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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매경데스크 박봉권

[매경데스크] 카뱅 100개 생기면 은행이 스스로 변할까

  • 박봉권
  • 입력 : 2017.09.03 17:28:57   수정 :2017.09.03 21:3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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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카카오뱅크 광풍이다. "카뱅 가입했느냐"는 인사말을 심심찮게 들을 정도니 말이다. 주변에 은행 마이너스통장을 카뱅 신용대출로 갈아타려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카카오프렌즈 캐릭터가 들어간 체크카드를 자랑하듯 꺼내보이는 지인들이 적지 않다.
출범 한 달여 만에 300만개 이상의 계좌가 개설됐고 체크카드만 200만장 넘게 발급됐다. 이미 5개월여 영업을 한 케이뱅크보다 여수신액은 2배 이상이고 체크카드 발급 숫자는 5배나 많다. 카뱅 신드롬으로 불릴 만한 성과다. 이 때문에 시중은행도 움찔한 것 같다. 카뱅이 해외송금수수료를 기존 은행권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내리자 건당 몇만 원씩 수수료를 챙기던 시중은행들이 아예 수수료를 안 받거나 수천 원대로 확 낮췄다. 금리를 바짝 올린 예·적금 특판상품을 갑작스레 내놓기도 했다. 경쟁이 소비자 선택지·혜택 확대로 연결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시선이 곱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렇게 여반장 하듯 쉽게 내릴 수 있는 것을 그동안 왜 안 했느냐는 볼멘소리가 없지 않다. 카뱅이라는 메기가 들쑤시지 않았다면 수수료·이자장사를 통해 쉽게 돈을 버는 행태를 지속했을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카뱅 출범과 함께 은행 기득권 적폐청산이 시작됐다며 통쾌해하는 반응도 나온다. 언뜻 보면 카뱅이라는 경쟁자 등장으로 현상 유지에 급급하던 금융 기득권에 심각한 균열이 발생한 것처럼 보인다. 거센 도전을 받으면서 은행이 스스로는 결코 선택하지 않았을 변화로 내몰리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은행이 그렇게 쉽게 바뀌지는 않는다. 시중은행에 카뱅 인기몰이는 찻잔 속의 미풍 이상 이하도 아니다. 카뱅이 아무리 날고 뛰어봤자 거대 은행이 마음먹고 제대로 힘 한번 쓰면 곧바로 무력화시킬 수 있는 미미한 존재일 뿐이다. 실제로 카뱅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지만 여수신 규모는 시중은행 지점 1개 수준 정도에 불과하다. 다윗과 골리앗 싸움에도 견주지 못할 정도다. 게다가 시중은행도 카뱅과 엇비슷한 모바일앱을 통해 모바일뱅킹을 하고 있다. 카뱅이 정말 위협이 된다고 생각되면 언제든지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확 키워 쉽게 제압할 수 있다고 믿는다. 다만 당장 비대면거래를 확 늘리면 기존 오프라인 영업점을 잠식하는 카니벌라이제이션 현상이 걱정돼 그렇게 하지 않을 뿐이다.

은행권은 더 강력한 무기도 가지고 있다. 기득권이다. 금융권이 대외적으로 규제완화를 외치면서도 관치·규제를 오히려 내심 즐긴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규제의 벽을 켜켜이 쌓아 더 높은 진입장벽을 만들수록 더 많은 수수료를 받고 예대마진을 키워 땅 짚고 헤엄치기식 이자장사를 더 오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규제가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기존 시장 구조는 고착화하고 기득권을 쥐고 있는 은행 쪽에 유리하게 확 기울어진 운동장이 만들어진다. 은산분리 규제완화 이슈만 해도 그렇다. IT 기업이 주도하는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를 위해 시대착오적인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은행들은 좌고우면하고 있다. 드러내놓고 은산분리 규제완화를 반대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지지하는 것도 아니다. 인터넷은행에 은산분리 규제완화라는 선물을 쥐여주면 현상 유지에 장애물만 되기 때문이다. 급성장하던 P2P 대출업체에 1인당 투자한도 1000만원이라는 재갈을 물린 것도 기존 금융권 로비 결과라는 설이 있다. 은행뿐만 아니다. 증권업계는 은행 등 타 업권의 금투업 진입을 막기 위해 칸막이식 전업주의 규제 유지를 원하고 있다. 시장점유율을 지키려는 대형 카드업체들은 부가서비스 출혈경쟁 억제, 모집인 규제 등을 금융당국이 밀어붙이면 속으로 좋아한다. 신규 진입자를 막아 경쟁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규제 덕분에 기득권을 지킬 수 있어서다. 이처럼 규제·진입장벽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기득권 금융층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경쟁이 없으면 금융사는 구태의연한 영업방식에서 벗어나야 할 유인을 찾지 못한다.
경쟁만이 혁신을 불러올 수 있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게임에 직접 개입해 감 놔라 대추 놔라 하기보다는 공정한 게임의 룰을 만들어 경쟁이 확대될 수 있는 기반 조성에 올인해야 한다. 규제를 쌓는 대신 없애야만 경쟁이 확산돼 기존 금융권 과점이익이 줄고 소비자 후생은 높아진다. 규제를 확 풀어 카뱅이 100개 정도 더 생겨나면 그때야 시중은행이 생존을 위한 변화에 나서지 않을까.

[박봉권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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