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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매경데스크 박봉권

[매경데스크] 고공행진하는 지지율과 대중독재 우려

  • 박봉권 
  • 입력 : 2017.07.30 18:07:48   수정 :2017.07.30 21: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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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조원대에 육박한 사상 최대 규모의 가계부채를 잡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분주한 금융당국이 요즘 난감하다. 17년래 가장 큰 폭(16.4%)으로 오른 최저임금(시급 7530원) 탓이다. 최저임금과 가계부채 간에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지 고개를 갸우뚱할 수 있다. 상황은 이렇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신(新)DTI 도입과 함께 8월 가계부채 대책 핵심은 가파르게 늘어나는 자영업자 대출 규제다. 그런데 정부가 최저임금을 파격적으로 인상하면서 상황이 돌변했다. 580만 자영업자·소상공인이 거세게 반발하자 움찔한 정부는 임금 인상분 일부를 재정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당초 자영업자 대출 옥죄기에 나서려던 금융당국도 이제는 자영업자 금융 지원책을 고민해야 하는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하게 됐다. 9급 공무원 보수가 최저임금에 못 미치고 한계사업장 감원으로 일자리가 줄고 저임금을 좇아 기업들이 해외로 탈출하는 의도하지 않은 역풍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정부가 1년간 시행해 본 뒤 1만원 최저임금 목표에 대한 속도 조절이 가능하다고 한발 물러섰지만 영세사업자가 실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한꺼번에 확 올린 최저임금은 하나의 예일 뿐이다. 소득 주도 성장과 일자리 증대를 외치면서 전후좌우를 재지 않은 즉흥적 결정으로 되레 일자리가 파괴되는 등 당초 의도와 정반대 결과를 가져오는 설익은 정책이 잇따르고 있다. 의욕만 앞선 나머지 정책 파장과 효과에 대한 스터디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보여주기식 조급증에 빠져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전 세계 국가들이 기업 유치를 위해 법인세를 낮추는 등 친기업정책을 강화하고 있지만 우리는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제로화에다 돈 많이 버는 기업에 법인세를 더 물리는 페널티를 주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처럼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행보를 보이면서도 기업에 일자리를 늘리라고 압박한다. 정책 모순을 알고도 모른 체하는 건지 아니면 정말 상황 파악이 안 되는 건지 헷갈린다. 군사작전 하듯 속도전으로 밀어붙인 신고리 원전 5·6호기 가동 중단 결정도 제 발등 찍기와 다름없다.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에너지 안보·주권을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가장 저렴하고 청정한 에너지원을 포기한 데 따른 결과물은 전기료 인상과 기업 경쟁력 약화다. 원전 수출과 일자리 창출도 물 건너갔다. 백 번 양보해 탈원전 이상 실현을 위해 노후 원전을 폐쇄할 수는 있다. 하지만 9년간의 공론화 과정을 거쳐 적법하게 공사에 들어갔고 30%에 달하는 공정률에 1조원이 넘는 돈이 투입된 원전 건설을 명확한 이유 없이 막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정당하지도 않다. 대표성도 없는 시민배심원단에 영구 폐쇄 여부를 결정짓도록 하겠다는 발상은 무책임의 극치다. 정말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면 안전조치를 더 강화하면 될 일이다. 원전사고를 다룬 영화 `판도라`를 보고 문재인 대통령이 눈물을 흘렸다는데 잘못된 정보와 괴담에 기반한 감상적이고 즉흥적인 결정은 아닌지 자문해 볼 일이다. 불필요한 사회적 논란을 부추기고 경제효과도 불확실한데도 정부가 사회적 파장이 큰 이슈를 일사천리로 몰아붙이는 배경에는 70%대 높은 지지율이 자리 잡고 있다. 민심이 내 편이라는 자신감으로 모든 사안을 국민투표로 결정하자고 나올 분위기다. 지리멸렬한 야당이 무력화된 상황이라 견제 세력도 없다. 부지불식간에 대중독재가 확산될 수 있는 완벽한 환경이 구축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브렉시트나 도널드 트럼프 당선에서 보듯 대중이 항상 합리적인 것은 아니다. 맹목적 지지층을 향한 보여주기식 조급증이 포퓰리즘으로 연결되면 정책 헛발질이 잦아질 수밖에 없다. 이미 그리스, 베네수엘라, 브라질 등에서 목도했던 일이다. 여반장하듯 순식간에 바뀌는 게 지지율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80%를 웃도는 지지율로 장기 집권이 당연시됐지만 최근 지지율이 26%로 급전직하해 국정운영 동력을 상실했다. 정부의 선한 의지를 의심하지는 않지만 지지율이 높을 때 모든 것을 한꺼번에 다 이루겠다는 조급증과 아집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책 모순과 역효과는 애써 좌고우면하면서 이념과 감상의 잣대로 모든 이슈를 재단하면 사회적 갈등과 비효용만 커질 뿐이다. 잘못된 정책을 주워 담는 것은 용기 있는 행동이다. 주워 담지는 못하더라도 수정하고 개선하는 것도 용기다.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밀어붙이는 것은 신념이 아니라 오기다.

[박봉권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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