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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매경데스크 이은아

[매경데스크] 누가 제일 불행한가

  • 이은아
  • 입력 : 2017.05.04 17:29:56   수정 :2017.05.04 17:3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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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중3 학생들은 이번 대선에 관심이 많다. 투표권도 없는 아이들이 유독 대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급변이 예고된 `깜깜이 입시`의 첫 세대라는 운명 때문이다. 이들이 고등학생이 되는 내년부터는 문·이과 교육과정이 통합된다. `문·이과 칸막이를 없애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이 개편안이 교육현장에 어떻게 적용될지는 오리무중이다.
수학 과목을 예로 들어보자.

현재 6개 과목인 수학은 개편 이후 공통과정인 `수학`과 일반선택 과목인 `수학Ⅰ` `수학Ⅱ` `미적분` `확률과 통계`, 진로선택 과목인 `기하` `실용수학` `경제수학` `수학과제탐구` 등 모두 9개로 늘어난다. 하지만 아이들은 자신이 진학할 고교가 어떤 과목을 개설할지, 자신이 원하는 대학과 학과가 어떤 과목 이수를 요구할지, 수능은 어떤 과목으로 치르게 될지 전혀 모른다. 부모님도, 선생님도 "뭐가 뭔지 모르겠다. 대선 끝날 때까지 기다려보자"고만 한다.

교육과정 개편에 따른 수능 개편 등 모든 결정은 대선 뒤로 미뤄졌다.

최근 열린 `2021학년도 수능개편안` 토론회에서는 공통과목만으로 수능을 치르는 안, 수학만 문·이과를 통합하는 안, 공통수능과 선택수능으로 이원화하는 안이 거론됐다. 수능 시기를 고2 때로 앞당기고 수능을 두 번 치르는 방안도 언급됐다. 수능절대평가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고교 학점제, 내신 절대평가 도입이 논의되고 있고, 대선 후보들은 자사고·외고 폐지 공약도 내걸었다. 하나하나가 수험생들에게는 큰 변화를 예고하는 정책들이다. 어떤 제도가 도입되느냐에 따라 유불리가 크게 달라지고, 그에 따라 고등학교 선택이 달라져야 하는 것이 한국 입시다. 그런데 아직 결정된 게 없으니, 일단 운에 맡기고 고등학교를 선택하라는 것과 다름없다.

지난달 영재고 원서 접수를 시작으로 고교 입시 레이스는 시작됐다. 이미 스타트라인을 출발해 트랙을 달리고 있는 아이들은 경기 도중 레인이 바뀌는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교육과정과 수능이 동시에 바뀌는 데다 대선 공약, 최순실 사태 후폭풍으로 쏟아질 교육개혁 요구 등을 감안하면 꼼짝없이 `마루타`가 될 형편이다. 그래서 이 아이들은 말한다. "우리가 제일 불쌍한 것 같아요."

고1 학생들은 "우린 재수도 못하니 기회가 한 번뿐"이라며 아우성이다.

올해 처음으로 수능 영어 절대평가를 치를 고3 학생들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최하는 모의고사 한번 치러보지 못한 탓에 난이도를 종잡을 수 없다. 난이도를 모르니 학습량을 줄일 수도 없다. 사교육 경감을 위해 절대평가를 도입했다던 교육당국의 말은 또 헛구호가 됐다.

이들이 불운을 감수하는 것으로 교육혁명이 완성된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그렇게 믿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이전에도 무수히 많은 `저주받은 고3`들이 있었다. 2006학년도에는 고교 내신등급제가, 2008학년도에는 수능등급제와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됐다. 수능등급제는 다음 해에 곧바로 폐지됐다. 2012학년도에는 탐구선택 과목이 4과목에서 3과목으로 축소됐다. 2014학년도에는 국어·수학·영어 수준별 수능(A·B형)이 도입됐지만 2015학년도에 영어 수준별 시험이 폐지됐다. 2017학년도에는 국어 수준별 시험이 폐지되고, 한국사가 필수로 지정됐다. 그러는 동안 수시 비중이 확대됐고, 불합격의 쓴잔을 마신 수험생들은 "왜 떨어졌는지를 모르겠다"고 입을 모은다. 한 입시 전문가는 "`낙엽수능`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명문대생의 반수가 일반화됐다"며 "결과에 승복하지 못해 생긴 비효율"이라고 전했다.

과연 누가 가장 불행할까. 아이들은 저마다 자신들이 가장 불행하다고 느낀다. 그것이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아이들을 사교육과 입시지옥에서 해방시켜줄 것처럼 그럴듯하게 포장됐던 정책들은 반대의 결과를 남기고 사라졌다 되살아나기를 반복하고 있다. 제도 도입 전에 큰 그림을 그리고, 효과와 부작용을 신중히 검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학 입학정원이 정해져 있고, 명문대 수요는 넘친다는 근본 원인을 외면한 채 `아니면 말고` 식의 잦은 제도 변경은 불행한 아이들만 늘릴 뿐이다. 조변석개하는 입시제도 덕을 보는 것은 `불안을 먹고 자라는` 사교육 업계뿐이다.

[이은아 오피니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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