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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매경데스크 이은아

[매경데스크] 학교가 위험하다

  • 이은아
  • 입력 : 2016.10.06 17:15:12   수정 :2016.10.06 17:3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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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에서 지진 관측 사상 최대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지난달 12일 저녁.

부산에 사는 고등학생 승민이는 학교 앞에서 떡볶이를 먹고 있었다. 자율학습 도중 지진이 발생하자 선생님이 집에 가라고 했기 때문이다.

흔들림을 느꼈지만 또래 남학생들이 그렇듯 승민이도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모처럼 자율학습 대신 얻은 자유시간에 들뜨기까지 했다.
아이들은 집으로 가는 대신 삼삼오오 학교 앞 분식집과 편의점, PC방으로 발길을 옮겼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학교로 달려갔던 승민이 엄마는 교복 입은 아이들로 장사진을 이룬 분식집에서 아들을 겨우 찾을 수 있었다. 많은 아이들이 그렇게 거리를 배회하는 사이 첫 지진보다 강한 규모 5.8의 강진이 다시 발생했다. 학교에서는 아이들을 집으로 보냈다는데, 부모들은 오지 않는 아이들을 기다리며 애가 탔다.

만약 아이들이 떡볶이를 먹고 PC방에서 게임하던 그 시각 발생한 지진이 보다 강력했다면, 아이들의 안전을 장담할 수 있었을까.

지진이 일어났는데 상황 파악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아이들을 학교 밖으로 내보낸 것은 고개가 갸우뚱거려지는 일이다.

학교 운동장은 일반인들도 대피장소로 선택하는 곳인데, 가장 안전한 대피소에서 아이들을 내보낸 것이다. 일단 학교 밖으로 벗어나면 무슨 일이 일어나든 학교 책임은 아니니 상관없다는 것인지 궁금할 뿐이다. 학생들을 교실 밖으로 내보내지도 않고 계속 자율학습을 시켰던 학교보다는 나을지 모르겠지만 학생들을 진심으로 염려했다면 안전이 확인될 때까지 학교 운동장에 대피시켰다가 귀가시켰어야 했다.

교육부의 `학교현장 재난 유형별 교육·훈련 매뉴얼`에 따르면 1차 지진 발생 시 신체(머리) 보호 가능한 책상 밑으로 대피하고, 1차 지진 파동 종료 시~여진 발생 전에는 운동장이나 넓은 공터로 대피하라고 적혀 있다. 담임 교사가 학급 대피를 인솔하라는 내용도 담겨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미국 인디애나주 라파예트에 연수를 다녀온 후배는 현지 학교 얘기를 들려줬다. 후배가 살던 지역은 토네이도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곳이다. 아이들이 학교에 있을 때 토네이도가 발생하면 교사들은 학생들을 데리고 지하대피소로 이동한다. 토네이도가 다 지나갈 때까지 학교 밖으로 아이들이 나가는 일은 없다. 토네이도가 지나갔다고 판단되면 그때 대피소에서 나온 아이들을 귀가시킨다.

일본 학교는 더 철저하다. 수업 중 지진이 발생하면 교사 인솔하에 대피소나 운동장으로 대피한다. 안전모를 챙겨 쓰고 대피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5분 이내다. 파동이 종료되면 부모에게 아이들을 직접 인수인계한다. 귀가 중 있을 수 있는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만일 사정이 있어 일찍 아이를 데리러 못 가는 부모가 있다면 학교는 밤 11시, 12시까지도 아이를 보호하고 있다가 부모에게 인계한다. 평소 철저한 대피훈련은 기본이다.

지진이 났으니 그냥 집에 가라는 한국과, 교사와 함께 대피해 안전을 확인하는 미국·일본 중 어느 곳이 더 안전할지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금이 간 학교 벽과 천장이 무너져내린 유치원들도 걱정이다. 지난해 기준 전국 학교시설의 내진율은 23.8%에 불과하다.

물론 지진이 일상화된 일본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학교에서 큰 사고가 난 것도 아닌데 웬 호들갑이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우리도 더 이상 지진에 안전한 나라가 아니라는 것이 확인됐다. 지금부터라도 아이들에게 대피요령을 찬찬히 가르치고, 안전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교사들도 전문가가 돼야 한다. 학교시설의 안전점검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단기간에 일본과 같은 선진적인 지진 대비 시스템을 갖추는 건 어렵겠지만, 교육을 강화하는 것은 당장이라도 할 수 있다. 지진을 막을 수는 없지만, 인재는 막을 수 있다.


모두가 달라지지 않으면 학교가 제2의 세월호, 제2의 삼풍백화점이 될 수 있다. 생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다.

경주 지진은 본진 이후 지난 5일 현재 459차례의 여진을 동반했다. 지진은 진행형이다.

[이은아 오피니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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