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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매경데스크 이은아

[매경데스크] 보고 싶은 것과 보아야 할 것

  • 이은아 
  • 입력 : 2016.11.17 17:30:58   수정 :2016.11.17 17:3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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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여론조사기관들은 또 한 번 체면을 구겼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때문이다.

미국 주류 언론과 여론조사기관들은 대부분 힐러리 클린턴 승리를 예상했다. 대선 전날 뉴욕타임스는 힐러리 당선 확률을 85%로, 프린스턴 선거 컨소시엄과 허핑턴포스트 등은 99%로 예측했다.
`선거 족집게`로 유명한 네이트 실버도 힐러리 승리를 점쳤다. 한국 언론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예측이 빗나간 이유에 대한 분석은 다양하다. `브래들리 효과(Bradley effect)`가 가장 많이 언급된다. 1982년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출마한 흑인 후보 토머스 브래들리는 여론조사에서는 앞섰지만 결국 백인 후보에게 졌는데, 백인들이 인종적 편견을 감추기 위해 여론조사 때는 브래들리를 지지한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백인 후보에게 표를 던진 것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성향을 숨긴 트럼프 투표자(shy Trump voter)`가 많아 여론조사가 정확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의 지지 계층인 저소득 백인 계층이 예상외로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고, 미국의 인종 분포가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선거 예측 기관들은 과거 투표율을 토대로 인종·계층별 투표율을 가정하는데, 백인들이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데다 인종 분포까지 바뀌어 가정 자체가 어긋났다는 것이다.

유권자들의 0.00001%를 조사하는 것에 불과한 여론조사 자체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을 예측해 볼 만한 단서는 있었다.

지난 7월 일찌감치 트럼프의 당선을 예측한 영화 `화씨 9/11`의 감독 마이클 무어는 트럼프가 5대호 연안 지역 북부 러스트벨트, 미시간·오하이오·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 등 4개 주를 휩쓸면 플로리다까지 갈 것도 없이 당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성 대통령을 원치 않는 분노한 백인 남성의 저항, 구식 정치의 표상인 힐러리 본인의 문제, 투표 독려를 하지 않는 우울한 샌더스 지지자, 제시 벤추라 효과(병든 정치 시스템에 대한 장난)를 꼽으며 트럼프의 당선을 예상했다. `노스트라다무스 예언` 수준으로 정확한 예측이었지만 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사람은 많지 않았다.

빅데이터 분석으로 트럼프 당선을 예상한 우종필 세종대 교수는 "빅데이터로는 1년 내내 그 어느 곳에서도 힐러리가 당선이 될 만한 수학적·과학적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그 역시 트럼프 당선에 대비하라는 조언을 몇 차례 내놓았지만 힐러리 대세론에 묻히고 말았다.

더군다나 예측이 빗나간 것은 이번 미국 대선뿐이 아니다. 브렉시트 때도 그랬고, 지난 4월 한국 총선 때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왜 똑같은 실수가 반복됐을까.

많은 징후와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현상을 애써 외면했기 때문이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 했던 확증편향이다.

온 나라를 뒤흔들어 놓은 비선실세 국정 농단 역시 마찬가지다. 대통령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 했다. 한쪽 이야기만 듣고, 그쪽에 유리한 정보만 접했다. 마음은 한쪽으로 기울었고, 다른 의견을 말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 됐다.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은 1961년 쿠바 카스트로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한 `피그스 만 침공 작전` 실패 원인을 `작전에 반대하거나 의심하는 목소리가 침묵`한 것에서 찾았다.
그래서 케네디는 이듬해 쿠바 미사일 위기 때에는 동생 로버트 케네디에게 `악마의 변호인` 역할을 맡겨 반대자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도록 유도했다.

모두가 한목소리를 내길 원하는 리더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 실패의 대가는 크다. `보고 싶은 것`과 `희망사항`이 아닌 `보아야 할 것`과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다.

[이은아 오피니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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