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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매경포럼 심윤희

[매경포럼] 다시 펼쳐보는 정관정요

  • 심윤희 
  • 입력 : 2017.05.22 17:16:28   수정 :2017.05.22 21:4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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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고의 태평성대를 이끈 당태종과 그의 신하들의 대화를 정리한 책 `정관정요(貞觀政要)`에는 이런 언급이 등장한다. "짐은 헛된 명성과 얇은 덕으로 인해 이전의 성현과 비교할 때 부끄럽기 짝이 없소. 만일 현능한 신하에게 배와 노를 맡기지 않는다면 어찌 저 큰 강물을 건널 수 있겠소?" `능력 있는 자를 임용했다` 해서 원문에는 `임능(任能)`이라고 표현돼 있는데 그의 리더십의 요체다. 용인술에 관한 그의 스펙트럼은 실로 넓었다. "가히 탁용할 만한 인재라면 설령 자신의 자식이나 원수일지라도 천거할 수밖에 없다"고 했을 정도였다.
그는 실제로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줄 인재라면 적까지도 끌어안았다. 당태종의 복심이었던 신하 위징이 그런 경우다. 당태종 이세민은 원래 태자로 있던 친형 이건성을 죽이고 보위에 오른 인물이다. 위징은 이건성의 참모였다. 그는 주군에게 이세민이 위험한 인물이니 속히 제거하라고 건의한 바 있었다. 당태종은 그런 사실을 알고도 위징을 측근으로 발탁했다. 그가 정직하고 담력이 있고 직언을 서슴지 않는 인물임을 알아본 것이다.

국정농단 사태로 조기 출범한 문재인정부의 인사가 한창이다. 역대 정부에서도 대선 승리로 응집된 에너지가 그대로 보존되느냐, 급격히 약화되느냐는 인사가 결정지었다. 국민의 기대에 어긋나는 `문제적 인물`의 발탁은 민심 이반을 부르고 이로 인해 `허니문`은 순식간에 끝나버린다. 그 이후부터는 환호나 갈채 대신 의심의 눈초리가 커진다. 개혁 동력도 뚝 떨어진다. 인사에 실패한 과거 정부들이 밟았던 전철이다.

이번 정부의 인사 초반,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혔던 양정철 전 청와대 비서관이 "잊힐 권리를 허락해 달라"며 떠난 것은 산뜻한 시작이었다. 일각에서 그가 세조의 한명회가 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했지만 한고조의 책사 장량처럼 표표히 떠나 박수를 받았다.

지난 21일 단행한 인사에 대해서도 `파격과 탕평`이라는 반응이 많다. 문재인 캠프 밖 인사들이 대거 눈에 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후보자는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 고위관료를 지낸 인물이다. 그는 "문 대통령과는 일면식도 없다"고 했다. 오로지 그의 위기관리능력과 과감한 추진력, 고졸 성공신화 등에 높은 점수를 준 `임능`이라 할 만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교사 김광두,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의 정책 멘토 장하성,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참모 강경화의 발탁 역시 이념과 정파를 초월해 관심이 쏠렸다. 또한 비고시 출신 여성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발탁은 순혈주의와 유리천장을 동시에 깼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지금까지 문재인정부 인사의 방향, 디테일, 속도는 적정한 편이다. `큰 바다는 물을 가리지 않는다`는 옛말을 실천해 가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아직 주요 내각 인선 등이 남아 있는 만큼 `덜컥수`를 경계해야 한다. 시간에 쫓겨 분위기에 취해 검증을 게을리하다가는 용두사미가 될 수도 있다. 게다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이념과 지향이 다른 인재들의 물리적 결합이 화학적인 결합으로 발전하지 못하면 `기계적인 탕평`에 머무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제 그 다양한 색깔의 물이 섞여 통합과 탕평의 정치를 꽃피우게 하는 게 중요하다.

적진에서 온 위징은 처음에는 당태종을 경계했다. 하지만 황제가 자신을 가까이 하니 위징은 `세상에 없는 만남`이라고 생각해 마음속 밑바닥에 쌓아온 것을 다 펼쳤다. 문 대통령 역시 능력에 무게를 둬 인사를 했으니 정파를 떠나 그들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재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정관정요의 또 하나의 핵심은 `사우(師友)`다. 당태종은 독선을 버리고 자신을 낮추며 스승 같은 신하, 친구 같은 신하인 `사우`와 더불어 나라를 다스렸다.
그는 "솔직한 건의와 간언을 들을 때마다 이를 정치교화에 그대로 반영하면서 그들을 사우로 대우하고자 했다"고 했다. 문 대통령에게 지금 필요한 것도 사우와 자만을 경계하는 경청·수용의 리더십이다.

정관정요는 청나라의 강희제, 일본 도쿠가와 이에야스, 조선의 영조가 탐독하면서 군주의 통치술, 용인술의 바이블로 평가받고 있다. 난세라면 난세인 지금, 새 정부가 정관정요를 다시 펼쳐볼 것을 권한다.

[심윤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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