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 구독신청
검색전체보기
 

오피니언매경데스크 이은아

[매경데스크] 직접 빵굽는 빵집 주인이 늘어나면

  • 이은아 
  • 입력 : 2017.11.16 17:15:46   수정 :2017.11.16 17:20:46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761752 기사의 0번째 이미지
노무현 전 대통령은 8·31 대책으로 대표되는 부동산 규제 대책을 내놓으며 "헌법보다 고치기 어려운 부동산대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지금 집 사면 후회한다"고도 했다.

고삐 풀린 집값을 잡아 부자들이 불로소득을 올리지 못하게 하고, 서민들이 내 집을 갖게 하겠다는 좋은 의도였다. `버블세븐`으로 통칭되는 강남을 포함한 집값 급등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편이 갈렸고, 강남 타깃형 정책에 속 시원해 하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집값은 잡히지 않았다. 당시 정책들은 결국 강남의 공급 부족을 초래하며 집값을 끌어올렸고, 부자들을 더 부자로 만들고 말았다. `만약 그때 집을 샀더라면…` 하는 후회는 정부가 위한다던 서민들의 몫이었다.

성적으로 학생들을 줄 세우지 않겠다는 의도로 출발한 대입 입학사정관제와 학생부종합전형. 학생들의 꿈과 끼를 살리고 학교 교육을 정상화시키겠다는 의도로 출발한 이 제도는 아이들을 내신, 비교과, 수능을 모두 준비해야 하는 `죽음의 트라이앵글`로 밀어넣고 말았다. 대학들은 우수한 학생을 뽑기 위해 다양한 평가수단을 도입했고, 정성평가는 확대됐다. 같은 내신 등급을 가진 학생들끼리 경쟁할 때 특목고나 자사고, 강남 유명 일반고 학생들이 평범한 일반고 학생들보다 유리하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본고사 수준의 면접을 도입한 대학도 여럿이다. 정유라처럼 `빽`으로 대학 문을 통과하는 경우도 있다. 입시제도와 공교육 제도의 근간으로 여겨지던 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 등 `3불 정책`이 사실상 살아났다.

고용노동부는 파리바게뜨 본사에 제빵기사를 직접고용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파리바게뜨는 가맹점주, 협력업체와 공동으로 합작법인을 세워 제빵기사를 직접 고용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일부 제빵사들이 반발하고 있고, 정부 역시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시간을 벌기 위해 결국 파리바게뜨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본사의 통제를 받으면서, 본사 직원에 비해 처우가 좋지 못한 제빵사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고용안정성을 보장하려는 정부의 의도는 좋다. 초과근무 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거나, 법률이 정한 선을 넘은 과도한 간섭이 있었다면 모두 시정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시정 방법이 꼭 본사 직접고용이어야만 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얽힌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정부의 의도가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확신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제빵사들이 일하는 곳은 가맹점이다. 제빵사의 인건비를 부담해야 하는 곳도 가맹점이다. 가맹점주 처지에서는 본사 직원으로 지위가 바뀐 제빵기사들이 자신들의 감시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걱정인 것은 가맹본부 정직원으로 바뀐 제빵기사의 인건비다. 그렇지 않아도 수익을 내기 빠듯한 가맹점들은 제빵기사 임금 인상으로 귀결될 이번 조치가 달갑지 않을 수밖에 없다. 가맹점주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직접 제빵 기술을 배우거나 자동화 설비를 확충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가맹점주들이 직접 빵을 굽는다면 제빵기사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고, 본사에는 일할 빵집을 찾지 못한 제빵기사가 넘쳐날 수 있다. 본사는 유휴 인력이 된 제빵기사에게 다른 업무를 맡기거나, 정리해고를 시도하려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일어날 갈등과 분쟁, 제빵기사들의 처지를 헤아려보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정책이 의도한 성과를 내려면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해관계자들이 움직여야 한다.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명분만 추구한다면 정책 효과는 거꾸로 나타날 수 있다.
정부가 가장 완벽한 능력을 갖췄고,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다는 생각은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가 지적한 대로 `치명적 자만`일 수도 있다.

이미 파리바게뜨 가맹점주 1000여 명은 본사에 제빵교육을 받게 해줄 수 있는지를 문의해왔다고 한다. 제빵기사를 내보내거나, 줄이고 직접 빵을 구워볼까 고민하는 가맹점 사장이 이미 1000명이 넘는다는 얘기다. 가벼이 여길 일이 아니다.

[이은아 유통경제부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경데스크 이은아 더보기

오피니언 목록

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