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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매경포럼 이진우

[매경포럼] 꼬여 가는 일자리 상황판

  • 이진우 
  • 입력 : 2017.10.02 17:36:00   수정 :2017.10.02 23: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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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집무실에는 `일자리 상황판`이란 게 있다. 대통령 취임 직후인 지난 5월 24일, 문 대통령이 직접 이 상황판을 공개했다. 상황판에 무엇이 적혀 있는지는 금세 확인할 수 있다. 청와대 누리집에 들어가면 그 내역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수시로 상황판을 바라보며 일자리를 챙기는 대통령. 상상만으로도 국민들은 든든해진다. 단순히 기분뿐이 아니다. 이 상황판은 공직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요즘 정부가 내놓은 각종 발표에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게 `일자리`다. 각 부처 장차관들이 일자리를 중심으로 머리를 굴리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안타까운 점은 고용시장이 배배 꼬여 있는 탓에 정부가 원하는 방향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선 고용시장의 구조부터 꼬여 있다.

한국의 고용률은 66.1%(2016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68.4%보다 훨씬 낮다. 주요 국가에선 고용이 늘어나 콧노래가 나오지만 한국에서는 일자리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일자리가 있는 사람의 비율이 적으면 실업률도 높을 것 같은데 사실은 정반대다. OECD 평균 실업률은 7.5%에 달하지만 한국은 3.8%에 불과하다. 그 높다는 청년실업률(9.8%)도 OECD 평균(12.7%)보다 훨씬 낮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한국 청년층의 비경제활동인구가 유난히 많기 때문이다.

실업률을 구하는 공식은 `실업자/경제활동인구`다. 고용률은 `취업자/15세 이상 인구(경제활동인구+비경제활동인구)`로 계산된다. 포인트는 비경제활동인구가 고용률에는 분모에 포함되지만 실업률에는 아예 빠진다는 것이다. 한국 청년층은 높은 대학 진학률, 군 복무, 취업 준비, 가사 부담 등으로 아예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않거나 이탈하는 비중이 높다. 결국 청년 실업난은 통계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 그래서 여러 보조지표들이 개발됐지만 꼬인 구조까지 바뀌는 것은 아니다.

일자리가 없는 청년들도 먹고살아야 한다. 원래 국가가 책임져야 할 몫이지만 한국에선 이것을 부모가 책임진다. 청년 실업이 가족 전체의 불행으로 전이되는 구조다. 이를 뒷받침하듯 한국 장년층(55~64세)의 고용률은 OECD 평균을 크게 웃돈다. 청년층은 양질의 일자리를 못 얻고, 장년층은 질 떨어지는 일자리와 넉넉하지 않은 노후자금으로 가정을 부양하는 `꼬인 구조`다.

훨씬 더 꼬여 있는 건 정부 정책이다.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한 이유는 일자리 정책의 효과를 점검해보기 위해서다. 그런데 지난 다섯 달 동안, 새 정부의 정책은 일자리 창출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점검하고 말고 할 정책이 없었다는 얘기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전, 이른바 `소득주도성장론`을 둘러싼 비판 여론이 언론과 주류학계를 중심으로 거세게 일었다. 근거는 소득주도성장론이 가정한 `소득증대→소비증가→생산증가→투자증가→경제성장`의 흐름이 지나치게 이상적이라는 것이었다.

이에 대한 당국자들의 반응은 `억울하다`는 것이다. 애당초 소득주도성장론만 외친 적이 없으며, 규제 완화 등 공급 부문의 성장정책을 함께 제시해왔다는 반론이다. 맞는 얘기다. 그런데도 비판이 쏟아진 데는 이유가 있다. 새 정부가 `행동`으로 소득주도성장만을 추구해왔기 때문이다.

공공 부문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 파리바게뜨 제빵사 5300명 직접고용 시정명령, 2대 지침 폐기에 이르기까지 최근 정부 정책의 공통점은 이미 일자리를 갖고 있는 사람들을 더 챙겨주겠다는 것이다. 일자리를 새로 만드는 정책은 예산을 들여 공무원을 더 뽑겠다는 정도뿐이었다. 따라서 정부 당국자들이 억울하다는 표정을 짓는 것은 위선적이다. 말과 행동이 따로 놀았기 때문이다.


뒤늦게나마 문재인정부가 경제정책의 중심축을 `소득주도성장`에서 `혁신성장`으로 옮기기로 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 이미 점수를 많이 깎아 먹었다. 또 다른 말잔치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진우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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