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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매경포럼 장박원

[매경포럼] 中企 五賊

  • 장박원
  • 입력 : 2017.06.26 17:22:44   수정 :2017.06.26 18: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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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취업은 바늘구멍인데 중소기업은 구인난에 허덕이는 일자리 미스매치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체감 청년실업률이 20%를 웃돌 만큼 심각한 것도 일자리 숫자가 부족하기보다는 취업자들이 대기업에만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 열린 `2017 중소기업리더스포럼`에서 중소기업단체들은 일자리위원회를 결성해 정규직 청년 10만명 채용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는데 미스매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다.

요즘 청년들은 궂은일을 기피한다며 책임을 젊은 층에게 돌리는 이도 있다.
그러나 직원들 처우와 관련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실태를 보면 꼭 그렇다고 말할 수 없다. 우선 임금 격차가 너무 심하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기업 임금 총액은 월평균 323만원으로 대기업의 62.9%에 불과했다. 평균으로 따져서 그렇지 연봉이 대기업의 절반 이하인 중소기업도 많다. 여기에 열악한 근무 여건과 복지 수준, 낮은 인지도까지 감안하면 "차라리 백수로 지내는 게 낫다"는 한 취업 준비생의 한탄에 고개를 끄떡이게 된다. 중소기업이 이렇게 된 원인은 뭘까.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략 다섯 가지를 꼽을 수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가 대다수 중소기업들이 적정 이윤을 취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원자재, 물가, 인건비 상승과 상관없이 원도급업체가 끊임없이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중소제조업체 중에 하도급거래 기업 비중은 50%에 육박하지만 10곳 중 4곳은 적정한 수준의 납품단가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제값을 받지 못하면 영업이익률이 떨어져 생존하기도 힘든 처지에 몰린다. 제품 경쟁력 향상을 위해 설비와 기술 투자도 제대로 못 하는 상황에서 직원들의 근무여건을 개선한다는 건 생각도 못 한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일감몰아주기다. 이는 중소기업의 기회를 박탈하고 대기업 편중을 심화시키는 폐단이 있다. 상장사는 30%, 비상장사는 2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에는 일감몰아주기를 할 수 없도록 2013년 공정거래법이 개정됐다. 그러나 그 뒤에도 대기업 내부거래는 줄지 않고 있다. 지분매각과 합병 등 다양한 방식으로 규제를 피해 일감몰아주기를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세 번째 걸림돌은 대기업들의 기술탈취다. 납품을 조건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기술 자료를 요구하고, 핵심 연구개발 인력을 빼가는 등 수많은 사례들이 나오고 있지만 막상 수면 위로 드러나 크게 처벌받은 대기업들은 많지 않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보복이 두렵기도 하고 계속 거래를 해야 하기에 신고하지 않고 울며 겨자 먹기로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고한다고 해도 객관적 입증이 쉽지 않고 솜방망이 처벌에 배상도 충분하지 않다. 소송을 하다 보면 아무래도 경영에 소홀해지고 기업이 어려워질 게 뻔하니 처음부터 포기하는 일도 다반사다.

중소기업 스스로 성장을 포기하는 일도 벌어진다. 피터팬증후군이 대표적이다. 자산 5000억원 초과 등 일정 기준을 넘어서면 중소기업을 졸업하게 된다. 이때 없어지는 지원이나 혜택이 60개가 넘는 반면 규제는 심해진다. 이 때문에 기업을 쪼개면서까지 중소기업에 남아 있으려는 사태가 벌어지는데 이게 바로 피터팬증후군이다. 제도의 허점도 있지만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창업 초기 가지고 있었던 도전정신을 상실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실 중소기업들의 가장 큰 적은 기업가정신을 잃고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이다. 현실이 힘들다 보니 현상 유지만 하자는 생각을 갖게 되면서 중소기업들은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청년실업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길은 중소기업을 취업하기 좋은 직장으로 만드는 것이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정부와 대기업, 중소기업들이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 다만 어떤 정책도 첫술에 배부르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성숙함이 필요하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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