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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매경포럼 장박원

[매경포럼] 코인 노래방과 그냥 노래방

  • 장박원 
  • 입력 : 2017.07.24 17:22:49   수정 :2017.07.24 17:3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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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노래방?" 노래방 간판을 보고 막 들어가려고 하는데 고등학생인 딸이 길을 막았다. "아빠, 코인 노래방으로 가자. 그냥 노래방은 돈이 아까워. 코인 노래방은 500원에 두 곡을 부를 수 있거든." 딸의 권유에 따라 요즘 학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는 코인 노래방을 처음으로 가보게 됐다. 그냥 노래방과 달리 코인 노래방은 아이들로 북적댔다. 하나 남은 방을 겨우 차지했을 때 코인으로 쓸 수 있는 1000원짜리가 부족하다는 걸 알았다.
잔돈을 바꾸려고 방 밖으로 나와 직원을 찾았다. 아무리 둘러봐도 사람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건물 밖으로 나와 50m 떨어진 편의점으로 달려갔다. 1만원을 내고 2000원어치 음료수를 사는 방법으로 잔돈을 구했다. 진땀을 흘리며 방으로 돌아와 보니 이번에는 마이크 커버가 없었다. 위생을 위해 필요한 물품이었는데 다 떨어진 것이다. "여기엔 직원이 없어?" "코인 노래방엔 당연히 사람이 없지." 있어야 할 게 없고, 받아야 할 서비스를 받지 못하니 약간 짜증이 났다. 딸과 노래를 부르면서 화가 조금 누그러지기는 했지만 무인(無人)으로 운영되는 코인 노래방과의 첫 만남은 영 어색하고 불편했다.

하지만 앞으로 코인 노래방을 거부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대로 3년 후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오르면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한 무인화, 자동화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징후는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주유소협회에 따르면 2011년 637개에 불과했던 셀프주유소는 지난해 2269개로 증가했다. 버거킹과 롯데리아, 맥도날드 등 패스트푸드 점포들도 무인계산기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10년 전 미국 할인점에서 무인계산기를 처음 봤을 때 신기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우리나라 대형 할인매장에도 무인계산기가 많이 눈에 띈다. PC방을 비롯해 작은 점포를 운영하는 사업자들도 자동화 기계를 쓰는 곳이 급속히 늘고 있는 추세다. 바야흐로 코인 노래방 현상이 전 업종으로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인건비가 비싼 선진국에서는 자동화가 더 급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무인점포인 `아마존 고`를 시범 운영하는 아마존은 물론이고, 월마트도 수천 개의 매장에 인간을 대체하는 자동화 기계를 설치하고 있다. 2030년 미국 소매업 일자리 3분의 2가 사라질 위험이 있다는 보고서까지 나올 만큼 `자동화의 역습`은 무섭다. 키오스크와 무인발권기 천국인 일본 역시 자동화 기계가 인간 일자리를 대체하기 시작한 지 오래됐다.

최저임금이 오르고 자동화가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경제 규모가 커지고 기술혁신이 이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경제생산성 대비 속도다. 그렇지 않아도 2000년 이후 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은 국민경제생산성 증가율에 비해 2배 가까이 높았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16.4%로 생산성 증가율의 4~5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생산성이 좋아지는 것에 비해 인건비 부담이 커진다는 의미다. 인건비는 제품과 서비스에 전가돼 고비용과 고물가로 이어질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득과 소비가 늘면서 경기가 살아나 일자리도 생길 것이라는 생각은 너무 낙관적이다. 소득과 더불어 생산성이 높아져야 경제가 좋아진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단기적으로 일자리 감소를 초래할 것이라는 점도 문제다. 이는 자동화 기계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코인 노래방 등장으로 그냥 노래방이 문을 닫으면 그냥 노래방에서 일했던 알바생들은 일자리를 잃게 된다.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에 따른 코인 노래방 현상은 그냥 노래방에 익숙한 사람들을 당황스럽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우선 자동화 기계에 익숙하지 않은 어른들에게 큰 불편함을 줄 것이고, 서비스 품질이 나빠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에 비해 높은 비용을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정말로 최저임금 1만원 시대에 적응할 준비가 돼 있을까?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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