우를 받았고, 일한 만큼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것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이 문제를 반드시 `직접 고용`이라는 방법으로 풀어야 한다는 것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수혜 대상인 제빵기사들을 곤경에 빠뜨리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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