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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매경포럼 심윤희

[매경포럼] '공원 일몰제' 발등의 불인데

  • 심윤희 
  • 입력 : 2017.09.11 17:14:47   수정 :2017.09.11 19:4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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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운동하는 동네 공원에 어느 날 갑자기 볼썽사나운 건물이 들어선다면? 산책로 일부에 `출입금지` 팻말이 걸린다면? 어이없는 상상 같지만 3년 후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질지도 모른다.

서울 서초구의 허파 역할을 하는 서리풀공원. 산책로로 각광받고 있지만 이 공원 면적(54만8520㎡)의 약 70%가 사유지다. 도시개발이 본격화되던 1971년 서울시는 이 일대 국공유지와 사유지를 공원 용지로 지정했다. 공원으로 조성하려면 시가 토지 소유주에게 보상을 하고 용지를 매입해야 하는데 지정만 하고 방치하면서 땅주인들은 건축, 토지분할 등 권리행사에 제약을 받아 왔다.
이처럼 정부가 공원, 학교, 도로 등 도시계획시설을 짓기로 하고 개발하지 않은 곳을 `미집행 도시계획 시설`이라고 한다. 전국에 한두 곳이 아니다. 특히 미집행 시설의 60%는 도심공원으로 전국 면적은 516㎢(2015년 기준)에 달한다. 이 중 10년 이상 지난 장기 미집행 공원 용지는 442㎢나 된다. 부산의 해안 절경을 즐길 수 있는 `이기대공원`도 전체 면적의 66%(130만㎡)가 민간 소유다. 사유재산이 묶이니 소유자들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급기야 경기 성남시의 땅주인들이 도시계획법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끝에 1999년 헌법재판소는 "과도한 행위제한으로 인해 사유재산권을 침해한다"며 헌법 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그 결과 2000년 도시계획법이 개정됐고 20년이 지나도록 집행되지 않은 도시계획시설은 자동 해제되게 됐다. 일몰시한은 2020년 7월 1일이다. 지자체들이 손 놓고 있는 사이 불과 3년 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공원 일몰제`가 가장 큰 문제다. 해제되는 순간 땅주인들이 철조망을 치거나 마구잡이로 건물을 올릴 경우 도심 속 숲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태를 초래한 주체는 재정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도시계획을 수립한 지자체다. 20년 동안 미루다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하지만 이를 방관한 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방법은 사유지를 사들여 당초 계획대로 공원으로 개발하는 것이지만 천문학적인 매입비용이 문제다. LH에 따르면 미집행 도시공원 조성비는 전국 48조원, 서울(5만7502㎢)은 4조3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올해 서울시의 미집행 공원조성 예산은 고작 886억원이다. 일몰제 시한까지 사유지 보상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9년 국토교통부가 민간 개발을 유도하는 방안을 내놓기는 했다. 전체의 70% 이상을 공원으로 조성해 기부채납할 경우 남은 용지에 비공원 설치를 허용하는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그것이다. 지자체 재정 투입 없이 공원을 살릴 묘안이지만 시민단체들이 난개발로 인한 환경 훼손, 개발자에 대한 특혜, 부동산 투기 등을 우려해 반대하면서 활성화되지 못하는 모양새다.

민간공원 조성이 가장 빠른 곳은 경기 의정부시 직동근린공원이다. 사업면적 20%에 공동주택 1850가구를 조성하고 나머지를 공원으로 만드는 방식으로 지난해 3월 착공했다. 부산시, 인천시, 대전시 등도 앞다퉈 사업자 선정에 나서고 있는데 사업제안 태반이 아파트라는 점 때문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하지만 미집행 공원면적 2위인 서울시는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민간공원 개발 사업 추진도 제로다. 제안서를 내는 개발사들이 있지만 경사도, 입목도 등 건축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시민들은 공원 보존을 주장하고 있고, 땅 소유주들은 20년 이상 방치한 결과 수목이 우거져 서울시의 개발행위 허가기준에 어긋나다 보니 개발이 사실상 어렵다며 기준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래저래 속도가 나지 못하고 있다.

공원 훼손은 모두가 바라는 바가 아니다.
하지만 해법 없이 뭉개다가 3년 후 난개발 쇼크에 직면할 수 있다. 서울시는 더 늦기 전에 지역 특색에 맞게 공원을 조성할 수 있는 민간사업을 적극 발굴해야 한다. 특혜 시비에 대한 우려가 큰 만큼 투명한 사업자 선정 지침을 만들고, 공모 방식을 도입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공원일몰제가 전국적인 문제인 만큼 정부도 국가 차원의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심윤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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