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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매경포럼 김명수

[매경데스크] 한국형 기업지배구조, 정답은 없다

  • 김명수 
  • 입력 : 2017.08.27 17:47:35   수정 :2017.08.27 20: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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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2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뇌물 등 5가지 혐의를 모두 인정하면서 5년 실형을 선고했다. 경영권 승계를 준비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도움을 기대하고 뇌물을 제공했다는 것이 재판부의 결론이다.

법원 판단대로 사건의 본질이 이렇고 5개 범죄를 저지를 정도로 승계 과정이 어렵다면 기업이나 기업 소유자보다는 제도가 더 큰 문제다.

대표적인 제도가 바로 높은 상속·증여세율이다.
한국 기업 소유자는 대주주 지분을 2세에게 물려줄 경우 최대 50%까지 세금을 내야 한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26%의 2배에 달하고, 일본과 함께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최대주주의 주식은 일반적으로 할증되기 때문에 실제 최고세율은 65%에 달한다. 지난 4월 기준 이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에게서 증여나 상속받을 경우 내야 할 세금은 약 9조원에 달한다. 이 부회장이 당시 보유한 지분은 6조원 수준이다. 기업 오너들은 승계에 앞서 무리수도 쓰게 된다. 바로 일감 몰아주기가 대표적인 수법이다. 2세나 3세가 소유한 조그만 비상장사를 설립해 여기에 계열사 일감을 몰아주거나 적정 가격 이상으로 대가를 지급하는 방법이다. 계열사 일반주주들은 배당을 적게 받을 수밖에 없고 주가차익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 대신 2~3세가 보유한 기업들은 기업가치가 커져서 주가가 오르고 다른 계열사 지분을 사들이거나 합병 작업을 통해 승계를 촉진하기도 한다. 이 부분은 사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대표적 근본 원인이다.

그래서 당국은 일정 규모 이상 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오너 일가는 기업 승계를 위해 편법을 끌어다 쓰다가 사회적 지탄을 받기도 한다. 법원 판단대로라면 이번 이 부회장 사건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만큼 기업 승계 욕구가 큰 상황에서 세금 때문에 승계가 어렵고 권력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면 건전한 기업가정신을 고양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 청년들이 창업 대신에 공무원을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다.

물론 미국의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들은 2세에게 기업을 물려주지 않았다. 스티브 잡스는 물려줄 지분이 1%도 안 됐다. 빌 게이츠는 현재 보유한 2% 내외 마이크로소프트 지분을 자식에게 넘기기보다는 지분을 팔아 공익재단 기부금으로 활용한다. 1~2% 지분으론 경영권을 장악할 수 없기도 하지만 능력을 보고 경영권을 물려주는 미국의 기업 문화에서 비롯된다. 미국도 상속세율이 낮지 않아 2세나 3세로 경영권을 승계하면서 지분이 줄어든다. 자본시장도 오너의 무능력을 견제하면서 전문경영인 체제가 정착되었다. 한국에서도 식품용기업체 락앤락 김준일 회장처럼 2세들의 경영 능력을 우려해 사모펀드에 소유권을 넘기는 경우가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장자 상속을 중시하는 가운데 승계 부작용이 크다면 제도나 시장을 개선해야 한다. 상속세를 스웨덴이나 캐나다처럼 아예 없애자는 얘기는 아니다. OECD 평균 수준으로 세율을 낮추자는 제안이다. 실질 최고세율 65%는 일감 몰아주기는 물론 재산 해외 도피, 탈세 등 부작용만 초래한다. 실제로 미국에서 금주법 시행 시기에 높은 소득세와 법인세를 부과하자 갱들과 밀수가 판쳤다. 탈세를 부추기는 역효과를 낸 셈이다.

승계 당시엔 세금을 물지 말고 물려받은 지분을 팔아서 경영권을 포기하고 차익을 실현할 때 과세하는 것도 대안이다. 기업가정신을 이어받는 건전한 경영권 승계에 대해 혜택을 주자는 방안이다. 승계자가 보유한 상장주식도 상속세 물납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다양한 지배구조도 인정해줘야 한다. 지주회사 체제로 유도하면 경영 투명성이 높아지고 자사주 매입과 배당도 증가해 주가가 상승할 것이므로 나머지 주주들도 싫어할 이유가 없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첩경이다.

전 세계 기업의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우수 지배구조는 `정답`이 없다. 다양한 지배구조를 인정해야 기업은 법을 어기지 않고 시장에서 자신에게 맞는 지배구조를 택해 자연스럽게 승계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정치권력은 기업에 끼어들 틈이 없다. 그러면 정치권력의 강압으로 거액의 돈을 대주지 않아도 되고 자연스럽게 `경제적 자유-기업가정신-신뢰`가 넘치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된다.

이제 우리 자본시장도 무능력 기업인을 제어하는 틀을 갖추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은 기업 의결권에 적극 참여하기 위한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할 태세다. 악덕 기업에 투자를 기피하는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우수기업) 투자도 늘릴 분위기다. 과거처럼 오너 전횡이나 불법이 끼어들 틈도 사라질 전망이다. 그러면 우리 청년들 꿈이 공무원이 아닌 창업가가 되는 날도 머지않다.

[김명수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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