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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매경포럼 이진우

[매경포럼] 투기 블랙홀 '비트코인'의 앞날은

  • 이진우
  • 입력 : 2017.12.25 18:29:42   수정 :2017.12.25 19:4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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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인 A씨는 2018년 한국 자본시장의 최대 리스크로 비트코인을 꼽았다. 그는 "비트코인이 무섭다"고 말했다. A씨뿐만이 아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최근 한국 증시의 부진 원인으로 비트코인을 꼽는다.
변동성이 큰 코스닥에 타격이 더 크다. 심지어 요즘에는 불법 게임장마저 한산해졌다고 한다. 비트코인이 투기성 자금의 블랙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신용평가사 간부인 B씨는 강원도 산골짜기 고향 마을을 방문했다가 쇼크를 먹었다. 동네 할머니가 다짜고짜 비트코인에 얼마나 투자하면 좋겠냐고 의논을 하더란다. 남녀노소 구분이 없어진 `국민도박`의 단면이다.

언제부턴가 `누가 비트코인으로 떼돈을 벌었다`는 식의 얘기가 떠돌아다니고 있다. 주변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부자가 됐다는 소문은 치명적인 유혹이다. 이성이 마비돼 기꺼이 `폭탄 돌리기`에 동참한다. 이들을 부추기는 달콤한 얘기는 도처에 널려 있다.

비트코인에 대한 평가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 테크놀로지 측면에서 접근하는 엔지니어나 벤처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의 장래에 후한 점수를 매기는 경향이 있다. `스냅챗`의 최초 투자자로 큰 재미를 봤던 제러미 류는 2030년까지 비트코인 가격이 개당 50만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통화금융 전문가들 얘기는 정반대인 경우가 많다. 소비자 보호와 불법 방지 차원에서 규제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누구 의견이 옳은 것일까.

굳이 한쪽을 고르라면 필자는 후자 쪽이다. 적어도 비트코인만큼은 그렇다. 그 근거로 세 고수의 의견을 인용하고자 한다.

첫 번째 고수는 케네스 로고프 미국 하버드대 교수다. 그는 한 칼럼에서 "(블록체인) 기술은 번성하겠지만 비트코인 가격은 폭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은밀히 거래되는 비트코인에 대해 각국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투기 수요도 수그러들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각국 중앙은행이 독자적인 암호화폐를 만들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건 농담이 아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를 비롯한 기축통화국이 암호화폐를 만들면 비트코인은 설 땅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 보호, 자금세탁·탈세, 통화정책 실종 등 비트코인의 약점이 일거에 사라진다.

두 번째 고수는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다. 그는 비트코인이 인기를 끄는 유일한 이유로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을 들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비트코인은 사회적으로 유용한 기능이 하나도 없다"며 불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적으로(socially)`란 단어가 특히 중요하다. 비트코인이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존재한다면 상관없다. 그러나 투기 광풍으로 사회가 흐트러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본때를 보일 규제의 필요성도 커지게 된다.

마지막으로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다. 옐런 의장은 비트코인을 "안정적인 가치 저장 수단이 아니며, 아주 투기적인 자산(asset)"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결제 시스템에서 비트코인의 역할은 매우 작다"며 연준이 나설 일이 아니라는 투로 말했다. 비트코인에는 `레버리지(남의 돈으로 손익 부풀리기)`가 없는 만큼 거품 붕괴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일각의 진단을 떠올리게 한다.

이들 고수의 진단을 종합해보면 이런 결론이 도출된다. `비트코인은 투기용 자산에 불과하다. 따라서 사회적 해악이 커지면 언제든 불법화하거나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다. 필요한 암호화폐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면 그만이다.`

다른 말로 바꾸면 비트코인은 언제나 폐기·대체 가능한 `실험용`이라는 뜻이다. 폐기·대체의 결정은 기술자, 벤처투자자가 아니라 통화금융 전문가들이 내리게 될 것이다.
지금은 실험 결과가 궁금해 내버려둘 뿐이다.

한낱 실험용 자산에 불과한 비트코인에 내 돈을 집어넣을지는 각자가 판단할 일이다. 다만 돈을 잃더라도 남 탓은 하지 말아야 한다. 롤러코스터 같은 비트코인 시세 때문에 크리스마스 연휴를 심란하게 보냈어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이진우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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