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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매경포럼 심윤희

[매경포럼] 버블세븐 악몽

  • 심윤희 
  • 입력 : 2017.06.19 17:55:19   수정 :2017.06.19 19: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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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이 천정부지로 뛰던 2006년, 내 취재 영역은 부동산 시장이었다. 집값은 정말 눌러도 눌러도 뛰어올랐다. 그때 쓴 기사를 단순하게 분류하면 `집값이 미쳤다`와 `또 부동산대책 발표` 정도가 될 것 같다. 날뛰는 집값과 그걸 잡으려는 정부의 숨바꼭질이 반복되던 시절이었다.
파괴력 있는 대책이 스무 번도 넘게 나왔다. 종합부동산세 2005년 도입(2003년 10·29대책), 2주택자 양도세 50% 중과(2005년 8·31대책),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제(2006년 3·30대책) 등 초강력 규제가 쏟아졌다. `부동산대책 공화국`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래도 백약이 무효였다. 속이 탄 청와대가 2006년 5월 홈페이지에 `부동산 이제 생각을 바꿉시다` 연재를 시작했다. 첫 회로 `통계로 보는 부동산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라는 글이 실렸는데, 여기에서 `버블세븐`이라는 신조어가 처음 등장했다. 2004년 이후 거품이 많이 낀 7곳의 상승률은 20.7%, 이들 지역을 뺀 전국 집값 상승률은 1.6%에 불과하다는 것. 고로 상승 주범 7곳의 집값에 낀 거품은 곧 붕괴할 것이라는 게 요지였다. 버블세븐으로 지목된 곳은 서울 강남, 서초, 송파, 목동, 분당, 평촌, 용인.

희소가치를 부각한 탓인지 버블세븐 가격은 쉽게 잡히지 않았고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후에야 비로소 꺾였다. 지금 이 지역의 집값 추이는 제각각이다. 정부가 특정 지역에 `버블`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고 `악의 축`인 양 규정한 것은 지금 생각해도 과도했다. 정부가 나서서 `거품 붕괴론`에 불을 붙인 것 역시 1990년대 초 일본 부동산 버블 붕괴가 장기 불황을 가져온 것을 감안하면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참여정부는 집권 내내 부동산과 전쟁을 벌였으나 성적표는 처참했다. 5년간 서울 아파트 가격은 57%, 전국 아파트 가격은 34%가 올랐다. 집권 초 집값 폭등은 참여정부 탓이 아니다. 김대중정부가 외환위기 이후 가라앉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내놓은 분양가 자율화, 양도소득세 감면 등 부양책이 불씨였다. 그러나 넘치는 의욕에도 해법을 못 찾고 부동산에 끌려다닌 것은 명백한 참여정부의 실패다. 오죽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동산정책 빼고는 꿀릴 게 없다"고 했을까.

공교롭게도 문재인정부가 집권하자마자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최근의 과열 양상도 이전 정부의 과도한 규제 완화 탓이 크다. 2014년 8월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가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한겨울에 여름 옷을 입고 있는 것"에 비유하며 마구 풀어 젖힌 것이 가계부채 급증으로 이어졌다.

과잉 유동성, 저금리, 갭투자 등 현 상황은 참여정부 때와 닮았다. 해법 역시 `노무현정부 시즌2`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트라우마`를 아는 문 대통령의 고민은 깊을 것이다.

참여정부의 가장 큰 패착은 투기꾼·강남 때려잡기에 과도하게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고가 주택에 종합부동산세라는 세금 폭탄을 안기고, 버블세븐을 압박한 것도 상승 원인을 일부 투기세력으로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 저금리와 토지보상금 등 갈 곳 잃은 돈이 넘쳐났던 것이 더 큰 원인이었다. 2006년에야 본격적으로 DTI를 규제하며 돈줄 죄기에 나섰으니 늦어도 너무 늦었다. 보유세 강화와 대출 규제 등 수요억제 일변도 정책을 편 것도 치명적이었다. 공급이 시장 안정을 위한 최대 해법이라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집권 4년 차인 2006년 말 신도시 지정 등 공급에 고개를 돌렸지만 택지 조성 기간을 고려할 때 효과를 당장 보기는 어려웠다.

어제 새 정부가 내놓은 첫 부동산대책은 뜨거워진 시장을 살짝 식히는 수준의 강도였다. 가계부채 억제(청약조정대상지역 LTV·DTI 10%포인트씩 하향), 분양시장 과열 방지(서울 전역 분양권 전매금지), 재건축 규제 강화(조합원 주택 공급 수 제한) 등을 고루 건드리면서 과열과 냉각 사이에서 적정 온도를 찾으려 한 듯하다. 신버블세븐 발표 같은 악몽이 되풀이 되지 않았던 것은 천만다행이다. 다만 공급 확대 방안이 빠진 것은 아쉽다. 올해와 내년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이 70만여 가구에 달해 공급과잉 우려가 나오기는 한다.
하지만 연말에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부활할 경우 서울 강남, 수도권이 공급 부족 사태를 맞으며 들썩거릴 수 있다. 정부는 2014년 신도시 개발을 중단하고, 도시재생으로 방향을 틀었다. 참여정부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공급에 대한 장기적인 로드맵 제시가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새 국토교통부 장관은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을 복기해 반면교사로 삼기를 권한다.

[심윤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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