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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매경데스크 김명수

[매경데스크] 21세기 한국금융이 사는 길

  • 김명수
  • 입력 : 2017.10.08 17:13:18   수정 :2017.10.09 01:5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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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호, 권용원, 최희문, 그리고 김해준. 이들의 공통점은 한 증권사에서 오랫동안 최고경영자(CEO)로 근무한 장수 CEO들이다. 이들은 각각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메리츠종금증권 교보증권을 7년 이상 운영 중이다.

또 하나 공통점은 운영 증권사의 자기자본수익률(ROE)이 10~19% 사이란 사실이다.

이 증권사들이 은행 위주 금융그룹 소속이 아니란 점도 공통점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옛 동원증권이 한국투신을 인수하면서 몸집을 키운 증권 전문 금융그룹 소속이다. 한투는 카카오뱅크 공동 투자자로 등장했고 우리은행 지분 투자에 나서면서 은행업으로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기업가정신이 넘실대는 금융회사인 셈이다. 메리츠증권이나 교보증권도 비은행 금융그룹 소속이다. 키움증권은 모기업이자 벤처1세대인 다우기술의 벤처정신이 작동하는 증권사이다. 반면 은행중심 금융그룹은 달랐다. 은행중심 금융지주사 소속 증권사 CEO들은 보은성 낙하산 인사로 내려온 비전문가들이 많았고 전문가가 CEO로 임명되더라도 3년 이상을 근무하기 힘들다. 이 증권사들은 잘나가던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를 인수해 쪼그라뜨렸다는 비난에 대해 제대로 답변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러나 은행중심 금융그룹도 이제 변화의 가능성이 싹트고 있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내부 승계 프로그램에 따라 새 수장으로 등장했고 KB금융그룹 윤종규 회장도 내부 절차에 따라 연임했다. 금융그룹은 물론 자회사 CEO가 정권에 따라 바뀌는 게 아니고 재임하면서 장기 전략을 짤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 금융업은 희망적이다. 우리 금융권도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초우량 기업을 만들 토대를 구축한 셈이다.

진정으로 `금융의 삼성전자`를 만들려면 자회사 CEO를 전문가로 임명하고 오랫동안 일하게 해야 한다.

R&D 투자도 시급하다. 우리 금융회사를 삼성전자와 비교해보면 가장 큰 차이는 R&D 투자 규모다. 우리 금융권의 R&D 투자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이런데도 금융의 삼성전자가 나오길 바란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R&D 투자는 자본시장 플레이어에 집중돼야 한다. 소매금융을 갖고 해외에 진출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해외 금융시장에 진출하는 첨병은 소매금융업이라기보다는 IB(투자은행) 사업체이다. IB는 자본규모와 인적 네트워크 싸움이다. 자본규모 3조원 이상의 초대형 IB 출범을 앞둔 우리 증권업계는 이제 인적 네트워크 구축이 과제다.

월가를 장악한 유대인이나 동남아 금융업을 장악한 화상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우리도 글로벌 금융한상 네트워크 구축이 중요하다. 이런 네트워크가 쌓이면 부동산이나 인프라 등 해외 대체투자 자산에 돈을 굴리고 있는 국내 자산운용사, 보험회사,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수출역군으로 등장할 날이 머지않을 것이다.

기관투자가들이 해외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면 우리 금융업도 내수산업이 아닌 수출산업으로 도약이 가능하다.

해외에서 번 돈이 늘어날수록 은행중심 금융그룹들도 생각이 바뀔 것이다. 맨날 주택담보 대출을 늘리지만 않을 것이다. 대신 돈 벌 기회를 해외 자본시장에서 집중적으로 찾아나설 수 있다. 금융투자업에 돈이 쏠린다면 가계부채 문제 해소라는 부수적 효과도 얻을 수 있다.

그렇다고 금융투자업에 대한 정부나 정치권의 인위적 개입은 금물이다. 산업을 키우고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금융투자업판 카뱅`을 키우는 게 낫다.

메기를 키우란 주장이다. 그러면 기존 사업자들도 꿈틀거릴 수밖에 없고 자연스럽게 시장에 혈색이 돌 것이다. 초대형IB 대표주자인 미래에셋대우에 거는 기대가 사뭇 큰 것도 같은 맥락이다.

메기를 키운 뒤 과당경쟁을 우려한다면 역시 시장의 힘이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금융권이 자기 능력을 벗어난 영역확장이나 과다투자에 나설 경우 시장이 제어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표적인 제어 수단이 스튜어드십코드다.
주주들을 대신해 기관투자가들이 해당 기업, 즉 금융회사나 금융그룹의 무리한 경영을 제어해줘야 한다는 얘기다.

이 과정에서 정부나 정치권의 입김이 들어가서는 안된다. 이 같은 연금 사회주의나 관치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기관투자가들의 독립성이 중요하다. 미국이나 캐나다 등 외국 연기금처럼 우리 연기금들도 금융통화위원회 수준의 전문가로 구성된 기금운영위원회를 설치하자. 그리고 위원들의 임기도 금통위원처럼 보장해 독립성을 확실히 지켜주자. 그러면 금융의 삼성전자는 더 이상 꿈이 아니다.

[김명수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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