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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매경포럼 이진우

[매경포럼] 초이노믹스 몰락의 교훈

  • 이진우
  • 입력 : 2017.08.07 17:17:49   수정 :2017.08.07 17: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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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초이노믹스(Choinomics)는 인기가 꽤 높았다. 2014년 7·30 재보궐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압승을 거두자 `1등 공신은 초이노믹스`라는 말까지 돌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초이노믹스는 높은 점수를 받곤 했다.

알다시피 초이노믹스란 박근혜정부의 2기 경제팀 수장인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주도한 경제정책이다.
핵심은 주택담보대출을 쉽게 받을 수 있게 해주고, 기업이 쌓아놓은 돈을 풀도록 유도하며, 증세 없이 재정지출을 늘려 경기를 띄우겠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이런 구상이 정말 먹혀드는 듯했다. 집값이 꿈틀거렸고 주가도 올랐다. 이랬던 초이노믹스가 요즘 잇달아 폐기 처분을 당하고 있다.

초이노믹스와 관련해 국민들에게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긴 것은 `빚 내서 집 사라`로 요약되는 주택경기 부양정책이었다. 최 전 부총리는 "한겨울에 여름옷을 입은 꼴"이라며 규제를 풀었다. 이게 8·2 부동산 대책으로 공식 폐기됐다. 각종 규제가 초이노믹스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8·2 대책의 배경을 설명하면서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라`는 이전 정부의 메시지였다"며 "정책적인 부추김이 있었다고 인정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기업이 쌓아놓은 돈을 풀도록 하겠다는 구상은 최근 세제개편안으로 흐지부지됐고, `증세 없는 재정지출 확대`는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았다. 정부와 여당은 기존 입장을 뒤집고 일사불란하게 증세로 방향을 고쳐 잡았다. 특히 초이노믹스의 또 다른 `시그니처 정책`인 담뱃값 인상은 아예 블랙코미디가 됐다. 옛 새누리당에 뿌리를 둔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얼마 전 담뱃값을 한 갑당 2500원 정도로 원상 복구하는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민망하고 참담한 일이다.

사실 초이노믹스의 퇴락은 일찌감치 예고됐던 것이었다. 출범 100일 후인 2014년 11월께부터 정치권과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의 혼란스러운 성장 계획`이란 사설을 싣기도 했다. 심지어 탄핵정국 때는 박근혜정부를 무너뜨린 실정 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최 전 부총리는 야속하겠지만 요즘 초이노믹스를 편드는 경제학자나 전문가는 찾아보기 힘들다.

돌이켜 보면 눈앞의 성과에 급급해 파국이 빤히 보이는 정책을 고집한 것이 가장 큰 패착이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식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혹시 `우리가 정권을 잡았는데 이 정도야 뭐 어때`라는 속내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초이노믹스의 영욕을 새삼 끄집어 낸 것은 문재인정부에도 참고가 될 만하기 때문이다.

우선 정책은 지속 가능성에 무게를 둬야 한다. 그러려면 이론적, 경험적으로 입증된 정책이 좋다. 물론 실험적인 정책도 필요할 때가 있다. 그럴 땐 분위기를 바꾸는 `마중물` 역할에 만족해야 한다. `빚 내서 집 사라`는 식의 정책은 초기에나 반짝 효과가 있을 뿐이다. 곧 바닥이 드러나게 돼 있다. 문재인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도 닮은 측면이 있다. 경제학적으로 입증된 바가 없는 실험이다. 경제 주체들에게 신호를 주고, 개선을 유도하는 역할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초반의 박수에 현혹되어서도 안 된다. 정책이 결실을 맺으려면 국민 지지가 필수적이다. 그래야 입법 과정을 거쳐 시행에 들어갈 수 있고,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버틸 수 있다. 문제는 민심이 수시로 바뀐다는 점이다. 초이노믹스가 욕을 먹는 이유를 되새겨 봐야 한다. 정책을 힘으로 밀어붙이는 등 오만해 보이거나 과속(過速)을 하면 국민 여론은 금세 뒤집어진다.

마지막으로 국민 부담을 늘리는 정책에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초이노믹스도 결국은 가계부채 이자비용과 주거비용 상승, 담뱃값 인상 때문에 욕을 먹었다.
국민 호주머니에서 돈 빼내는 것을 무섭게 여겨야 한다. 이번 정부도 세금을 비롯해 인건비, 전기료 문제 등을 충분한 고민 없이 결정하는 것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돈 많이 드는 정책 발표가 쏟아지는 것도 걱정스럽다. 곧 청구서가 날아들 것이다.

[이진우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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