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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매경포럼 장박원

[매경포럼] 일자리 정책, 속도보다는 정확도

  • 장박원 
  • 입력 : 2017.05.29 17:47:22   수정 :2017.05.29 20:4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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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가 제자인 공손추와 호연지기(浩然之氣) 키우는 법을 주제로 대화하다가 이런 우화를 들려주었다. 송나라 사람이 있었다. 그는 자기 밭에 파종한 싹이 빨리 자라지 않는 것을 걱정한 나머지 밭에 가서 싹들을 모두 조금씩 뽑아 올렸다.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온 그는 아내에게 말했다.
"오늘 정말 피곤했어. 밭에 있는 싹이 올라오는 것을 내가 일일이 도와 주었거든." 깜짝 놀란 아들이 밭으로 달려가 보니 싹들은 이미 시들어 버리고 말았다. 빨리 뜻을 이루기 위해 조바심을 내다가 일을 그르친다는 의미의 `발묘조장(拔苗助長)`이 나오는 `맹자`의 한 대목이다. 맹자는 이야기를 끝내고 이렇게 덧붙였다. "남의 얘기 같지만 실은 천하에 조장을 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호연지기를 기르겠다며 무리하게 빨리 조장하는 것은 게으름으로 무익한 상태로 있는 것보다 더 해악을 끼친다."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공들여 추진하는 일자리 정책을 지켜보며 `발묘조장`이란 말이 떠올랐다. 명분은 좋지만 다소 서두른다는 감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고용 상황이 심각한 것만은 분명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실업률은 11.2%로 4월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비정규직은 600만명에서 800만명에 달한다. 근로자 2~3명 중 1명꼴로 비정규직이다. 그러니 어떤 수를 써서라도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필요가 있다. 민간 기업이 당장 채용을 늘릴 수 없으니 공공부문 일자리부터 확대하고, 10조원 규모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을 확보해 급한 불부터 끄겠다는 것도 일리는 있다.

다만 조급한 마음에 목적한 바를 이루지 못할까 걱정스럽다. 총론은 대체로 공감하지만 각론에 들어가면 사회적 합의를 위해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할 부분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공공부문 일자리 정책만 해도 그렇다. 상당수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은 채용 인원을 단기간에 늘릴 여력이 없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방문해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지만 정규직과의 갈등과 대폭 늘어날 인건비 부담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비정규직을 뽑지 못하면서 정규직 채용을 줄이는 일이 일어난다면 청년실업률을 더 올리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예산을 투입해 만들어진 공공기관 일자리가 얼마나 지속될지도 의문이다.

민간 부문도 마찬가지다. 새 정부 일자리 정책에 보조를 맞춰 일부 기업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장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생기고 있다. 정규직 전환 대상과 기준이 모호해 혼란을 겪는가 하면 치열한 경쟁을 거쳐 입사한 정규직의 반발도 감지된다. 정규직 전환 방식을 놓고도 여러 의견이 엇갈려 노사 합의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비정규직의 90% 이상이 중소기업에서 일한다는 점도 정책의 실효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일자리 정책이 성공하려면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대통령 집무실에 설치한 일자리상황판에 표기된 지표들만 가지고는 부족하다. 기업과 근로자들이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지 산업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그러다 보면 일자리 창출이 조장(助長)만으로는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싹이 올라오려면 햇빛과 물이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도 스스로 자랄 시간이 필요하다. 이는 기업 투자 환경을 개선해 경제성장을 유도하고, 그 결과 자연스럽게 신규 일자리가 생기도록 하는 것과 같다. 규제 완화와 연구개발(R&D) 지원 등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최고의 일자리 정책인 것이다.

맹자로 시작했으니 공자로 끝을 맺으려고 한다.
논어 `자로` 편을 보면 자하가 관직에 진출한 뒤 정책 수행에 관해 묻는데 공자의 대답은 이랬다. "빠른 성과를 얻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 빨리 성과를 얻으려고 하면 제대로 달성하지 못한다." `욕속즉부달(欲速則不達)`, 일자리 정책에 노심초사하고 있는 새 정부가 귀담아들어야 할 격언이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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