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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매경포럼 심윤희

[매경포럼] 헵번 닮은 AI 소피아를 보며

  • 심윤희 
  • 입력 : 2018.01.01 17:05:35   수정 :2018.01.01 21:4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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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이틀 남겨놓은 지난달 30일 인공지능(AI) 로봇 `소피아(Sophia)`는 인도 뭄바이로 날아갔다. 인도공과대학 뭄바이 캠퍼스에서 열린 기술 관련 행사에서 그는 인도의 전통의상 사리(sari)를 입고 연설했다. 인간과 AI의 미래를 얘기하던 소피아는 한 추종자로부터 깜짝 청혼을 받았는데 이를 정중히 거절했다. 호의에 감사하다는 인사까지 덧붙였으니 범상치 않은 그녀다.
아니 `그것`인지도. 2016년 인간과의 바둑으로 인류를 깜짝 놀라게 한 주인공이 `알파고`였다면 지난해 AI 스타는 단연 `소피아`라 할 만하다. 형체가 없는 구글의 알파고나 IBM의 왓슨과 달리 홍콩의 핸슨 로보틱스가 개발한 소피아는 오드리 헵번을 닮은 얼굴에 인간과 유사한 실리콘 피부, 옷까지 걸치고 있다. 눈을 깜박이고 웃고 찡그리는 등 62가지 감정을 표현할 수 있고 유머감각까지 갖추고 있어 진짜 인간처럼 느껴진다. 수려한 외모와 목소리 덕인지 소피아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지난해 10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미래투자 이니셔티브`에서 입담을 과시했고, 패션잡지 모델, 미국 토크쇼 `투나이트쇼` 출연에 이어 유엔 패널로 참여하는 등 연예인같이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로봇으로는 처음으로 시민권을 획득했다.

지난해 유엔의 논쟁적 이슈들은 북핵, 시리아 난민, 예루살렘 지위 논란 등이었지만 유엔이 유튜브에 올린 영상 중 세계 지도자들의 연설을 제치고 가장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한 것은 소피아의 것이었다. 소피아는 인터넷도 전력도 없이 살고 있는 이들을 위한 유엔의 역할에 대해 묻자 SF 작가 윌리엄 깁슨의 말을 인용해 "식량과 에너지의 부족은 `분배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소피아는 기술 진보의 상징이자 결과물이다. 하지만 인간을 빼닮고 감정 표현까지 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보는 인간의 마음은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복잡다단하다. 인간과 AI의 공존은 곧 닥쳐올 미래인데 그게 인류사에 최선인지 최악인지 종잡을 수 없어서다.

소피아의 등장은 과거 AI 영화 두 편의 기억을 소환한다. 할리우드 영화 `그녀`와 `엑스 마키나`다. 남자주인공 테오도르가 컴퓨터 운영체제인 무형의 `사만다`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인 `그녀`는 황당하지만 위로와 배려를 원하는 인간이 로봇과 연애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엑스 마키나`는 자의식이 생긴 AI `에이바`가 인간을 속인다는 공포스러운 설정이다. 어느 쪽이 미래가 될지 모르기 때문에 인류는 불안하다. 투나이트쇼에서 소피아는 가위바위보에서 이기자 "인류를 지배하기 위한 내 계획의 위대한 시작"이라고 농담을 던졌는데 움찔한 이도 많았을 것이다. AI의 미래에 대해서는 인류에 긍정적일 것이라는 주장과 위협적일 것이라는 상반된 견해가 존재한다. 소피아는 사우디아라비아 인터뷰에서 로봇이 가져올 어두운 미래가 언급되자 "당신은 일론 머스크의 글을 너무 많이 읽었고, 할리우드 영화도 너무 많이 봤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일론 머스크가 AI의 진화를 경고하는 대표적 인물이라는 것을 풍자한 것이다.

야무진 답변을 내놓고 농담도 하지만 소피아는 천사도 악마도 아니다. 결국은 알고리즘의 문제다. 인간이 알고리즘을 짜니 걱정할 게 없다는 긍정론도 있다. 하지만 수학자이자 데이터과학자인 캐시 오닐은 `대량살상 수학무기`라는 책에서 "인간의 편견과 무지, 오만을 코드화한 프로그램들은 차별을 정당화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지금의 AI 연구를 둘러싼 논란적 상황은 찰스 디킨스의 소설 `두 도시 이야기`의 앞부분처럼 "최고의 시절이었고 또한 최악의 시절이었다. 우리 모두는 천국을 향해가고 있었지만, 또한 그 반대쪽으로 가고 있기도 한" 혼란 상태인지 모른다.

기술이든 방향성 연구든 AI는 2018년 한 해를 달굴 최대 화두가 될 것이다. 각국의 기술 경쟁은 피 튀길 만큼 격정적일 것이고, 인간과 AI의 공존을 위한 기술철학적 연구도 뜨거울 것이다.
특히 중국은 AI 시장 장악을 위해 대규모 투자와 인재를 끌어모으고 있다. 소피아 제작에도 중국 벤처기금이 투자됐다고 한다. 한국도 AI 특허 출원 등에 있어 성과를 내고 있지만 더 분발해야 한다. 세계를 들었다 놨다 하는 AI 연구에서 제외되는 것이야말로 한국에 가장 큰 불행이다.

[심윤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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