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 구독신청
검색전체보기
 

오피니언매경데스크 김명수

[매경데스크] 權不十年…정책, 이젠 시장에 맡기자

  • 김명수
  • 입력 : 2017.07.23 17:33:06   수정 :2017.07.23 20:12:43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494089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이번 정권이 들어서자마자 당국은 갑질과 오너 리스크에 주목했다. 미스터피자가 첫 번째 재물이었다. 오너는 검찰 수사를 받았고 기업 주가는 추락했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몸을 바짝 엎드렸다.
비정규직 직원의 정규직 전환과 최저임금 인상처럼 이른바 소득 주도 성장론의 철학 아래 임금소득 인상에도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기업들은 물론 재정도 멍들어 갈 분위기다.

3년 전으로 돌아가보자. 창조경제 기치 아래 정부 주도로 전국 주요 도시에 세운 게 창조경제혁신센터다. 대기업을 앞세워 혁신 기업을 키우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유도하자는 거점이다. 그러나 박근혜정부가 사라지자 창조경제센터는 개점휴업이나 마찬가지다.

9년 전 이명박정부가 내세운 대표 정책은 녹색성장이다. 환경친화적 경제 성장을 하자는 정책이다.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이 정책은 슬그머니 사라졌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 이전 정권 색깔 지우기에 나서면서 기존 정책은 퇴출된다. 노무현정부 때 추진된 금융허브 구상이나 이명박정부 때 동반성장도 마찬가지다.

정부나 정치권은 정책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직접 나서기보다는 시장을 통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 전 세계 자본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ESG(Environment·Social·Governance)투자 확대를 검토할 만하다. 환경보호에 나서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 지배구조가 우수한 기업에 투자하는 게 글로벌 추세다. 재무적 지표에만 의존한 투자보다는 비재무적인 기업 성과나 평판도 감안해 투자하자는 움직임이다. 이런 방식으로 투자하는 전 세계 기관투자가의 자금 규모는 한국의 연간 국내총생산의 15배 이상인 23조달러에 달한다. 유럽 지역은 펀드 자산의 50% 이상이 사회적 책임 투자를 기반으로 운영될 정도다.

기업들이 잘못을 하는 순간 해당 기업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되고 그 기업 주가는 하락한다. 그러면 자칫 회사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된다. 당국이 갑질이나 오너 리스크를 직접 처벌하는 대신 자본시장에서 해결하는 셈이다. 최근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까지 발달하면서 기업의 잘못은 거의 실시간 확산된다. 그만큼 시장은 즉각 반응하고 파괴력은 더 커졌다.

우리도 이런 자본시장을 만들자는 얘기다.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ESG를 감안한 투자를 확대한다면 기업들은 주가 관리를 위해 ESG 개선에 나설 수밖에 없다. 그러면 역대 정권이 추진한 경제정책은 자연스럽게 추진된다. ESG에 담긴 투자철학에 맞게 기업활동을 한다면 동반성장, 창조경제, 녹색성장, 지역균형발전, 경제민주화 등 역대 정부 핵심 정책이 이뤄진다는 얘기다. 더욱이 이런 기업의 경영 활동은 영속성을 지닌다. 5년도 못 가는 정책보다 그 수명은 훨씬 길다.

이런 활동에 자발적으로 나서는 기업 형태를 만들어주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주주가치 극대화와 함께 사회적 책임도 경영 목표로 포함하는 미국 `B기업(Benefit Corporation)`이 대표적이다. 기업이 단지 주주가치만을 위해 활동하는 게 아니라 협력사, 지역주민, 소비자 등 내외부 고객의 보호와 이익을 위해 노력하고 이런 활동에 대한 긍정적 입소문이 퍼지면 결국 소비자들은 이 회사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한다. 그러면 기업 이익도 개선되고 주주가치도 늘어나는 구조다. 특히 미국 20여 개 주정부는 주식회사처럼 법적으로도 이 같은 기업 형태를 인정해준다. 법적 존재를 인정받게 되면 만약 경영진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활동을 하다가 기업에 손실을 입히더라도 법적인 손해배상책임에서 자유로워진다.

우리는 이런 시장을 만들기보다는 정책 당국이 직접 시장 주체가 되려고 하다 보니 기업들은 위축되고 있다. 더욱이 자잘한 상법 조항을 개정해 기업들의 지배구조를 바꾸려 하고 있다. 시장이 없으면 만들고, 시장이 있지만 경쟁이 통하지 않는다면 공정한 경쟁이 작동하도록 유도하면 된다.

이 원칙을 잘만 적용하면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해법이 될 수도 있다. 은산분리 규정을 완화하고 인터넷전문은행이 신용카드 업무에 진출해 경쟁을 촉진하면 수수료는 줄어들 것이다. 실제 지난 4월 K뱅크가 등장하자마자 저축은행들은 대출금리 인하 경쟁에 나섰다.

시장에 맡기면 왜곡은 사라지고 기업들의 경제적 자유는 커질 수 있다.
그만큼 기업 하기 좋은 나라가 된다면 기업들은 자연스럽게 투자도 늘리고 일자리도 많이 만든다. 결국 시장을 지배하기보다 지렛대로 삼는다면 정부의 정책 목표는 자연스럽게 달성된다. 정부가 할 일을 시장이 대신해주는 셈이다. 그러면 행정력은 절약되고 증세 걱정도 훨씬 줄어들 것이다.

[김명수 증권부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경데스크 김명수 더보기

오피니언 목록

박재현의 경제노트 더보기

박재현의 경제노트 썸네일2018년 제2 강남은 어디

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