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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매경데스크 이은아

[매경데스크] 어디로 대피하시겠습니까

  • 이은아 
  • 입력 : 2017.08.31 17:39:14   수정 :2017.08.31 20:3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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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이들의 체육수업이 한창인 한 초등학교 운동장. 갑자기 사이렌이 울리자 선생님과 학생들은 몸을 낮췄다.

"훈련상황입니다. 미사일이 발사됐습니다." 스피커에서 안내방송이 나오고, 교사와 학생들은 체육관으로 재빨리 이동했다.
체육관에 미리 도착한 자원봉사자들은 아이들을 체육관 바닥에 줄지어 앉혔다. "200㎞ 떨어진 해상에 미사일이 떨어졌습니다. 아직 피해상황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니, 이동하지 말고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방송이 이어졌다. 훈련이 끝나자 정부 관계자는 "일본에 우호적인 상황이 되도록 정부가 최선을 다하고 있는 만큼 일본에 미사일이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그들이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자위대는 미사일을 격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직접적으로 북한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 훈련이 북한의 공격에 대비한 훈련이라는 것은 아이들도 모두 알고 있다. `4월 위기설`이 거론되며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심상치 않았던 지난 4월 일본의 한 초등학교에서 실시된 북한 미사일 대피훈련 모습이다. 일본은 8월 29일에도 북한이 발사한 중거리 탄도미사일이 자국 영공을 통과하자, 발사 탐지 5분 뒤 전국에 경보시스템과 주민 대피령을 발동했다.

#2. 괌 국토안보부는 북한이 `괌 포위사격` 등을 거론하며 위협하자 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비상행동수칙을 주민들에게 배포했다. 행동수칙은 사전에 비상물품키트를 준비하고, 가정비상계획을 세우고, 인근 콘크리트 구조 대피시설 목록을 확인할 것을 권한다. 비상상황이 벌어지면 콘크리트 건물이나 지하로 대피하고, 실명의 위험이 있으니 화구(fireball)나 섬광을 바라보지 말라고 안내한다. 폭풍은 30초 이상 지속될 수 있으니 머리를 낮추고, 샴푸나 비누로 머리를 감되, 린스는 방사능 물질이 머리카락에 침착되므로 사용하지 말라는 세세한 권고도 담겨 있다. 방사능은 인간이 감지할 수 없으므로 `방사능 위험지역` 표시가 된 곳에 접근하지 말라는 사후조치도 잊지 않는다.

#3. 미국 유학 중 아이를 미국 어린이집에 보낸 A씨는 등원 첫날 준비물 리스트에서 `emergency kit`라는 것을 발견했다. 비상식량과 담요, 손전등, 에너지바, 과일스낵, 티슈, 물수건, 주스 등을 한데 모은 키트였다. 부모와 떨어지게 될 만약의 상황이 닥쳤을 때 아이를 안심시킬 수 있도록 엄마나 아빠가 쓴 편지와 가족사진, 아이가 좋아하는 인형도 키트에 넣어 보내라고 했다. 한국에 돌아와 다시 유치원에 보냈을 때는 이런 준비물은 필요 없었다.

#4. 북한의 공격에 대비하는 민방공 대피훈련이 열린 8월 23일 오후 2시. 서울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은 학교 건물 1층 복도에 모였다. 선생님이 교실에서 대피훈련에 대한 설명을 하긴 했지만, 1층에 학생들이 모인 후에는 어떠한 안내도 없었다. 옆자리 친구와 잡담을 나누던 아이들은 1~2분 후 교실로 돌아갔다. 같은 시간 또 다른 학교 학생들은 운동장으로 대피했다. 운동장은 장사정포나 미사일 공격을 받을 경우 가장 먼저 위험에 노출되는 곳이다. 상급학교에서는 아예 대피훈련을 하지 않고 정상수업을 한 곳도 많다.


만약에 정말로 돌발적인 위기상황이 닥친다면 주기적으로 대피훈련을 하는 일본 초등학생과 아무 대책 없는 우리 초등학생 중 누가 더 질서 있게 대피할 수 있을까. 이머전시 키트를 챙기고 엄마 아빠 사진까지 지닌 미국 아이들과 우리 아이들 중 누가 더 침착하게 구조를 기다릴 수 있을까. 민방공 훈련을 그저 일시 통행정지쯤으로 여기는 우리나라 성인들과 섬광을 쳐다봐서는 안 된다는 안내문을 숙지한 괌 주민들 중 누가 더 안전할까. 미사일 발사 탐지 5분 만에 경보시스템이 가동된 일본과 아침 잠에서 깨어나서야 뒤늦게 뉴스를 접한 우리 중 누가 더 위기대처 능력이 있을까.

공포를 조장할 필요는 없지만 혹시 있을지도 모를 위험에 대비할 필요는 있다. 국내 정치용으로 호들갑을 떤다며 일본을 비난할 이유도 없다.

정부는 보다 적극적으로 국민들에게 알려야 하고, 국민들도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이다.

[이은아 오피니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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