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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매경데스크 김명수

[매경데스크] 중국이 진정 두려워하는 것

  • 김명수 
  • 입력 : 2017.03.05 17:34:37   수정 :2017.03.05 18: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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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가 결정되자 중국도 들썩였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관련 뉴스에 댓글이 수도 없이 붙었다. 네티즌들의 인기를 끈 상위 10개 댓글은 모두 대통령 탄핵을 시도하는 한국이 부럽다는 내용이었다. 심지어 "왜 한국은 탱크로 밀어붙이지 않는가"라며 과거 톈안먼 사태를 무력으로 해결한 중국 당국마저 비꼬는 댓글도 톱10에 포함됐다.
중국 네티즌들이 한국 탄핵 정치와 촛불시위마저 동경하는 단면이다. 대통령 퇴진운동과 탄핵정국으로 이어지는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 저가 중국 관광객들이 서울 시내 한복판을 지나면서 보고 느낀 점은 바로 대통령 탄핵소추 때 드러난 중국 민심이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이런 점을 잘 아는 중국 당국이 최근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 한류 콘텐츠 유입을 금지하는 한한령과 저가 여행객들의 한국 방문을 제한하는 관광보복 조치를 취한 것은 이해할 만하다. 사드 배치를 이유로 취해진 일련의 조치들은 한류를 타고 민주화운동이 중국 본토로 전파되는 것을 막기 위한 수단이란 해석도 가능하다.

특히 올해는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집권 1기를 마치는 시점이다. 집권 2기에 이어 차기 10년까지 연장하려면 무능한 정권에 대한 탄핵 문화는 결코 반갑지 않다.

역사적으로 보면 1919년 일어난 중국 대학생들의 대표적 항일운동인 5·4운동도 우리 3·1운동이 일어난 지 꼭 두 달 후의 일이다. 1989년 6월 중국 학생들의 민주화 운동이었던 톈안먼 사건도 1987년 한국의 6월 항쟁이 일어난 후 2년 만의 일이다. 그만큼 중국의 저항 문화는 한국 정국과 밀접하다.

롯데그룹의 사드 용지 제공이 확정되자 이번에도 관광에 보복의 초점을 맞췄다. 중국은 이참에 한류 유입 억제와 문화 교류 축소를 통해 한국식 민주주의 수입을 원천 차단하려는 모양새다. 사드 배치의 한 축인 미국에 대한 보복 없이 한국에 초점을 맞춘 점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사드 배치 보복 수단으로 한한령과 관광 제한을 활용해 한국식 민주주의 수입을 막고 있다면 사드 보복 강도를 낮추는 방법 중 하나는 탄핵정국 조기 종료이다. 탄핵정국 종료는 적어도 관광 보복 해결을 위한 충분조건이 될 수 있다.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에도 광장의 시위가 지속된다면 사드 보복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국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승복이 관건이다. 승복하지 않는다면 다음 정권에서 또 다른 보복이나 탄핵정국을 불러올 수 있다.

상대방에 대한 용서만이 악순환을 푸는 해법이다. 누명이었다면 누명을 씌운 측은 반성과 사과가 필요하고 이후 용서를 구해야 한다. 반대의 경우, 즉 중대한 헌법 위반이나 위법을 했다면 대통령 측은 반성과 사과 이후 용서를 구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지금보다 더 큰 광장의 혼란은 예견된 일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국가 리더십이 붕괴됐지만 한국 기업과 경제의 저력으로 버텨온 게 사실이다. 헌재 결정 이후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더욱더 컨트롤타워가 힘을 발휘하기 어려워지고 경제는 위태로워질 수 있다.

안으로는 가계부채가 곪아가고 있고 여전히 조선업 구조조정 이슈는 1개 회사 차원 문제가 아니라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양상이다.

대외적으로는 중국에 이어 미국마저 무역제재에 나설 태세다. 탄핵정국 이후 G2발(發) 사드 보복과 무역제재는 코리아디스카운트(한국 주식시장 저평가) 가속화는 물론 경제에 큰 파고를 몰고 올 수 있다. 미국의 3월 금리 인상 예고도 적지 않은 충격파이다. 세계 경기가 좋아지더라도 우리 내부에 컨트롤타워가 없다면 경제는 파국을 피하기 힘들다. 믿고 싶지는 않지만 요즘 국내 증권가는 이미 4월 위기설에 대한 정밀분석에 나섰다.

경제 펀더멘털(기초여건)이 좋다고 해서 경제위기가 오지 않는 게 아니다.
과거 신흥국 경제위기를 보면 대통령 선거 같은 국가 리더십 이양기에 여소야대 국면이 겹쳐서 혼란이 가중될 때 위기가 찾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1997년 한국의 외환위기도 그랬다. 당시 경제지표가 좋아 위기는 오지 않을 것이란 진단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탄핵정국 이후 승복과 용서에 기반한 통합 리더십이 절실한 이유이다.

[김명수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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